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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싫다 (2)


BY 이순이 2001-08-28


아침저녁으로 감싸지는 바람이 벌써 서늘함으로 가을을 재촉하는데..
여기저기 풀벌레 소리들도 이 가을이 더욱 깊어가고 있음을 느낀다.
풀벌레--- 드라마에서 잠깐 가을을 조명하면 꼭 같이 들리는
귀뚜라미의 음향효과.. 귀뚤 귀뚤.. 귀뚜르르르--

하지만, 내집에 그것도 안방농 어딘가에 귀뚜라미가 있다면
어떨까? 정답을 죽을 맛이다.
밤을 위한 놈인지(혹시 뇬인지도..) 밤새도록 내 머리맡에서
울어댄다면, 정말 미치고 팔짝뛰고..
이건 귀뚜라미의 귀뚤 귀뚤이 아니라. 밤새 찌릉찌릉대는 소리에
모기잡으려고 여름에 사둔 에프킬라를 농짝위로, 아래로
틈바구니로, 칙칙 뿌려대고 그래도 사람이 움직이면 울어대다가
지도 염치가 있는지 가만히 있는다.
글면 울 식구들 드디어 끽 했구나. 자자---

자리에 다시 누우면 또다시 들리는 저 소리.. 찌르르릉..
도대체 이놈의 귀뚜라미가 어디서 들어온거여. 이 높은 고층
아파트에 (울집은 17층이다) 엘레베이터로? 층계로?
잠은 않오구,, 귀뚜라미는 죽어라고 울어대고.
시골집에 가면 밤새 들리는 귀뚜라미 소리가 그리 정겨울수가
없었는데. 그때는 귀뚜라미가 밖에서 울었다.
근데 지금은 내 머리맡에서 힘좋은 넘 하나가 열씸히 울어댄다.

벌써 5일째다.
도대체 뭘 먹구. 저리 힘이 좋을꼬?
며칠전에 귀뚜라미 먹구 자란 닭을 먹으면 몸에 그렇게 좋다던데,
그게 이해가 된다.
난 요즘 환청이 들린다.
어디에 있건간에 내 주위에는 귀뚜라미가 떠억 버티고 울어대는것
같다. 그런데 오늘 내가 그렇게 잡으려고 했던 귀뚜라미의
시체를 낮에 청소하다가 발견하였다.. 만세!
오늘은 내가 편히 잠을 잘수 있겠구나..

하지만,,

지금 내 옆에서 열씸이 울어대는 귀뚜라미는 저번놈이 불러서
왔나보다. 내가 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