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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전..수..전..


BY 올리비아 2001-08-28

산전수전...
다른사자성어중에도 유별나게 듣기가 왠~지
좋지않은듯한 그 말에 난 웃지못할 사건하나가 있었다..

어느날 친구네 집에 놀러 다녀오겠다던
중학생인 큰딸애한테 전화가 걸려왔다.

"엄마.. 나 친구들하고 같이 비디오가게 왔는데
우리 엄마이름으로 비디오테이프하나 빌려도돼?.."

우리는 단골비디오가게에서 회비를 선납하고
테이프를 보는 회원제로 되어있었고 잔액이 남아있으면
언제든지 돈을 내지않고도 빌려볼수 있었기에 그 편리함에 길들여진
딸애는 아이들한테 마치 생색내며 전화를 하는듯해보였다.

"음..그래라..대신..너희들이 볼수있는거로 빌려야한다.."
"응..알았어..보라네 집에서 보고 갖다주고 갈께.."
"그래. 보라네집에가면 집으로 전화하구.."

그러마하고 전화를 끊은 딸아이애한테서 얼마후
지금 막 친구네 집에 왔다며 전화가 걸려왔다.

"그래.. 비디오는 뭘 빌렸는데?"
" 응, 산전수전.."
"헉@@@ 뭐라...산.전.수.전???"
"응 왜 그러는데?..." -.-

난 너무나 황당하고 어이가 없어서 어찌할바를 몰랐다.
아이들이 부모없는시간에 야한비디오 즈이들끼리 몰래
보는애들이 많다고 하더만 우리딸애도 그런부류에 속할줄은...- -;;;

"너..너.. 당장 그테잎 갖다주지못해!!"
"왜~~ 요즘애들 이거 보는애들 얼~마나 많은데.."
"엥..뭐시 애들이 다 본다고??"
아이는 볼멘소리로 투덜거린다.

그래마자.. 요즘애들 보통애들이 아니지..
벌써 아이들한텐 그비디오가 유행인갑다..

"너.. 당장 테잎 갖다줘..어서!!..
그리고말이지..비디오아저씨가 너희들한테 그걸 빌려주던?"
"응.."
"이눔의 비디오가게 당장 전화해서 난리치기전에 지금 빨리
갖다주지못해..세상에 애들한테 그런 비디오를 다 빌려주다니.."

난 완전히 흥분의 도가니에서 벗어나지못하고
그렇게 전화로 보이지않는 딸에게 소리아닌 함성을
지르며 혼자서 쌩~쑈를 하고 있었다..

마치 불속에서 아이를 구하는 급한심정으로..

옆에 있는것도 아니고 친구네 집에 있으니 왠만한 협박으로는
안통할것같기에 혼자 전화로 그렇게 발악을 하고 있었다.
아이는그런 내가 친구들보기 미안했던지 알았다하며
일단 전화를 끊는듯해 보였다..

비디오가게로 전화를 할까하다가 좀 기다리기로했다.
따르르..
"여보세여.."
"응 엄마 그거 애들만 보고 나만 안보면 안돼??"
"얘가 정말 왜이리 말을 안듣는거지..어서 갖다주라니까?"
"얘들이 그거 전부터 볼려고 벼르던건데 테이프갖다준다는 말
못하겠단말야..근데.. 엄마 왜 그거 보면 안된다는거야??"

"헉.@@.흠...그건말야..산전수전이라는 말은 한여자가
이런저런 갖은 고생(?)과 풍파(?)를 겪은 이야기라는뜻이거덩."(어렵군.)
"그런데?"
"엥@@ ..."- -;;
"그게 뭐 어때서 그래?"
잠시 할말잃은 나는 갑자기 생각나는게 있어 딸애에게 묻는다.

"음..저기말야..그 영화주인공은 누구지?"
"응 김규리.."
"엥?? 김규리??? "

이상타..이름모를 삼류 에로배우이름이 나올줄 알고
물은 나는 적잖이 놀라지 않을수가 없었다.

김규리라면 거의 청소년수준의 인기배우인걸로 알고있는데..-.-
음..뭔가 내가 실수한게 아닌가하는 불길한 예감이 뇌리를 스친다.

그래도 혹여 모를일..
파격적인 변신을 꾀하느라 그런영화를 찍었는지도..
의심많은 이엄마 좀전의모습에서 한보 아니 반보 물러난 모습으로..

"음..그럼.. 너는 보지않기다.."
"응..^^ 알았어 엄마"
녀석은 아이들한테 체면을 잃지않은것만 해도 신이난 목소리였다ㅎㅎ
"넌 정말 보면 안돼..약속이야.."
"알았다니까..걱정마 ..^^"

이렇게 한바탕 난리를 친 그 다음날..
난 그테이프를 확인차 비디오가게를 갔다..
이런..@@@...아뿔싸..

별(?)내용이 아니다 이말이다..
김규리가 사회에 나와서 겪은고생을
산전수전이라는 제목으로 코믹하게 만든영화 아닌감..

에구야..이런..우째 이런일이..쩝..- -;;;;

무식한 이엄마 몹시 미안해서 소리없이 멋적게 웃어본다.
우선은 딸아이에게 괜히 소리질러서 미안했고
음..또 소리없이 비디오가게아저씨 원망한것도 미안했고..
글구..
또..김규리한테도 미안했다..ㅋㅋ

그전날 딸애는 친구들 거실에서 낄낄거리며 재밌게
영화를 보고 있었다하고.. 우리딸애는 .....ㅠ.ㅠ;;

친.구.방.에.서. 혼.자.. 만.화.책.보.고. .있.었.다.나....

(녀석..기냥 같이 볼것이지..순진한건지 멍청한건지원..
내같으면 몰래보고 안봤다고 하련만..)ㅎㅎ

아무래도 세상을 곱게보지 못하는 이엄마가
산전수전(?) 다겪은 여자인지도 모르겠다...^^

딸아..
그날 정말 미안타...
무식한게 목소리만 커서리..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