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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알고주알


BY 오~이런! 2001-08-27

지난 7월에 새로오신 과장님은 별난 습관을 가지고
있다. 12시, 점심시간이 되면 부랴부랴 점심을 드시러
댁으로 달려 가신다.

과장님쯤 되시면 몇몇 분과 어울려 음식 맛 좋다는
곳으로 식탐하러 가시거나, 인심좋은 주인 아줌마의
넉넉한 인심쫓아 단골식당을 만드는 게 이제껏 과장님
들의 모습이었다.

어느 직장이건 말들이 많아, "과장님 그 연세에 낯걸이
가신다."는 에로버젼의 소문도 돌고, "건강이 안 좋아
생식하러 가신다." 제법 그럴싸한 얘기가 돌았다.

어찌되었건 텁텁하고 넉넉한 웃음이 멋있는 과장님은
전입 2개월이 다 되어가면서도 여전하시다. 이제 사람
들의 관심은 사라져 과장님의 얘기는 잊혀져 간다.

지난 주 바쁘다는 핑게로 미루어졌던 과장님과의
저녁식사, 모처럼 벗어난 격무에서 기분좋다 부어라
마셔라 술 잔이 오갔다.

유난히 서민적인 과장님께 용기있는 한 직원이 그 미스
테리에 대해 물었다. "과장님, 점심은 왜 집에서 꼭
드시나요?" "허~허" 웃스시는 과장님이 직원들에게
물으신다.

"여기, 부모님 모시고 사는 직원 있어요?" 한 직원이
"네"하고 대답을 하고 과장님 말씀이 이어진다.
"집사람에게 잘해라", "부모 모시고 사는 거 어려운
일이다."

알고보니 과장님은 9순에 가까운 어머니를 모시고
살고 계시며, 그 분이 점심을 집으로 드시러 가시는
이유는 어머니 점심을 챙기러 가시는거란다.

오십이 되도록 근 20여년을 함께 산 아내가 부모님
모시고 사느라 자기 시간을 갖지 못했고, 이제사
아내에게 개인시간을 만들어 주시려고 점심엔 집으로
달려 가신다고 한다.

점심때면 부랴부랴 댁으로 달려가 앞치마 두르고
된장찌게 데우고 서툰 솜씨로 그릇에 밥을 담는
오십대의 과장님을 보느라면 자꾸만 즐거워진다.

그 시간 과장님의 사모님은 이웃 친구들과 정담을
나누거나 하시겠지. 아내사랑이 의외의 곳에서도
묻어나는 걸 보면서 과장님 어머니를 상상한다.

"애비야. 밥 좀 더 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