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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 우리도좀 먹자..


BY cosmos03 2001-08-25

하루종일, 다슬기를 (내, 남편은 꼭 올갱이란다) 까다가...

남편은 유난히도 토속적인 음식을 좋아한다.
그것도 아주, 잔손이 많이가는 그런 음식을....
그중에 하나가 다슬기 인데, 이게 얼마나 잔손이 많이 가냐하면.
우선은, 콩줍듯 돌 밑을 떠들고, 한개씩 잡아서는, 하루이상을
물에 담그어 놓아, 지저분한 불순물들을 빼내야 한다.
그것도 여러번 물을 갈아주면서 (상할까봐). 하루에 몇번을...
그리고는, 풀어놓은 된장국물이 팔팔 끓을때, 잽싸게 집어넣어.
건져놓고는, 그 담이 정말로 잔손질의 시작이다.
그걸 하나씩 왼손에 쥐고, 바늘이나, 이 쑤시개 같은걸루
살살 잘 돌려서 빼내야 하는데....
그 작업이 장난 아니다.

짭쪼롬한 된장물에 삶아 놓았으니, 한참을 하다보면,
손이 따갑고, 퉁퉁 불고.....
허리도, 등도, 온몸이 전국적으로 안 아픈곳이 없는데.
문젠 딸이다.
요놈의 똥 강아지가, ?이 엄마, 두지라고, 까서 놓으면.
그걸 한 입에 톡~ 하고 털어 넣는다.
물론, 자식입에 들어가는거니까 아까워 해선 안되는줄 알지만....
해도 너무 한다.
내 나이정도의 주부님들, 모두 같겠지만, 맛있는거 있다고,
남편, 자식 제껴놓고, 어디 내 입에 함부로 들어가느냐 말이다.
나도, 사람이고, 입이 잇는데, 먹고잡아도, 남편 잘 먹는거 생각해
꼭꼭 참고, 힘들어도 쪼그리고 앉아 (우린 식탁이 없음)
부지런히 까서 그릇에 담아놓으면, 실컷, 컴퓨터건, 아님 테레비를
보다가도, 쪼르르 와선 한입에 토~옥, 그리곤 하는말.
역쉬, 다슬긴 맛잇어.......

차~암. 쥐어박을수도 없고.
"얘~ 아빠도 좀 드려야지.
그리고 엄마도 이거 까느라 힘들어, 그러니 먹고 싶으면, 니가 까서
먹어~
"알았어, 엄마 담건 아빠드려. 안 먹을께~

단순한 이 엄만 또, 그말에 깜빡속고, 열심히, 아주 열심히....
다슬기를 까서, 냉장고에 넣어 놓는다.

그리고, 남편이 왓을때. 아욱넣고 끓여놓은 된장국에 아까 까 놓은 다슬기를 넣으려 보니.... 흐미!
빈 그릇만 당그머니 앉아 잇다.
그 황당함, 그 분함, 너무도 어처구니 없어, 말도 안나온다.
몇번을 그렇게 속다보니..... 이젠 나도 한가지 꾀를 내게 되고.
아이가 학원에서 오기전에, 크고, 실한걸루 부지런히 까서
냉장고 아주 깊이 넣어놓고, 시침뚝~

아인 오늘도, 그 사실을 모르고, 부지런히, 까서 놓는족족
제 입으로 바쁘게 오물거린다
너무 힘도 들고, 아이 버릇도 고칠겸, 아이한테 한가지 제안을 햇다.
" 엄마, 넘 힘들거든, 그러니 이것좀 네가 까서, 아빠것도 남기고, 너
먹고, 하되, 뒷 설겆이까지 마치면, 엄마가 2000원 줄께.
한참을 망서리던 아인 그러마 라고, 대답한다.
얼마나 지낫을까?.......

" 엄마~다했어요.....
" 아빠건?......
뭘 묻습니까?...당연한 결과를.....
근데요, 아까, ..... ㅋㅋㅋㅋ
아주 깊숙히 감추어 놓은 껍질벗은 다슬기를, 이따, 남편 퇴근해오면.
후라이팬에 참기름넣고, 파와, 마늘 듬뿍넣고, 다글다글 볶다가....
통깨도좀 넉넉히 뿌려.....술은 뭘로할까?
맥주도 한병있고, 쐬주도, 반병정도.....
이 냥반이 11시경 들어오니, 아인 분명 코~~하고 잘꺼고...
ㅎㅎㅎㅎㅎ 그 다음? .........그거야 뭐....

" 딸아! 예쁜딸아! 엄마 아빠도, 입이 있고, 너만큼, 맛잇는거 먹을줄 안단다. 너야, 앞으로, 맛잇는 음식 먹을 날들..무지하게 많이 남앗지만.
우린 그렇지 못하단다.
엄마 아빠 입도 즐겁고 싶으니.
우리도 좀 먹자.

내 말을 듣는분들......
날 너무 치사하다고 하실래나?
하지만 좀 봐주세요. 자식도 중하지만..... 우선은 남편입니다
그리고, 사실, 나도 먹고 싶고요.
본성 들어 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