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찻잔 속에 담긴 가을...3


BY 인연 2001-08-22

찻잔 속에 담긴 가을...3 찻잔 속에 담긴 가을

찻잔에 담긴 커피 향이 가을을 닮아 가는 아침.
고향에 사시는 동재 아제가 상경했다는 소식을 전해 왔습니다.
자그마한 키에 여문 호도알 같았던 아제의 목소리가 예전과 많이 달랐습니다.
통화가 끝날 즈음 나를 봐야 겠다며 충무로 어디쯤에 있느냐 물었습니다.

나는 충무로에 오실 아제의 모습을 머리 속에 그려봅니다.
하얗게 변해 버린 머리카락마저도 피부가 드러날 정도로 빠져 버렸을 것이며
이마의 주름도 질곡의 세월을 대변하고 있을 것입니다.
곧던 허리도 삶의 고비만큼이나 굽었을 것이며 먼지처럼 부서져버린
기억들을 들추느라 눈가의 잔주름은 흉터처럼 보일 것입니다.

일상의 고단함을 진 두 어깨가 뻐근해질 때 아제는 충무로에 도착을 하였습니다.
서둘러 마중을 나간 나는 땀을 닦고 있는 아제를 한눈에 알 수가 있었습니다.
아제는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세월의 흔적이 묻어 있었습니다.
그리 무거워 보이지 않는 손가방이 땅에 닿을 듯 위태로웠습니다.

나와 마주앉은 아제는 진원 박씨 문중에 관한 이야기를 한시간이 넘도록 하셨고
뒤이어 자신의 삶의 이야기를 차분하게 펼쳐 놓았습니다.
아제는 교통사고로 죽음의 문턱까지 다녀왔고 그 일로 식물인간으로서 1년 가까이
무의식의 생을 보내다 기적적으로 회생하신 분입니다.
아제는 말끝마다 새로운 삶을 살게 해준 하느님께 감사하다는 말을 잊지 않았고
다시 태어난 마음으로 세상을 살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장시간의 말씀을 거두시고 길을 떠나시는 아제의 모습은 내가 상상하고 보았던
모습과는 많이 달라져 있었습니다.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 행복을 느끼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세상을 다시 살아가시는
동재 아제의 뒷모습은 작은 거인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찻잔 속에 담긴 가을...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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