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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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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명상


BY 김영숙 2000-09-18









태풍이 휩쓸고 지난 바다는
그림으로 그린 듯 너무나 고요하다.
하늘은 더 없이 푸르고, 맑다.
완연한 한국의 가을이다.
마당마다 널리는 주홍의 고추는 그 선명한 빛으로
햇살에 눈부시고, 아 유리처럼 날카로운 빛의 나래짓.
무작정 따라 걷고 싶은 들길,
그 들길로 이어진 밭들의 풍성한 수확... .
연보랏빛 들국화의 설레임, 방아깨비, 여치, 메뚜기... .
빛살속으로 튀어오르는 그들의 여린 날개짓들.
가을 하늘빛에 물든 내마음은 끝없이 이어지고.
발길사이로 흐르는 흙의 속살거림.
아아, 가을의 축제여!
가자, 가 보자, 정처없이 발길따라, 이 들길의 이끌림에
흥건히 젖어서 한 번 가보리라.
그 닿는곳에 마을이 있으면 인정에 잠시 취하고,
어느 길머리, 이름모를 들풀이 살랑이며 손인사해대면
눈길따라 미소한 번 머금어 주고,
눈물 머금은 듯 외로운 산새 한마리 울고 가면
가만 멎어 그를 따라 한참을 맴도 돌아보자.
살아가는 일이 유한하니
마음이라도 한번 무한히 살아보자.
가을 여정은 이렇듯 그리운 언어가 되고,
시가 되고, 이슬 머금은 마음이 된다.
누구라도 손잡고 싶은 넉넉함으로 우리는 돌아오리라.
헤어진 신발, 황토흙이 푸석여도
가슴 가득 코스모스꽃 한무리 안고 오리라.
황혼녘, 일몰의 피곤한 한때가 지나
아침이 오면 우리는 다시 꿈꾸리라.
바다와 들길과 꽃들과 풀벌레와 바람소리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