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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의 결과는 맞아죽는줄 알았다.


BY 이순이 2001-08-18


나른한 오후 거래처 사람이 수박을 사들고 왔다.

오잉? 왠 수박? 엄청크네...
언니! 언니! 이거 내가 자를께.
우쒸- 엄청 무겁네.. 으영차--

수박을 고맙다는 말과 함께 냉큼받아서 온갖 호들갑을
다 떨고 수박을 잘라서 가지고 오신 수고를 생각해서
한쪽 드리고 윗분들께도 한쪽씩 드리고..(한쪽은 넘게 드렸음)

나머지는 우리들 차지다.
며칠전에 산 칼이 잘드는것인지.. 수박이 워낙 잘익은 것인지
칼만 댔다하면 쩍소리와 함께 쫙 쫙 갈라졌다.
열심히 먹구, 얼만큼 배가 차지기 시작하니깐 장난기가 생긴다.
가위를 가지고 있으면 마구마구 자르고 싶은것 마냥
칼을 들고 있다보니깐 여기저기 칼질을 해대고 싶은
이상한 욕망이(왠 욕망?) 꿈툴거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먹고난 수박껍질을 다시 깍아서 놓기도 하고
아직도 못다 먹은 부위는 깍두기 마냥 또각 또각
썰어놓기도 하고... 워낙 칼이 잘드니 잘 썰어진다.

그리고 나서 갑자기 아직까지 먹고 있던 사무실 언니
머리에다가 칼등으로 이마를 탁 쳤다.
먹다말고 자기 이마에 댄 칼에 언니 사색이 되더니..
수박이 가득담겨있는 입을 꼬물거리더니.
그냥 쓰러져서 기절을 한것이다.

허걱! 언니야 이거 칼날아니다. 칼등이야
언니야! 정신차려봐 언니? 수박은 먹구 죽어 (뭔소리야)
언니, 언니, 언니 잘못했어 언니,,,

사무실에서 수박먹다가 다들 놀래서 뛰어오신
분들께도 톡톡히 욕얻어먹구,
머리 어깨 무릎 팔 다리 마구 주무르고 뺨때리고
소리쳐서 부르고
울 언니 겨우 소생해서 일어나 앉더니 나를 부르더군

너가 날 죽일려고 했지? (아니여 장난이였어)
그것도 시퍼런 칼로(언니야 시퍼렇지는 않던데, 허연것 같던데)
너 나 죽으면 어쩔뻔 했어(이렇게 살아서 엄청뭐라그러네 차라리...)
니가 인간이냐(나도 내자신이 인간인지 궁금하네)
어떻게 그런짓을 할수가 있어(그럼 칼날로 하냐?)
궁시렁 궁시렁

엄청 욕먹구 다시는 나에게 수박자르라고 하진 않겠다는
무서운 어명이 떨어졌다.
아우-- 그래도 나는 언니가 살아난것이 마냥 좋다.


* 제가 너무 많이 올리고 있나봐여...
죄송합니다. 어찌하다보니깐 제글만 눈에 띄어서. 재미도 없는것을
읽으시느라고 힘도 드실텐데...
조금 자중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