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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 그날...


BY 숙 2000-05-18

대학생활 내내 5월은 투쟁의 달이었다.
거리마다 밀가루가 널린듯 뿌려진 메케한 최루가스에 깨진 화염병 조각.
격한 문구로 쓰여진 각종 전단지.
보기에도 무거운 장비를 가진 목각인형같은 전경들.
간신히 교문에 들어서면 벌써 각 단대별로 부르는 출정가.

> 투쟁! 투쟁!
>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
> 학우여러분! 사랑하는 학우들이 독재의 총칼에 쓰러졌습니다.
> 어제 백골단(우리는 하얀 하이바를 쓴 그들을 이렇게 불렀다) 학생회관을 점령하고, 학우들을 연행해 갔습니다.
> 모두들 궐기하여, 자유와 민주를 위해 싸웁시다.

총학생회 부회장의 연설은 스므살 젊은 피를 끓어오르게 했다.
생머리를 질끈 매고, 보도블럭을 내리쳐 깼다.
우리의 무기.
하늘에서는 하얀 최루눈이 내리고, 흐르는 땀에 젖은 머리칼이 뺨에 닿으면 여린 살들은 아려오기 시작한다.
손수건으로 코와 입을 막아보지만, 눈처럼 내리는 최루탄을 막을 수는 없었다.
화염병에 불붙인 꽃병이 하늘로 날아오르고, 화려한 축포인양 콩볶는 소리가 들려온다.
누군가가 피를 흘리며 쓰러지고, 부축하는 학생들.
외곽에서 돌멩이를 나르고, 화염병을 나르던 손에 힘이 들어간다.

우리의 오월은 그렇게 지냈다.
리포트로 시험이 대체되고, 과사무실 계시판에 크게 쓰인 휴강..

오늘 그날을 떠올리며,...
날씨조차 스산하다.
눈물과 함성의 오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