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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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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집 언니(또 다시 화절령 이야기)


BY 사피나 2001-08-17

고향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이제는 없어진 고향이 요즘은 정말로
자주 떠오른다.

마음속의 이 생각들을 풀어놓기라도 해야지 덜 허전할것 같은,,,,

강원도 우리 고향집 위엔 두부집이 하나 있었다.
이북에서 오신 두부집 할아버지 할머니는 여러명의 자녀가 있었던걸
로 기억이 된다.

그래도 참으로 나를 귀여워 해 주셨던 두 분
덩달아서 그 집 언니랑 오빠들도 나를 참으로 이뻐해주었었다.

아침에 일어나 눈 비비며 비탈진 길을 올라가 신작로 바로 밑에
있는 두부집 문을 열고 들어서면 어김없이 할아버지 할머니가 "애기
지금 왔냐? 순두부 먹어야지?"라고 하시면서 순두부를 한그릇 퍼
주시곤 하셨다.

예나 지금이나 좀 고집이 있는 성격인 나는 내가 늦잠이라도 자서
두부를 다 만든다음 두부집에 올라가게 되면 순두부를 내가 먼저 먹
어야 두부를 만들지 날 기다리지도 않고 두부를 만들었다고 울고불고
난리를 쳐댔었다.

그 우는 모습이 보기 싫으셨던 할아버지랑 할머니는 내가 올라올때
까지 두부 누르는걸 포기하고 기다려 주시곤 했고
너무 늦다 싶으면 순자 언니를 시켜서 나를 데리고 오라고 하셨다.

순자 언니의 등에 엎혀서 두부집으로 가는 길은 참으로 행복한
일이었다.
나를 너무나 좋아해주던 그 언니는 나라면 껌벅 넘어갈 정도 였다.

내가 숲으로가자면 숲으로가고 ,,,,,
내뜻이라면 모두 받아주던 순자 언니

그러던 어느 겨울날 사고를 내고야 말았다
번듯한 길을 두고서 물이 흘러내려서 빙벽을 이룬곳으로
언니를 내몰았다,
등에 업힌채로,,,

언니야 저 길로 가자
안되 저건 얼음이야 위험해
싫어 언니가 저리로 안가면 나 두부먹으러 안갈꺼야
가자 가자,,,응 얼음길로 가자 응

이러면서 고집을 피운 내게 언니는 지고 말았다
나를 업고서
그 얼음을 올라가다가,,,,,,,,,,,

언니는 넘어지고 말았다

그 와중에서도 나를 보호하느라 나를 업은손은 놓지를 않고서

얼굴을 정면으로 얼음에 ,,,,,,,,,,,,

그 사고로 언니의 앞니는 파랗게 변하게 되었다.
나는 순자 언니를 붙들고 울며 울며 이렇게 말했었는데

언니야
내가 나중에 많이 커서 언니 이빨 다시해줄께
미안해 언니야 많이 아프지?

내가 초등학교 5학년을 시작하면서 이사를 나와서 한동안도 연락이
되었던 순자 언니
사는것이 바빠서 잊어버리고 살아버린 순자 언니

25년이란 긴 세월이 지나 찾아간 고향엔 두부집도 날 반기던 할아버지
할머니도 앞니 하나가 파랗게 된 순자 언니도 볼수가 없었다

언니 ,,,,,,,,

순자 언니야

나 귀복이야 언니 이 파랗게 만든,,,,,

언니는 지금 어디 살아?
미용실을 운영한다는 소문은 들었었는데

아직도 그 파란 이 그냥 그대로 살고 있나?
내가 이 해넣어줄 약속 지킬날 기다리면서?

언니
나도 나이를 먹어가나보다
그 옛날 내가 그립고 언니가 그립고 고향이 그립고 사람이 그립고

혹시 누가 앞니하나 파랗게 된 우리 순자 언니 아시는분
안계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