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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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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싫다


BY 이순이 2001-08-16

아침에 하늘을 보니 가을이 어느샌가 성큼 다가온것 같다.
날씨는 덥다 하지만 구름한점 없이 파랗고 높다란 하늘..
아! 가을인가벼...

가을,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고 하던데..
나는 봄에도 아무일 없이 보냈건만, 가을이 되니
괜시리 마음이 싱숭생숭...

그래 오늘 출근은 한번 치마좀 입어볼까나
처녀적 쫘악빠진 몸매였다면이야, 짧디 짧은 미니스커트를
폼나게 입겠건만 이제는 깍두기 하다가 모자르면
한번 쳐다보게 되는 다리로는 생각도 못 할일..
옷장을 뒤적이다 보니 종아리를 가리고도 남는 기다란
월남치마가 나왔다. 작년 가을에 산것인지, 색깔도
가을색깔에 맞는..

오늘은 이것을 입고 한번 폼을 내야겠다. 어디 허리는
음- 고무줄로 처리가 되어있군, 딱 좋아 조아 조아 호호호--
분위기에 어울리는 윗옷을 걸치고 화장도 하고
출근 버스를 기다리면서도 괜시리 우수에 젖은 같잖은 표정도
한번 음흉하게 지어도 보고.. 아 가을이군..

버스가 왔다.
출근길이지만 조금 서둘러서 나와서 그런가 빈자리가 눈에
보인다. 오늘은 아줌마티를 내지 않고 우아하게 눈으로
자리를 노려보면서 잽싸게 걸어가서 털퍼덕- 캬아 오늘 횡재다!
괜시리 하늘을 한번 더 보고 음 날씨가 정말 좋구나.
또 한해가 가네, 궁시렁 궁시렁---

정거장을 하나씩 지날때마다 사람들도 타게 되니 회사 도착할때
쯤에는 거의 콩나물 시루같이 되어있었다.
내릴때에는 좀더 자리에서 일찍일어나야겠는걸, 사람들을
뚫고 가려면 힘들겠다.
회사 근처에 왔다. 벨을 누르고 일어섰다.

"으악- 이것봐요. 발 치우세요.."

나의 치마를 어떤 아저씨가(얼굴도 드럽게 못생긴 넘이) 밟고
있었다. 고무줄 치마라. 내가 일어선것과 동시에 벗겨져서
치마는 의자위에 떨어지고 그와중에 사람들은 웃느라 정신이
없다.

가을, 무슨 얼어죽을 가을이냐? 횡재? 캭! 잡이면 쥑인다!
오늘 정말 개망신 다 떨고 차에서 내려서
회사일을 어떻해 했는지 모르겠다. 퇴근길에 버스도
매일 내가 타는 버스가 아닌 다른 버스를 타고 왔다.

아! 나는 오늘부터 가을이 무지 싫어질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