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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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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아빠는 천연기념물 ?.


BY eunhee_p 2000-12-14

며느리가 일곱명, 사위가 둘. 그러니까 경주김씨 무슨무슨파의 오십몇대손이라나 뭐라나하는 집안의 귀하디 귀한 자손중의 한사람이었던 우리 시아빠는 지금 칠십하고도 다섯.
그렇게 많은 자손을 두셨으면서도 가장 어린아이같고, 가장 철(?)이 덜 든듯한사람, 옹고집에다 수다쟁이.
그러나 이것으로 우리 시아빠를 다 표현한다는건 아마도 지구위에 떨어진 벼룩이의 응~아 라고나 할까.
처음 시집이란걸 와서 시아버지 생신을 차리기위해 서울서 3일전 시골로 내려와 보니, 며느리 여섯명을 앉히고서 내미는 쪽지.
그속에 들은 내용을 본순간 난 뒤로 넘어갈듯,말듯. 충격또 충격.그러나 다른 며느리들은 이미 도의 경지에 도달해 있었다. 더불어 난 여섯째고 일곱째 며느리가 들어오기 전임.
메뉴
갈비찜. 갈치구이. 도라지 통무침. 김. 약밥. 샐러드( 감자. 마카로니. 셀러리. 양상추등). 탕평채.등등등

시아버지가 적어준 생일상의 메뉴였다. 알기도 잘도 안다고 난 속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그건 약과였다. 생신날 아침이 되니 시엄마는 그런 시아빠가 보기싫어 방바닥에 본드를 붙이셨고 시아빠는 발걸음에 솜털을 다셨는지 주방과 차려놓은 밥상사이를 곡예하듯 다니시며 잔소리를 하신다.

"파란색나물과 고사리는 한접시에 담아야지. 갈치는 너무 조그마하게 잘랐다느니, 고추장의 색이 왜이리도 검느니, 약밥이 질다느니....."
정말 돌아버리는줄 알았다.
그러면서 보낸 세월이 십년이 넘었는데, 우리 시아빠는 연륜을 더하시듯 잔소리도 늘고, 더~ 섬세하고 더 ~ 자상하게 모든걸 알려 주신다.
더불어 시아빠는 교장선생님을 정년퇴임하신 ,말씀하시는걸 낙으로 삼는 꾀꼬리 꽈시다.
내일 다시 2부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