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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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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도 남자가 있었다.


BY white_grace 2001-07-28

외국에서의 일상이란 게...늘 그렇듯이,
할 일 하나도 없이 바쁘고,바쁘면서 뭔가 빠뜨리고 사는 느낌들이다.
남의 나라에 더부살이한다는 묘한 열등감도 되겠고,
아니면 피붙이가 그리운 타국살이의 텅 빈 가슴이라고 표현 해보고싶기도하다.


하루하루를 무료하게 보내던 내게
드디어 한 남자가 미소로 다가왔다.
나를 보면,
언제나 살며시 웃으며 현관문 뒤에서 나올줄 몰랐다.
그리곤 내가 사라질 때 까지
안본 척, 못본 척하곤 날 애태우곤 하는 것이었다.
앞마당에서,
소나무 밑에서,
수영장에서도...
나만 보면 양 볼이 발그레지면서 얼른 고개를 돌려 눈을 내려깔았다.
긴 속눈섭이 가늘게 움직이며
얼른 날 훔쳐보는 그 눈길에...
나는 정말 가슴이 젖는다는 표현을 실감하는 것이었다.
손 한번만 잡아보자고...
한 번만 안아보자고...
수없이 유혹했지만.


단 한 번도 흔들림없던 그가,
어느 날 우리집 현관문 틈으로 여자보다 더 예쁜 ,그 조각같은 얼굴을 쑤-욱 디밀고 서 있는 게 아닌가?
내 가슴이 마구마구 뛰는 걸...
이를 어째...?
뭘 준비하지?
케??
아니야. 너무 달콤하면 싫어할꺼야.
그러면 과일?
아니야.소화하기 힘들꺼야.


우리의 사랑은
서로 바라보며 미소지으며 그렇게 시작되었다.
언제나
나의 짝사랑으로 시작된 그 사랑은
나 혼자 만의 얘기들로 가득채워졌었다.
그 남자는 언제나 미소 띤 얼굴로 들어주었고,
가끔씩 의미를 알 수 없다는 묘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하지만 난
그런 그가 너무나 좋았다.
그 역시 날 너무나 좋아했다.
어둠이 ?아와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면
하루의 내 사랑을 깡그리 잊은 채
도망치듯가는 뒷모습에 난 허전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반복되는 그런 사랑놀음에 한번도 지치거나 불평없이
나는 마약에 중독되듯..
서서히...
서서히..
빠져들고 있었다.


그러다
난 먼 곳으로 이사를 왔다.
헤어지는 날
그 긴 속 눈섭 사이로 방울방울 떨어지던 그 눈물의 의미를
난...안다.
그래서
난 오늘도 그 남자를 잊지못하고...내 딸아이와 둘이서 옷을 고른다.
미키마우스가 이쁠까?
아니면푸우가 나을까?
나....남자야...하는 그 목소리를 기억해내며.......



추신;
안녕하세요?
인사드립니다.
예쁘게 봐 주세요.
이런 말씀 죄송한 나이 든 아줌마...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