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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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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싶은 시아버님


BY 미루나무 2000-09-07

그냥 무작정 펜을 아니 펜이 아닌 자판을 두드려 본다.
추석이 다가오니 다들 명절에 고향갈 걱정, 시댁 식구들과 부딪칠 걱정, 그리고 손에 물마를 시간없는 그날이 다가옴에 이런 저런 생각들이 많은가 보다.
나도 몇시간이 걸릴지 모를 고향가는 길을 이제 돌지난 딸아이 데리고 어찌 갈까 싶다.
그런데 올 추석은 내게 조금 슬프다. 아니 많이 슬프다.
늘 안방에 야윈 모습으로 누워 계시던 시아버님이 이젠 안계신다. 이제 아버님은 가신 그곳에서 편안하실까?
내가 결혼하고 햇수로 3년이 채 못되어 아버님은 돌아 가셨다. 겨우 몇달 전만 해도 우리곁에 살아 계셨는 데...
아버님의 병명은 만성 폐쇄성 폐질환,폐기종이라고 했다.
폐가 굳어서 마음껏 숨쉴 수 없다는 말이다. 그렇게 십여년을 버티셨다고 한다. 살아계신 동안에도 얼마나 고통스러우셨을까!
마음껏 걷지도, 가고 싶은 곳도 못가고 늘 집과 가게만을 오가셨다. 내가 기억하는 아버님 모습은 늘 그랬다.
아버님은 처음엔 내가 당신 며느리로서 탐탁치 않으셨던 모양이다. 하지만 난 아버님이 좋았다.
아버님은 그런 내마음을 아시고 가셨을까?
겨울만 되면 감기때문에 안방 문턱도 넘지 못하시던 아버님, 그런 아버님께 내가 해드릴 수 있었던 건 겨우 팔 다리 주물러 드리고 안마해 드리는 게 전부였다. 그나마 멀리 살아서 자주도 못해 드리고.
그래서... 이제 아버님곁에 살아야 겠다 생각했는데 아버님은 그마저도 허락치 않으시고 너무 빨리 눈을 감으셨다. 너무 쉽게 세상을 버리셨다.
자식들의 효도도 손주들의 재롱도 다 보지 못하시고 가신 것이 가슴 아프다.
시댁에 갔다 집으로 올라치면 아버님은 언제나 대문께에 앉으셔서 손을 흔드셨다. 우리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 까지...
이번에 내려갔다 올라올 때면 그렇게 애써 손 흔들어 줄 분이 다시는 없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