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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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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이야기 6---카드 긋는 여자와 복권 긁는 남자.


BY 금빛 누리 2001-06-15

어젯밤의 전쟁으로 남편은 아침밥도 거른채 출근했다.
" ?~ 얼마든지 굶어.안먹음 지만 손해지 누가 한눈이라두 끔쩍할줄알아?"
여자는 입술에 선?의 루즈를 바르며 중얼거리다 경대 옆의 침대에 시선을 돌렸다.
자신의것과 나란히 놓여있는 남편의 베개.
잽싸게 끌어내려 공중으로 던진다음 낙하하는 그것에 멋지게 이단 옆차기를 날렸다.
얻어채이고 방바닥에 널부러진 그것을 다시 발로 콱콱 인정사정 볼것없이 밟았다.
그런다음에 적진의 막강한 수비를 뚫고 골문앞에 이른 축구 선수처럼
멋진 폼으로 슈팅! ~~~ 포물선을 그리며 남편의 베개는 침대위로 고올인했다.
부산하게 외출 준비를 마친 여자는 평소와는 달리 택시를타고( 여자는 언제나 택시비
아끼느라 버스를 애용했었다.)바겐세일중인 백화점으로 향했다.
백화점 정문앞에서
여자는 마치 전쟁터에서 앞으로 돌격하는 병사처럼 비장한 심정으로 전의를 다졌다.
오전인데도 백화점엔 쇼핑객들로 붐볐다.
1층에서 8층까지, 다시 8층에서 1층까지 몇번을 오르내리며
여자는 쉴새없이 카드를 그었다.
맨처음이 좀 망설여지고 힘들었다.허지만 그 다음부터는 아무런 망설임도 없었다.
아니, 카드를 긁으면 긁을 수록 마치 십년묵은 체증이라도 내려간듯 가슴속이 시원해졌다.
카드 한장만 신청해달라는 부탁에 못이겨 여자가 카드를 만든지는 제법 오래전이지만
정작 카드를 사용해본적은 두어번밖에 안됐다.
당장 현금 나가지 않는다는 그 마력에 이끌려 겁없이 카드를 좍좍 그었다가
다음달에 날아온 지불 청구서에 울상이되던 이웃 여자들을 너무 많이 보았기에
여자는 충동 구매의 함정에 빠지지 않기위해 외출시엔 아예 카드를 소지하지도 않았다.
4식구 생활에 빠듯한 남편의 월급.그것으로 매달 적금도 넣어야했고
집안의 대소사도 챙겨야하니
여자에게 백화점 쇼핑이란 금단의 열매요, 그림의 떡이었다.
그럼에도 여자는 결혼 14년을 불평없이 알뜰살뜰하게 절약하며 살아왔다.
그랬는데........요근레 부쩍 늘어난 남편의 낭비벽은( 남편은 낭비가 아니라고 했지만 여자의 관점에선 분명 지나친 낭비였다.)
여자의 인내심을 막다른곳으로 몰아갔다.
마침내 어제 날아온 남편의 카드 청구서의 그 기절할(?) 액수.
여자는 밤늦게 귀가한 남편에게 분노의 공격을 퍼부었다.
약간의 술기운이 있는 남편 처음엔 얼렁뚱땅 얼버무리려하더니만
여자가 지금껏 참아왔던 불만과 분노를
한꺼번에 터트리며 집요하게 항의하자 남편은 작전 바꿔서 역공격을 했다.
(남자가 이 정도의 돈도 맘대로 못스면 어쩌나?
내가 뭐 돈 벌어오는 기계가?내 벌어서 내 쓰는데 여자가 몬 말이 그리 많노?
당신도 쓰고 싶음 얼마든지 써라.)
(자신이 벌어온 돈이라고 그렇게 가정 경제 관념없이 무책임하게 맘대루 쓸려면 혼자 살지
결혼은 뭐하러했나? 그래, 나도 이제부터 카드 팍팍 긁을거다.)
자정 넘어까지 게속된 전쟁은 결국 승자도 패자도없이 등돌리고 자는것으로 1회전을 끝냈다.

여자의 양손에 쇼핑빽이 하나, 둘 늘어나고 어느새 짧은 겨울해가 설핏하니 기울었다.
아이들의 저녘밥이 걱정되었지만 여자는 기왕 쓰는돈 아주 작살나게 써보자 싶어
전화로 애들에게 경대위에 만원짜리 한 장 놔뒀으니 자장면 시켜 먹으라 이르고
폼나는 레스토랑으로 직행했다.양손에 주렁주렁 쇼핑빽을 들고서....
예전 같으면 가격표만 보고도 간이 다 철렁할 비프 스테이크를 시켜
별로 맛있지않게 먹고
여자는 커피에 마티니 한 잔끼지 마시고 옷깃을 파고드는 겨울 밤바람을 안고 집으로 향했다.
층층이 불밝힌 아파트 정문 앞에서 택시를 내려
정문 경비실을 지나면서 여자는 문득 자신의 집을 목 길게 빼고 쳐다 보았다.
거실의 불이 베란다를 통해 아슴하니 베어나온 ,그리하여 따스함과 편안함이
먼 옛적 어린날 어머니의 자장가 소리로 나즉하고 부드럽게 들리는듯하여
여자는 종종 걸음으로 마음 바쁘게 엘레베이트를 탔다.
현관문을 열어준사람은 딸 아이였다.
" 엄마, 왜이리 늦게와요?"
조심스러운 딸 아이의 음성에 걱정스러움이 묻어났다.
" 자장면 시켜 먹었어?"
왠지모르게 미안한 마음으로 거실로 들어서는데 거실 바닥에 업드려 무언가를하고 있던
남편이 황급히 몸을 일으켰다.
" 어? 당신 쇼핑했어?"
애써 냉랭한 얼굴로 남편의 시선을 피하는 여자의 눈에 거실 바닥에 널려있는
몇장의 즉석 복권이 얼핏하니 보였다.
으~~~~~~~ 흐흐흐흐.........
여자는 남편의 그 황당함에 어이없으면서 한편으로 싸아하게 베어 오는
알 수없는 아픔 한 자락에 불현듯 목이메어 양손 그득한 쇼핑빽을 거실 한쪽에
내팽개친체 욕실로 들어갔다.
왜 눈물이 나오는걸까?거실 바닥에 업드린채 즉석 복권을 동전으로 긁고있는
남편의 등 굽은 모습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