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에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모이는 것은 유사 이래 처음인 것 같았습니다.
소방차도 처음이였구요, 메가폰 소리도 동네에서는 처음 들어 보았구요.
허리 굽은 할머님들까지 나오셔서 신기한 듯 서로 소곤대더군요.
"저것이 뭐다요? 나팔같은데... 사람 목소리가 참말로 크게 들리네?..."
"참말로 좋은 시상이지라?..."
"저그 빨간 차는 뭐다요?"
"아이고 할머니! 저것이 불 끄는 물차래요. 물차!"
동네 공터에 몰려든 인파 가운데 서 계시는 아버지의 표정은 형언하기 어려울 정도로
일그러져 있었습니다.
누군지는 기억할 수는 없는데 한 아주머니가 나를 보더니 갑자기 소리를 쳤습니다.
"아이고, 종필이 여그 왔어요!!"
"다른 놈들은 어디 있다야? 같이 안 있었냐?"
"오매! 호랭이나 물어 갈 놈들. 어쩌야 쓰까!!"
코딱지 녀석 어머니와 어떤 놈의 어머니가 동시에 절규를 하셨습니다.
그 많은 사람들 앞에서 나를 보신 아버님은 쌓였던 분노가 폭발하였습니다.
얼마나 맞았는지 모릅니다. 너무 긴장을 해서 그런지 아프지도 않았습니다.
아버지가 휘두른 나무 회초리에 몸은 맞기고 내 영혼은 그 현장을 떠났습니다.
굿은 비 내리는 오뉴월 먼지가 나도록 맞았다는 표현이 맞을 거예요.
내가 계산했던 매의 숫자보다 훨씬 더 많이 맞은 것 같았어요.
아버지도 내가 그때는 너무나 미워 감정이 실려 있었던 것 같았습니다.
동네 분들이 말리지 않았다면 전 그때 이승을 떠났을지도...
아버지가 휘둘렀던 회초리는 몽당연필 크기로 줄어 있었고 나의 팔 다리는 뱀이
지나고 있는 듯 하였습니다.
아버지는 현장을 떠나시고 나는 한쪽 구석에서 엉엉 울고 있었습니다.
눈물을 닦으며 주위를 둘러보니 동네 여자 친구와 후배들이 나를 애처롭게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너무나 창피하고 당황해서 제대로 펼 수도 없는 다리를 잡고 일어나 절룩거리며
그 자리를 떠났습니다.
앞으로 나를 어떤 모습으로 바라볼까? 생각하니 목덜미가 뜨겁고 심장이 뛰었습니다.
그날 이후 학교에 가서 반성문 쓰고 법원에 끌려가서 서약서 쓰고 아버지는 산 주인에게
적절한 보상도 해 주었습니다.
법원을 나오면서 아버지가 어이가 없는 듯 제게 물어보더군요.
"야! 이놈아, 너 담배 피우냐?"
"성냥은 뭐 하러 주머니에 넣고 다녀?"
"...........??"
중년이 된 지금도 기억나지 않습니다. 누구 아시는 분 없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