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옥과 이재룡이 열연하고 있는 '바보같은 사랑'은
오랜만에 보는 새로운 패턴의 러브스토리 같다.
너무 화려한 직업군단의 전유물 같았던 기존의 드라마 속 사랑이
사실은 우리 현실과 얼마나 동떨어져 있었는지를 바보같은 사랑이 말해주는 듯 하다.
너나 할것 없이 근사한 독신여성들에 왜 그리도 흔하던 오피스텔. (오피스텔 내부 장식도 비현실적으로 상류층이다)
그래서 배종옥이 사는 그 쪽방들이 더할 나위 없이 정겨운 것 같다.
미싱 돌아가는 소리와 실밥 뜯는 아줌마들의 적나라한 일상이
내 마음에 일으키는 파문은 나 역시 어쩔 수 없는 소시민 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현실적인 설정외에도 이 드라마를 빛나게 하는 것은 출연자들의 혼신의 연기가 아닐까 싶다.
세상에 정말로 그렇게 얼띠기 일 것 같기만 한 배종옥의 천연덕스러운 연기하며,
시어머니 여운계의 손에 이끌려 마지못한 척 집으로 돌아온 방은희가 눈물 콧물 범벅해가며 하소연 하는 장면.
다들 보셨는가 모르겠다.
그때 방은희의 얼굴은 콤팩트가 다 지워지고 얼룩덜룩 해져서 차마 여자 연기자의 모습으로 보기엔 정말이지 민망한 몰골 그 자체였다.
박원숙의 떠꺼머리 총각 같은,선머슴 같은 연기와 맨얼굴로 세수하는 모습도 새삼스러웠으며
실제로도 푼수끼 다분할 것 같은 공장 할머니 박지영의 짜장면 먹는 장면은 추접 그 자체였다.
그런 추접스러움과 화장을 두려워하지 않는 여자 연기자들의 연기가 너무나도 눈부신 드라마.
가뭄 끝에 만난 단비 처럼 반가운 드라마였다.
허준에 뺏긴 내 눈을 어느날 부턴가 단박에 사로잡은 드라마.
바보같은 사랑을 지켜보고 있는 애청자의 한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