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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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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체험현장


BY 라니안 2001-06-11

우리가 여기 아파트로 이사 온지도 벌써 6년째다.

한 일년여 신랑따라 지방에 내려가있느라고 세를 놓은것 이외에는 내리 5년을 살고있다.

매일 쓸고닦고 깔끔을 떨다보니 아직 집은 제법 깨끗한데 아이들방이 영 엉망이었다.

딸아이방은 가수 사진을 이리붙였다 저리붙였다 해서 벽지들이 군데군데 옷을 벗고있고 , 아들아이방은 세월의때가 묻어 그냥 더 낡아보였다.

해서 두아이방만 도배를 하기로 맘을 먹고 도배지와 장판지를 주문했다.

인테리어 가게에선 도배안해본 사람이 직접하면 힘이드니 사람사서 하라는걸 겨우 방두개를 뭘 못하겠냐며

도배하는 요령을 간단히 설명듣고 우리가 직접 할수있다고 큰소리 뻥뻥치고 도배를 시작했다.

우선 방안의 가구를 거실로 몽땅 옮겨놓고 벽지를 떼어내기 시작했다.

빗자루에 물을 묻혀 벽지를 축인후에 떼어내라는데 그게 말처럼 쉬운게 아니었다.

빗자루의 물이 벽지에 가 닿기도전에 방바닥에 다 쏟아져내려와 벌써 방바닥이 흥건해져서 안되겠기에 스프레이와 대형 붓을 동원해서 물을 축인후 떼어냈다.

인테리어 가게에서 설명하기로는 물을 묻히면 좍좍 잘 뜯어진다던데 좍좍은 커녕 잘 뜯어지지도 않고 해도해도 끝이없어 자꾸 한숨만 나왔다.

벽을 뜯는데 벌써 너무 지쳐버려 천장의 벽지는 떼어내는걸 포기하고 보기싫어도 그냥 위에다 벽지를 덧붙이기로 하고도

방하나의 벽만 떼어내는데 거진 두세시간이 걸린것같다.

방치수에 맞게 도배지를 재단하고 풀칠을 하고 천장부터 본격적인 도배를 시작했다.

천장도배는 하나를 붙이는데도 고개가 엄청아프고 직접도배를 하겠다고 덤벼든게 벌써 후회막급이었다.

두개째를 붙이고는 그만 포기하고 싶어져 그제서야 도배사를 수소문해보니

휴일이라 이미 예약되어 있어서 도움을 청할수도 없는 노릇이고해서 할수없이 그냥 강행군을 해야만했다.

구약성서를 주제로 인간의 존재가 신에게 다가간다는 뜻의 그림인 천지창조를 그린 미켈란젤로가 떠오르며 새삼 더욱 존경스러워졌다.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화를 누워서 그렸다는 미켈란젤로 처럼 누워서 벽지를 붙일수도 없는 노릇이고 고개를 꺾고 온식구가 매달려 천장의 벽지를 바르고는 탈진상태가 되었다.

피자 한판을 참으로 먹고 다시 기운을 차린후 벽면에 도전했다 . 천장에 비해 벽면은 그런대로 바를만해서 다행이었다.

방하나를 끝내고 두번째방에 도전했다. 또 천장이 문제였다. 그래도 첫번방을 바른 경험으로 한결 할만했지만 고개를 꺾고 일을 한다는것이 참으로 고생스러웠다.

도배하는 사이사이 전등갓의 먼지 훔치랴, 버티칼의 먼지도 닦아내면서 하랴 이참에 두방에있던 먼지는 말끔이 사라져버려 속은 시원했다.

하루반만에 두방의 도배를 끝내고 아이들은 자기방의 가구를 새롭게 배치하고 정리하느라 룰루랄라 신이났다.

같이 도배를 거드느라 힘이 들었을텐데도 역시 어려서 그런지 힘이 팔팔 남아돌며 자기방 꾸미기에 여념이 없는걸보며

신랑과 난 뒷마무리를 부탁하며 그만 대(大)자로 뻗어버렸다.

고작 방두개를 도배하는데도 그렇게 힘이드는데 온집을 다 도배를 하자면 엄두가 안날것같다.

딸아이방 장판은 새로 깔았는데 장판은 주문만하면 그냥 깔아주는것이라며 장판을 깔러온 사람은

단 십여분만에 후딱 말끔히 장판을 교체하고 가버리는걸 보며 역시 무슨일이건 그일의 전문가들에게 맡기는게 상책일것 같았다.

아빠대신 버티칼을 떼었다붙였다, 콘센트를 분해하고 , 못질을 척척 해대는 아들아이를 보며,

엄마보다도 더 꼼꼼히 벽지를 바르고, 걸레를 빨아다 먼지를 훔쳐내는 딸아이를 보며

온식구가 매달려 도배를 해본 경험은 두고두고 아이들 머리에서 지워지지 않는 좋은 추억거리가 될것같았다.

소중한 삶의 체험현장이였으리라......

도배, 그거 아무나 하는게 아닌것같다. 아유 고생스러워라...

삶의  체험현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