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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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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난 그녀


BY 봄비내린아침 2001-06-11

그녀와의 두번째 만남..
얼마만일까?
하여간
다시 만났다.

그녀도 나도 떨궈지를 달고 만나고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지만,
어찌할 수 없는 우리는 아줌마이므로,
또는 대장?들한테 덜 미안해지려고...
그녀는 7살 나는 8살짜리 사내눔들을 달고 대구역 대합실에서 만났다.
지난번엔 내가 혼자 열차로 그녀 있는곳으로 갔었지만, 오늘은 그녀가 내게로 왔다..

예상했던 데로, 두 녀석 쫄과 압소바는 오늘의 주역이 지들인걸로 착각을 한겐지 만남에서부터 예사롭지않은 불꽃튀는 눈길을 교류하는 듯하더니,
골든 브릿지란 레스토랑에 들면서부터 서서히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뛰고, 키득거리고, 발길질치고,,,,

아궁,,머리가 흔들린다.
베시시 웃고있었지만 종업원들의 속이야 우리들보다 더하지 않았을까?

돈까스로 배를 채우고, 좀 심도있는 애기로 진도를 맞출까했지만, 두녀석 전혀 협조해줄 기미를 보이지않는다.

돈까스 2인분에 연하고 향좋은 커피 두잔, 수박 몇조각, 또 아이스크림까지 곁들여 나온 건 순전히 대구인의 인심이 좋아서였을까?
아니다..내보기엔 녀석들 입을 잠시나마 틀어막기위해서였던것처럼 보인다..

것두 잠시뿐...
아구구 머리야..
이러다가 얘기는 커녕 녀석들 뒷치닥거리에 몸살을 앓겠다싶어 일단은 그곳을 나왔다.
밖은 찌는듯 더웠고, 주말오후라 사람들 발길이 만만치않았지만, 두녀석들땜에 종업원들이며 주위인들 눈치보는것보다야 시원했다.

지나다가 그녀와 나의 시선을 일순간 멈추게 한 곳이 있었으니..
스타겔러리란 포토전문점..
찰칵,,찰칵,,착칵,,
쫄과 압소바가 일단은 먼저 포즈를 취했다.
이뿌다..
내 아들이고, 그녀의 아들이지만 조명등아래에서 드러난 순진하고 티없고 맑은 아이의 웃음이란 참으로 이뿌기만 하다..
압소바의 빨강색 티셔츠와 쫄이의 하얀색 셔츠의 조화도 잘 맞았고, 엉성하게 빠진 앞니 또한 맞춘듯 잘 어우러지네..

이젠 그녀와 나의 차례
입술은 연한걸로 바르라고 쥔장이 일러주었으니, 살짝 립글로스만 업시키고 머리며 옷매무새등을 다듬고 우리는 뜨거운 조명아래에 앉았다.
진짜,,
특수조명 이어서였을까 모르겠지만 6월태양을 머리위에다가 땡겨놓고있는 기분이었다..

팔은 이렇게, 턱은 좀 당기고,,
주문도 많았고, 땀이 삐직삐직 날만큼 열이 푹푹 품어졌지만, 전혀 힘들지도 않았고 어색하지도 않았고, 너무너무 재미난 경험이었다.

요렇게,,조렇게,,
다양한 포즈를 주문하던 촬영기사 왈
"음..?獰楮?.까망머리 언니 턱 좀만 땡겨요.."
푸하핫..
그때까진 참 좋았는데, 까망머리란 그표현에 나도 그녀도 입을 벌려 웃고 말았다..
그러고 보니..그렇다.
내 머리는 새까망, 그리고 그녀 머리는 원래 연한 갈색톤이었는데,얼마전에 스카치브릿치를 해서 더욱 황금색이 되어있다..
나는 넥라인이 사각으로 깊이파진 크림빛 니트셔츠를 입었고, 그녀는 잔 과일무늬가 경쾌한 면셔츠를 입고있었는데..
새까만 나의 머리와 그녀의 황금빛 머리와 잘 어울리지않았나 싶다..

잘 나와야할텐데...

사진이 나오기까지 40여분쯤 걸린다니..
그 북적대는 동성로의 한 복판에서 쫄이와 압소바의 장난끼는 점점 심도를 더해가고 있었다.

"어쩌지?"
"이눔들 어떻게 얌전하게 할 방도가 없을까?"

일단, 녀석들 입과 손을 묶어둘양으로 게임을 조금 시켰다.
그리고, 우리는 창가에 틀어져 놓인 휴게실에 앉아 갖다주는 커피를 마시며 담소...
긴 애기는 물론 할 수 없었고,,
그나마, 조용해진 분위기에 서로 마주 찬찬 바라볼 여유가 생긴것만으로, 그리고 다시 만날 수 있었던것만으로 만족해해야했다.

사진은 참 잘 나왔다.
포토샵 직원이 샘플을 들고 나올때
"어머머,,이거 우리 맞아?"
라고 그녀가 감탄한것처럼, 사진은 실물보다 훨씬 잘 나왔다.
돈을 지불할때 "쫌 비싸지않나?? " 생각했는데, 잘 나온 사진을 보니 기분이 룰루랄라..

"어머머, 아가씨 같아!"
그녀가 감탄사를 연발했고, 직원도 나도 그녀도 다들 껄껄 큰소리로 웃었다.

"예..맞아요..아가씨 같아요.."
직원이 맞장구를 쳐주었다.
어색해지지않을라고 한소리였겠지만, 아줌마는 아가씨란 소리만 들어도 즐거운거지 뭐..푸힛

두장은 5/7사이즈로 확대하고 나머지는 아이들 열쇠고리 2개 우리 열쇠고리 2개를 만들었다.

만지작 만지작
아무리 봐도 이뿌게 잘 나와준 사진이 고맙다.
하기야 뭐,, 원판이 어데 가남? 푸하핫..
"잘 간직할께...고마워.."
우린 마주보고 베시시 웃었다..

게임을 하는동안 조용하던 녀석들, 좀 더 하고싶어 못내 궁둥이를 떼지못하는 아이들 손목을 잡아끌고, 진작에 이 방법을 택할껄...싶었다.

열차시간에 맞춰 부지런히 발길을 옮겼다.

뜨겁던 6월의 태양도 슬금 몰려드는 밤의 위력앞에선 꼬리를 내리고, 어디서 기분좋은 바람이 불고 있었다.

아이들은 순수하다.
그녀와 나는 어른이고, 우리는 ON_LINE으로 오래 친숙했음에도 첫만남에서 약간은 서먹했었는데, 채 5시간도 되지않아 녀석들은 이미 서로에게 너무나 익숙해져있었다.

이름을 부르고, 뛰고, 차고, 웃고,,

대합실을 나서는 그 순간까지
우린 각자의 떨궈지들을 제어하느라 사람들틈에서 분주해야했다.

"담엔,,꼭 둘이만 만나자..."
그녀 맘도 아마 나같았으리라..

"담엔, 꼭 둘이만 만나,, 오붓하게 보내야지.."

손을 흔들고,, 또 흔들고,, 돌아보고,,또 돌아보고,,그러면서 또 손을 흔들고,,

그녀는 갔다.
그녀의 압소바도 갔고,

그녀를 보낸 내 손엔 둘이 나란히 팔을 올리고 베시시웃고있는 이뿐 열쇠고리가 들려 있었고,
압소바를 보낸 쫄이눔은 이제 한 풀 기가 죽어있다.

잘 가..
친구야...
다시만날때까지 안녕........

그렇게 6월 하루
우리의 만남은 지는 석양 그 너머로 사그러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