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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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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없는 군인 아저씨


BY 들바람꽃 2001-06-11

군대에 있는 동생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수신자 부담 전화이면 급히 1번을 누르라는 동생의 명령에
"여보세요..."하는 목소리만 듣고 전화를 받게다는 1번을
황급히 눌렀죠.

이놈이 전화할때가 되었다 했습니다.
좋아하는 과자부스러기와 책몇권을 소포로 보내줬는데 아마
이맘때쯤 받겠지하며 전화는 한통 하겠구나 했죠...

2대독자. 1남 3녀의 막둥이 아들...
우리 친정엄마 이놈을 낳으시려 온갖 고생 다했고 안해본
민간요법없고 갖은 설움을 다 당하셨다네요. 그렇게 낳은
귀한 하나밖에없는 아들인지라 이놈 군대 보내놓고 눈물로
밤을 지냈습니다.

그런데 이 놈이 얼마나 무심한고하면 편지한장 안쓰는 불효막
심한 아들이죠. 훈령병 시절에 얼마나 힘들었던지 세장의 편지
를 구구절절 쓰고는 그것으로 근 일년이 버텼습니다.
아... 어버이날 편지가 날라들었죠. 군대에서 산 조화 카네이
션 한송이가 달랑 들어 있었습니다. 편지 아니 몇줄쓴 쪽지 한
장 없이 말입니다.
우리 엄마 그 카네이션 받고 기가 찼다십니다. 무심한 자식...
하면서 눈물을 한바가지 쏟았지만 집에 오는 사람들마다
소리도 나는 카네이션을 한번씩 보여주셨답니다.

동생이 첫 휴가를 나왔습니다. 남들은 군대가서 철든다고.
군대가면 효자된다고. 자다가도 6시면 벌떡일어난다고. 마당도
쓸어놓았다고 하더군요.
그러나 우리의 철없는 군인 아저씨... 해가 중천에 뜰때까지
쿨쿨자고 아버지 출근하시는것도 못봤습니다. 밤에는 만화책에
비디오 빌려다 보면서 라면 삶아먹고.
할말을 잃은 우리들이 다른사람들은 부지런해진다는데 넌 왜
그러냐고 했더니 이럽디다.
"누나... 내가 적응력이 좋잖아. 군대 있을땐 새벽에 일어나는데
민간인들이랑 있으니 다시 적응을 해야지.."

하루는 특박을 받았다나요...
친구들 잘 만나 하룻밤 술 진탕 마시고 놀다가 복귀를 해야하는데
지갑을 잃어버렸답니다. 제가 몰래 카드를 쥐어줬는데 그건 비밀
번호를 연속해서 틀려 정지가 되었다고 하고. 군인이 빠져도 정도
가 있지 어떻게 지갑까지 잃어버리고 다닙니까? 어찌어찌해서 통장
의 돈을 빼게 되어서 무사귀대를 했다는데... 기가 막힙니다.

비무장 지대 들어가서 일년간 면회도 안된다해서 면회가서 맛난거
사주고 운동화가 필요하대서 싸구려하나 사줄까 했더니 나이키
비싼 신발 골라 눈물을 머금고 사주고 왔더니 그 다음주에 진짜
마지막 면회라면 또 오라더군요.

진짜로 이제 면회가 안됩니다. 안쓰러워 이것저것 챙겨 보내줬더니
이런거 보내면 안된다는군요. 그래서 정말 안되냐 했더니 "부피가
작은 소포는 되니 작고 비싸고 맛있는걸로 보내"이래요. 그래서
지난번에 고심고심하며 작고 비싸고 맛난걸로 사보냈던거죠...

철없는 이놈이 내년에 제대할때는 철좀 들어서 나올려나 모르겠어
요. 그래도 제겐 너무 이쁜 동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