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면허를 딴지 어언....10년이 넘었습니다.
고로! 운전 또한 잘하긴 합니다.
그리하야! 여태 개구라를 쳤습니다.
이 세상에서 단 한사람만 빼고 제가 운전면허시험에 한번 떨어졌었던
사실을 아는 사람은 없습니다.
10년넘어 아무에게도 이 사실을 얘기하지 않았더랬습니다.
그런데 왜 이제서야 굳이 얘기하냐구요? -_-;;
소재가 떨어졌습니다. 속시원하십니까?
1989년 늦가을이었습니다.
여름내내 비지땀을 흘려가며 운전학원을 다녔지요....가 아니고 그냥
엄마의 성화에 떠밀려 건성건성 다녔습니다.
엄마가 얼마나 등을 떠밀었느냐면 여름에 바캉스를 다녀온 얼굴시커먼
딸래미가 베낭을 바닥에 내려놓기도 전에 운전학원의 셔틀버스 올시간을
조용히 읍조리실 정도였습니다.
구구절절 하고픈 말은 많지만 중간생략하고, 어찌어찌 면허시험날이 되어
시험장으로 동생이랑 같이 갔습니다.
옛날엔 운전면허시험장은 꼭 시외곽에 자리잡고 있었자너요?
덜컹대는 버스...그것도 생전 처음 타보는 버스를 타고 두시간쯤 가야되는
열악한 상황이자너요. 그래서 동생이랑 같이 갔지요.
그것이 두번째 실수였습니다. 차라리 혼자갈걸....
첫번째가 빠졌지요? 네 빠졌습니다.
그게 뭐냐믄 제 운전습관입니다.
전 지금도 그렇지만 맨처음 운전학원에 등록하고 조수석이 아닌 운전석에
앉을때부터 시건방진 습관이 있습니다.
왜, 보통 여자들이 운전학원가면 하는거 있자너요.....
방석을 등뒤에 받치고 핸들쪽으로 바짝 붙어서 운전하는거요.
근데 전 그거랑 반대의 습관이 있지요.
동생놈 말에 의하면 뱃살이 접히지가 않아서 그렇다던데,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닌거 가트네요. -_-+
하튼, 처음 운전대를 잡는 날 핸들앞에 앉아 자리를 고정시키면서
의자옆의 레버를 끼익~하고 당겨서 뒤쪽으로 홱까닥 제꼈지요.
왜그랬는지는 모릅니다.
걍 그러고 싶었습니다.
강사가 째리더군요.
웃어줬지요.
한마디 하더군요.
"보소...아가씨....카레이싱 하능교?"
대구남자...정말 다정다감하지요? --;;
하지말라믄 기를쓰고 더 하고야 마는 제 성격탓에 그 뒤로도 계속 그 자세로
운전을 배웠습니다.
이젠 그 자세가 굳어져버린 상태로 면허시험을 보러갔죠.
동생의 응원을 받으며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앞차의 여자...증말 디럽게
못하더군요.
학원에서와는 달리 시험장에서 진입을 하려면 악셀을 조금 밟아주어야
하는데, 보통 학원에서는 악셀을 아예 쓰지않고 연습을 했었거든요.
이 앞차의 여자, 몇번 뒤로 밀리고 난리를 치더니 이젠 조금씩 올라가더군요.
그래서 시건방진 자세의 저는 여전히 시건방지게 앉아서 대기선에서
조금 앞으로 나와있었지요.
사실 지금이야 누워서(?) 운전을 해도 볼거 다볼 수 있지만 그때는 자세만
그랬다뿐이지 한치앞도 잘 안보였어요.
그래도 학원에선 잘한다는 소리 들으면서 연습했었고, 제가 떨어지면
붙을 넘 하나도 없다는 개뻥도 뿌듯하게 믿어가며 조금은 같잖게 앉아있었지요.
그런데? 이 앞차에 타고있던 이 여자수험생이 진입을 하는듯...하다가
도로 뒤로 미끄러져 내려오는거에요.
계속 내려오면 제 차랑 키스를 할거 같더라구요.
백기어 넣고 뒤로 가면 안되냐고 하겠지만...아무리 운전잘하는 사람이라도
겨우 시험장에 들어온 주제에 그 생각이 나겠어요?
여전히 드러누운 시건방진 자세로 그 차가 제 차를 박고있는 모든 상황을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지요.
꽈광~!! 소리가 나고 뭔가 뿌직~거리는 소리도 나고 왱왱~~!! 소리도 나고....
아저씨들이 막 달려와서 앞차를 한번 흘깃 보고는 저에게로 와서 소리
지르데요....
"아가씨! 갠차능교? 정신차리소!!!"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서 사무실로 올라가 뒤지게 혼났죠.
보통 수험생들, 특히나 여자들은 방석이다 뭐다 온갖걸 동원해서 핸들에
바짝 붙어있는데 저는 거의 드러누운 자세로 헤벨레~ 하게 있었으니
차가 부딪히면서 뭔가 잘못된줄 알았던 거에요.
모두가 놀라서 호들갑을 떠는데 조용히 누워(?)있던 제가 차에 시동을
걸더래요. 그리곤...진입로를 지나쳐 코스로 들어서더니 시속 40km의
속도로 그 코스를 휘릭~하고 지나쳐서...사무실앞에 끼익~하고 세우더랍니다.
왜그랬는지는 나도 모르죠.
딴엔 교통사고랍시고 처음 겪었으니 혼이 나갔었나부죠.
응원하러 따라왔던 동생도 저의 그 환상적인 운전실력에 뻑갔으니깐요.
제가 타고있던 차는 본네트가 번쩍 들려올려졌고, 앞의 차는 뒷 범퍼가
좀 우그러졌고...지금 생각하니 몇번 망치질만하면 그리 크게 표시도
안나겠더만, 거기 아저씨덜 어지간히 뭐라 그러데요.
간신히 미안하다고 손이 발이 되도록 빌고 눈물 흩뿌려가며 용서를 빌어서
차값은 보상안해줘도 되었지만, 문제는 제가 대기선을 넘어서 있었다는
것이었지요.
대기선 뒤쪽에만 있었어도 아직 시험에 응시하지 않은 것이 되는데
대기선을 넘어 진입로 앞에 바짝 붙어있었으니 시험을 치고있는 상태가
된다는 거에요.
워따메...징하도록 원칙에 충실하더구만요.
그래서 할수 없이 시험한번 제대로 쳐보지도 못하고 불합격판정을 받아
시험원서에 인지만 더덕더덕 붙여졌지요
사실, 이날 이때까지 이 사건을 아무도 모르고 있습니다.
동생놈이 이 쪽팔린 이야기를 아무에게도 말안한다는 조건으로 마이마이
카셋트랑 오리털 파카를 인수해갔거든요
착한 넘인지 독한 넘인지 구분은 안가지만 아직 아무에게도 이 야그를
발설안했더군요.
저또한 면허시험 얘기가 나오면 자동으로 머릿속에 입력된 대사가 튀어나옵니다.
"췌~! 면허시험도 떨어지고 사냐? 난 한번에 합격이다!"
거짓말도 자꾸하다보니 나중엔 진짜인거 같데요...
아~ 처음부터 운전습관을 바로 가져야 되는건데!
아~ 아예 동생을 안델고 갔으면 완전범죄가 되는건데!
갑자기 고백을 하고 싶었습니다.
이 글을 보면 배꼽잡고 넘어갈 사람이 몇몇 있습니다.
누구라고 꼭 집어서 말하기 그렇지만...이 글을 빌어 그년넘에게 사죄합니다.
"면허시험 떨어졌다고 멍청하다고, 밥오라고, 밥도 처먹지 말라고,
나가 뒈지라고...그딴 욕지거리 해서 미안해"
(개뻥쟁이 프리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