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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예뻐야지.


BY 봄비내린아침 2001-05-23



이즈음, 우리집 전화통은 수시로 통화중에 걸린다.
왜?
..

휴일아침이였다.
8시나 되었을까? 휴일이니 으례 이불속에서 늑장을 부리고 있자니, 급하게 전화벨이 울렸다.
쿵쾅쾅.. 큰녀석 짱이 튕기듯 쫓아와 수화기를 드는듯하다.

"뭐,,뭐라구? 가(그애)가 나를? 하..참..참.."
전화를 끊은 녀석은 거실서 이리저리 쏘대는듯하더니, 얼핏 들으니 혼자 중얼대기를

"이게 어찌된거야? 머리아프네.. 가(그애)는 나를 좋아하고, 나는 또 자(저애)를 좋아하고..."

그러면서 고개를절레 절레 흔들어댄다..

쏟아지던 잠은 일시에 깨버렸고,옆에 누운 신랑쪽을 보니 신랑역시 싱겁게 웃으며 나를 향해있었다.
"푸하하"
우린 마주보고 함께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잠이 깨버렸으니, 일어나 부엌으로 향했다.

"엄마,,밥 빨리줘"

"왜?"

"나, 약속있어,,"

"짱,,일욜인데, 동생델구 놀아야지 뭔 약속?"

"금방 와..놀이터 갔다가 30분내로 올거야"

"근데, 너 오늘 되게 멋있어 보여.."

정말 그랬다.
집에서 뒹굴뒹굴 거리며 오전내도록 씻지도 않을 녀석이, 그새 세수하고 얼마전 내가 도매시장에서 사준 체크무늬 힙합바지에 빨강색 티셔츠를 폼나게 차려입고 있다.

더우기, 검은색 패션안경까지 걸치고는 오른쪽에 브릿지를 넣어 빼놓은 꼬랑지머리를 잘 빗질하여 내려놓았으며, 얼굴에선 방금 바른 로숀냄새가 알싸하다..

"너, 놀이터 뭣땜에 가?"
짐짓, 장난끼가 돌아서 다그쳤다.

"친구 만나러.."

"엄마....형아야,, '비' 누나 만나러 간대.."
"비?"
짱이 힐끔 쫄을 쏘아보았다.
"응..형아야 친구야"

그때 전화벨이 다시 울렸다.
"여보세요"
내가 받았는데,
"안녕하세요..짱 있어요?"

"넌 누구니?"

"전요,,'진'이어요"

"진?"

이번엔 '비'가 아니라 '진'이란다.

수화기를 받아든 짱은 내쪽을 힐끔거리며 궁시렁 궁시렁 속엣말을 했다.

나는 초등학교 4학년짜리 아들 녀석의 얽힌 사연을 통 가늠할 수 없어 막연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 날 오전 10시, 짱은 놀이터에서 '비'와 '진'을 동시에 만나고 돌아왔따.

일을 마치고 저녁이 되어 나는 녀석손을 끌어놓고 물어보았다.

"짱..고모가 그러던데, '비'가 오늘 우리가게에 엄마랑 왔었대.."

"그래?"

"응..근데, '비'는 그닥 이뿌게 생긴건 아니래던걸?"

"응...마저. '비'는 이쁘지않어?"

"그렇구나..."

"근데,,엄마 '비'는 마음이 이뻐"

"그래? 엄만 말야. 그렇게 생각해.. 얼굴도 중요하지만, 마음씨도 무척 중요하다고.."

"응..물론이지. 그래서 내가 지금 헷갈리잖어"

"?"

"근데,,짱아, 네가 정말 좋아하는 친군 누군거니?"

"...."

"비니? 진이니?"

난, 해놓고 보니 좀 우스웠지만, 녀석의 내심이 자못 궁금해져서 다그쳤다.

"엄마, 진은 얼굴은 이쁜데, 성질이 고약해.
그리고, 비는 얼굴을 그냥 그렇지만 마음씬 착해"

"그래,,그렇구나"

"그러니까, 엄마말은 말이야 그 두 친구중에서 누구가 더 좋으냐는 거지.."

억지소리같았지만 녀석맘을 떠보고싶어져서 다시 물었다.

"그래서 내가 지금 고민중이라니까...아휴.."

나는 과연 짱이 어느쪽을 택하기를 바라는 것일까?
스스로에게 묻듯, 내속을 들여다 보면서 피식 웃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