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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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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구이언


BY sj64 2001-05-17

몇해전까지만 해도 난 게딱지만한 평수의 아파트촌에서 살았다.
(지금도 거기서 거기 막상막하, 괜히 배 아파하지 말지어다)
각설하고
그런데 게딱지촌과 정확히 열여섯 걸음마 차이로 참으로 배 아프게 널꼬널븐 허리가 펑퍼짐한 아파트가 들어선 것이다.
이십오층 키를 가진 그 아파트의 위세, 그 위세는 가히 짐작키 어려운 한마디로 느닷없는 곳에서 불거져 나오고 있었다.

당시 게딱지촌에 단골로 드나드는 야채장수 아저씨가 있었다.
그런데 그 아저씨가 가지고 다니는 야채 혹은 생선들은 한결가치 B급으로 우리동네 사람이 아니고는 도저히 상대할 주인을 만나지 못할 그런 형편 없는 것들이었다.

금 간 수박,
대여섯번은 찔렸음직한 멍 든 복숭아,
황토 팩 자국이 뻔뻔한 열무다발,
더 이상 절일 필요가 없는 오이,
배 터진 갈치,
옆구리 터진 동태,
다리 떠러져나간 장애 오징어...기타 등등,

그래서 바라만봐도 감지덕지,
흥정만 해도 송구스럽기가 가히없고
사주기라도 할라치면 굽실굽실, 사모님 선생님 소리가 절로 나오더니

어느날 부턴가 싹 달라지더란 말씀.
정확히 말해 저놈의 허리 펑퍼짐한 아파트가 생기고 나서부터다.

게딱지촌 다시 말해 우리동네에 와선

-살라믄 사고 말라믄 마러
나나댕께 이런 물겐 가꼬오제, 딴 사람 가틈 어림도 업써불제
다 서로 조타고 이런 물겐 가따 주는거여
쩌그 쩌쪽 사람들 상대 할 것들이 못대드만 아니 즈그들 뱃속 내장 은 무신 황금으로 만들어젓간디 무담시(괜히) 갱비들이 나서서 지랄이든마안...
말인즉 싸면서 맛내는데 지장업꼬 새끼들 키크는데 일조하고
남?들한테 알뜰하다고 사랑받고 얼매나조아
그러니께 살라믄 사고 말라믄 마러-
하는 것이었다.

게딱지촌 아짐씨들 가만히 들어보니 구구절절 맞는 소리라 너나없이
물건 팔아주는 것도 모자라 김치가 똑 떨어져도 그 아저씨 오는 날 기다렸다 김치를 담그는 의리파까지 생겨날 정도였다.

그런데 그 아저씨
열여섯 걸음마 너머 아파트촌 싸모님들 앞에 노코 가라사대

- 쩌그 쩌쪽 동네에선 이런 물겐가꼬도 업써서 못판단께요
여그서야 지가 어디까지나 싸비스차원으로 드리는 것인께
부담가지지 마시고 가져가세요
요런 물겐 보심시롱 옌날 생각, 고향 생각도 해 보시고
이 몸 돈이나 아니나 쪼께 벌 수 있어 조코 사모님들 부담업써서
매부조코 누이조코 이런 동네일수록 서로 말도 잘통해 훠얼썩 장사가
수월하다는 것이 지 갱험이지라우-

그 잉간 세치 혓바닥이 하나만 더 있었던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