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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전의 결혼약속(약속은 지키라고 있는거야~)


BY 장미(roseek) 2001-04-06

25년전의 결혼약속


한판승부 작가님이 울신랑이랑 결혼하게된 스토리가 무척이나 궁금하신듯해 몇자 적어봅니다.

93년 겨울이었슴다.
몇년만에 저희집에 오셔서 제 사진을 뚫어지게 보고가신뒤부터 며칠을 계속 놀러오셨던 그의 아버지(지금의 시아버지)께서 저를 집에 초대하셨다는 검다.
이유없이 갑자기 저희집 경조사에 자주 나타나시더니만 아무래도 다른 속셈이 있는것이 틀림없는듯했슴다...
부담없이 한번 만나보라는 엄마의 권유를 몇번 극구 사양했지만 시아버님의 노력은 정말 대단했슴다.
(아무렴~ 그런 결과로 이렇듯 훌륭한 며느리를 얻으셨으니 힘쓰실만하죠? 에헴...여전한 이 거드름...문제야 문제....)
화분이며 돗자리며 외식이며 수도없는 뇌물공세와 얼굴익히기 인지도 높이기 작전에 들어가셨슴다.
아마도 그때까지 울 신랑도 뚜렷한 여자친구하나 없었고 저역시 뭐 결혼을 약속하고 만날만한 사람하나 못만났던지라 아니 결혼에 대한 남자에 대한 심각한 불신을 가지고 있던터라 솔직히 별 생각없이 옛날 친구 만나다는 생각에 억지로 정말로 억지로 승락을 했슴다.

참 제가 울 신랑이랑 어떻게 첨 만났는지 얘기를 안했군요?
제가 그를 첨 봤을때 그는 아직 말도 못하고 걷지도 못하고 기저귀를 찬채(아참 나도 기저귀는 찼겠다....제가 7개월정도 빠르거든요.....)누워 있었다죠?
울 엄마가 이쁘게 생긴 울 신랑을 무척이나 귀여워해서 자주 업어주고 저는 손잡고 걸어 다녔다고 함다.
그때부터 울 엄마를 사로잡고 있었던검다.
아이구 울 신랑 아이었담 울 엄마의 등을 조금더 맛볼수 있었을텐데 오메 아까분거...
어려서 울 신랑이랑 저는 한동네서 살았슴다.
지금의 저처럼 엄마도 동네 아줌마들이랑 무척이나 친하게 지내셨었는데 유독 친했던 지금의 시어머니랑(저는 엄마라 부릅니다. 지금도....) 친정엄마 사이를 시샘을 했었던지 아님 너무 좋아보여서 그랬던지 같이 친햇던 아줌마들중 한분이 경상도분이셨는데
"니 시미 어딨노?"하고 놀리면....
제가 꼭 지금의 저희 시어머님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더람다.
게다가 저희엄마가 시어머니가 울 신랑 맡겨놓고 어디가실때면 젖까지 먹여주며 같이 키웠다는검다.
(세상에 장모님 젖먹고 큰사람있슴 나와보라구래?)
또 빨래를 동네 마당 마루에서 걷어다 갤때면 울 엄마꺼 시엄마꺼하며 제가 챙기더람다.
이렇게 자꾸 연관을 지어 짝을 만드시고는 놀리시며 어른들은 재밌어하셨담다.
(아마도 진짜 저희 두 부부의 중매쟁이는 그때 그 경상도 아줌마가 아닐까 싶네요.....)
그것이 그리 싫지 않았던 두 아줌니 진짜 사돈하자고 약속을 했드람다.
그장난삼아 한 약속이 이렇듯 현실이 될줄이야 꿈인줄 알았을까나?
저의 말한대로 되는 징크스가 아마도 그때부터 생긴건가봄다.
첨엔 장난이었다지만 두 아이들에게는 알게 모르게 스트래스 였슴다.
(이리 잘알고 있으면서도 울 아들놈에게 그리 스트래스를 주다니....나 엄마 맞어?
오늘 녀석 지보고 잔소리를 자꾸 하면 지가 스트래스를 받는담다 그렇다고 조심좀 하람다.
오메 내가 미쳐...)
두집다 잦은 이사로 몇번씩 이사를 했지만 어른들의 만남은 꾸준히 이어졌드랬슴다.
한동네사시는 분들끼리 친목계를 하셔서 그 만남은 지금도 이뤄지고 있슴다.
두 아이들 초등학교들어가면서부터는 서로에대한걸 쭉 잊고 살았드랬슴다.
가끔 전해들은 서로의 소식을 그냥 대수롭지 않게 넘겼었던검다....
근데 초등학교 5학년때 아버지의 사업관계로 3번째 전학을 갔는데 글쎄 그반에 그가 있었던검다.
이무슨 운명의 장난이란말임니까?
하고많은 반중에 왜 하필 그의 반이란 말임니까?
그때 비로서 우리의 운명은 벌써 정해져 있었던건지도 모름다.
하지만 쓸데없이 콧대만 높았던 여자애랑 한없이 순하고 착하기만했던 남자애는 서로의 기억을 회피하며 냉담하기 짝이 없었슴다.
아니 서로의 과거를 부정하고 싶었는지도 모름다.
그리고 그해 여름 서로의 식구들이 같이 야유회를 갔을때도 서로 눈빛한번 안 마주쳤드랬슴다.
(제가 결혼 하고 물어봤더니 그때 저한테서 무척이나 살벌한 바람이 불어 말 한번 잘못했다가는 된통 당할거 같았담다....그토록 높기만했던 콧대와 눈이 이토록 참혹하게 무너지는 현실이 올줄이야
그 어린 마음에 알수나있었을까요?.......)
그나마 3박4일동안 자신들의 뜻은 아니었지만 함께있는동안이 많아서인지 둘의 사이는 많이 좋아졌었슴다.
그후로 서로의 집에도 자주가고 동생들이랑도 같이 자주 놀았었슴다.
하지만 절데로 반애들에게는 들키지 않았슴다.
혹시나 들키는날엔 온반에 소문이 퍼져 일어날 후한을 당해낼 제간이 누구에게도 없었던검다.
(증말로 이때 저는 진짜로 좋아하는 감정따위 하나도 없었슴다. 근데 나말고 다른 여자애 그것도 나랑 친했던 친구를 좋아한다는 소문이 퍼졌는데 순간 속에서 알수없는 이상한것이 부글부글 끓더만요...내가 두눈 이렇게 시퍼렇게 뜨고 있는데 날두고 딴여자를 좋아해? 이런 나쁜놈 이런생각이 퍼뜩 들더만요...이게 얼마나 이기적이고 우스운 넌센스입니까?
싫다고 튕길때는 언제고? 그리고 아마도 제가 가서 한대 쥐어 박았을걸요? 방과후 아무도 없을때... 울신랑은 지금도 그 이유를 모르고 있슴다.
ㅎㅎㅎ)
그렇게 또 세월이 흐르고 우리는 중학생이 되었슴다.
그리고 서로에게 너무도 힘든 유년시절을 보냈슴다.
저는 부모님의 불화로(잦은 사업실패로 아버지와 엄마의 갈등이 아주 심했슴다...그래서 결국은 두분이 등을 지는 결과를 낳았슴다....)
그무렵 그에게도 불행은 닥쳤슴다. 그당시 그의 어머님은 아주 큰계를 여러개 운영하고 계셨는데 여러군데서 빵꾸(돈을 많이 가져간분의 자살, 도피등....)가 나시는 바람에 그때당시 꽤 부자로 소문난 집을 팔아야했었슴다.
어쩜 우리 둘에게는 불행도 같이 오는지....
서로의 평생에 가장 큰 아픔이고 치부인 사건들이었슴다.
그렇게 서로에 대한 얘기를 가끔 들으며 우리는 아픔을 견뎌내고 성인이 되었슴다.
그리고 서로 안정되고 여유로운 삶이 되었을때 비로소 둘은 만나게 되었던검다.

시아버님의 노력에 감복 몇번의 사양끝에 겨우 초대에 응해 그의 집으로 갔슴다.
검은 뿔테 안경의 그는 뽀얀 얼굴에 아직도 소년티를 벗진않은듯한 순진한 모습 그데로 였슴다.
근데 어렸을때는 그 박력없고 착해보이기만하고 순해보이기만한 모습이 그리도 싫구 남자답지 못하다 생각했었는데 이제는 그의 부드럽고 자상하고 이해심 많은 사내의 향취가 좋게 느껴졌지는검다.
여자보다도 더 뽀얀 얼굴도 잘생겨 보이기만하구요....
남자보는눈이 변한거죠....
그토록 찾아헤메던 터프가이는 내짝이 나랑 맞지않는다는 생각을 벌써 예전에 간파한 다음이라 저사람이라면 저성격이라면 나의 이 방방뜨는 성격을 다 받아주구 나 고생안시키고 나만 사랑하며 행복하게 살수 있겠구나 싶더라구요......
(근데 실수였는지 아직도 저의 이 직선적인 말투때문에 마음에도 없으면서 말로 심하게 내뱉는 말들때문에 울 신랑 상처 많이 받고 있슴다. 언젠가는 저에게 다 갚아준다는데...오메 무서버.....)
이런 저의 빈틈을 직시했는지 그는 자연스럽게 제게 접근해 왔슴다.
(사실 이 접근을 위해서 양가 부모님들의 여러가지 힘이 동원되었었죠....동생면회하러 가는데 억지로 밀려 가기도 하고....울집 버티칼을 다는데 남자의 힘이 필요하다며 엄마가 그를 부르고....등등)
첨 우리는 서로의 가슴아팠었을때의 충격과 고통을 얘기했슴다.
누구에게서도 받을수 없는 위안이었씀다.
그리고 승화해낸 과정속에 슬픔이 묻어나오는 얘기도 아픔을 견뎌낸 과정도 자연스럽게 얘기하며 이렇게 성실하고 멋지게 잘 자란 서로를 대견스러워 했슴다.
나의 아픔이 치부가 아니라 그에게로 가면 든든한 벽이 되고 디딜목이 된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편안했슴다.
그와는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의 쓸데없는 감정싸움도 서로의 사랑이나 믿음을 시험하는 과정도 필요치 않았슴다.
그에게는 숨길것도 나에 대해 과대포장할 이유도 아무것도 없었슴다.
지금껏 만나왔던 어떤 남자에게서도 느껴지지않는 편안함과 포근함이 있었씀다.
화장안한 얼굴을 보여줘도 안치운 집안을 보여줘도 부끄럽지가 않았슴다.
친구이상으로 그에게 그동안 힘겹게 살아왔던 지친 내 어깨를 그에게 기대고 싶었슴다.
우리는 옛날얘기를 하고 그동안 우리가 원치않았는데도 받았던 억울함과 불행을 서로에게 얘기하며 그동안 짊어지고 왔던 무거운 짐을 내려놓았슴다.
다른 모든이에게 숨기고 밝히고 싶지않았던 과거의 모든것이 서로에게는 끈이요 연결의 고리였슴다.
그쯤 부모님들은 자주 만나는 우리의 모습을 보고 서로 결혼하는것은 당연한 것이라 여기고 잇었씀다.
둘다 효자 효녀이다보니 부모님들이 서로를 좋아하시는 모습에 마음이 동요 되고 잇었씀다.

그러던 어느날 신랑과의 데이트 약속.....
무슨얘기를 하려는건지 무자게 뜸을 들이는 신랑.....
그동안에 만나왔던 여자들 얘기며 어렸을적 얘기며 심각하게 얘기를 하기 시작하는데 뭔얘기를 하려는 건지 감을 잡지못했었슴다.
도데체 몇년전 얘기부터 하는건지....
나중에는
'이제 만나지 말자고 하는 얘기구나.... 그래서 이렇게 뜸을 들이는구나....그래 그럼 나도 별 미련없이 끝내주마'
하며 짜증이 나기 시작했슴다......
'나랑 만나기 싫으면 그냥 싫다고 해? 짜증난다 짜증나...'하며 섣부른 실언을 할뻔 했슴다.
제 표정을 읽었는지 본론을 얘기하기시작했슴다.
참고 들어보니
"그러니깐 너에 대한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으니깐 너만 괜찮다면 좋아하는 사이로 우리 괜찮은 사이로 사귀어 보자구....
나보다 훨씬 더 좋은 사람 나타나면 그때는 내가 얼마든지 너 보내줄테니깐 그때까지 나랑 같이 사귀어 보자..."
뭐 이런 내용이었슴다.
그러니깐 내가 좋으니깐 사귀자 이런 내용인데 그리도 질질 끌더군요...
말하자면 프로포즈인 셈인거였슴다.....
제가 원하는거는 멋지게'너아니면 나 죽는다 그러니깐 나랑 같이 결혼하자...평생 내 옆에만 있어다오....'이건데 이런 내마음은 모른채 울 신랑 프로포즈도 착하고 순진하게만 하더군요....
순간 박중훈하고 최진실 나오는 영화 '나의사랑 나의신부'의 첫장면이 떠올랐슴다....
최진실 마음을 이해할수 잇었슴다.
암튼 울 신랑이 싫지는 않았던 저 그러자고 더좋은 사람 나타날때 까지만 만나자고 약속을 했슴다..

근데 문제는 그후로 더 좋은 남자가 나타나지를 않았씀다.....
그래서 어쩔수 없이(?) 울 신랑하고 결혼을 해버렸슴다.

첨엔 부모님들이 급하게 결혼이라는 말을 꺼내셨을때 아직 마음을 정하기 전이어서 난감하기만 했지만 참으로 자연스러운 결혼 행진곡 이었슴다.
결혼날짜를 6개월전에 여러가지 이유로 잡아논탓이었을까요?
20년넘게 기다려온 두사람의 잠재되어있던 사랑이라는 불씨는 불이 붙자 걷잡을수 없었슴다.
어른들은 시아버지께서 마련해주신 아파트 완공에 맞추어 날짜를 잡기를 원하셨으나 불붙은 둘 사이에 그런거 문제 될것이 없었슴다.
25년이나 기다렸는데 더이상 기다리라는건 고문이었슴다.
몇달을 기다리기에 참을성이 너무 부족했던 신랑 날마다 저희집에 출근도장을 찍었슴다...
혹시나 출장갔다가 늦게 오는날이면 새벽에라도 와서 얼굴을 보고 가야 햇슴다.
그렇게 얼마후 이제는 눌러앉아 가지를 않는검다.
자기네 엄마보다도 더 잘해주는 장모와 이삔(? 제눈에 안경 아니겠슴까?) 섹시가 있으니 집에 가고 싶겠슴까?
새벽에 가는건 다반수고 옆방에서 자고가기까지 했슴다.
그러더니 얼마후 우리는 어느덧 자연스럽게 같은방을 쓰더만요...(지금생각하면 그때의 뻔뻔함에 몸둘바를 모르겠슴다....동생이랑 엄마도 있는데....세상에나 남사시러버라....얼마전 제 동생에게 울 시동생이 결혼도 하기전 여자친구를 데려다 잔다고 흉봤다가....
"그러는 너는?"이라는 충격적인 말을 들어야 했슴다.
이말을 듣고 말을 잊지못하는 눈을 제대로 못마주치는 제모습이 보이더만요...
에고에고....그때 우리는 유명한 닭살커플로 변해있었던검다. 그때는 증말로 몰랐슴다...^.^)
식구가 적은 친정집서 철모르는 어린아이들의 신혼살림은 그렇게 결혼전부터 시작되었던 검다.

그리고 얼마후 우리는 한살때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25년만에 그러니깐 서로의 나이 26세때 크리스마스 이브날 신부이쁘다는말보다 신랑 잘생겼다는말을 뒤로한채 멋진 결혼식을 올렸슴다.
(그래서일까요?
심심풀이로 천기누설을 하는 카페에가서 점을 보는데 몇번을 봐도 그때 결혼을 목표로 사귀는 사람이 분명 없었는데도 결혼상대자가 있는거로 나오더라구요?)
그동안 미리 정해져있는 베필을 지척에 두고 이제나 저제자 제 짚신짝이 나타나기만을 기다리고 찾아 헤메고 맘고생했던것을 생각하니 참으로 허망하더만요....

아직 결혼 못한분들 한번 찾아보시라요...
예전에 결혼 약속했던 친구 있는지....
말은 주워담을수 없는거라고 이렇듯 장난삼아 한 말이 현실이 될줄이야 누군들 알았겠슴까?
그래서 사람은 말조심을 해야함다.

혜린이엄마 수빈이 엄마 잘 생각하라요...
약속은 지키라고 있는거야...
애들 약속일지언정.....

여기까지 읽어주신분들 감사합니다.
넘 장황하고 긴글이 됐네요....
하지만 이보다도 못한 얘기들이 더 많다는거 아시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