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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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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치


BY 베오울프 2001-04-05


◇ 금치

오랜 결혼생활에 김치 딱 한번 담그어 보았다면 누구든지 날 흉을 볼것이다.

하지만 내생활 여건 (어쩌면 핑계)이 김치를 담글만한 조건이 아니였다.

아침에 밥만 뚝딱 먹고나면 설겆이만 하고 나선 바로 가게로 나온다.

그러기에 살림을 배울만한 시간이 없었기에 지금까지

시어머니의 도움으로 김치 걱정 한번 하질 않고 편하게만 살아왔다.

요즘은 가게에 작은 방을 만들어서 어머님은 안집에서

난 따로 살림을 하게 되어서 식사를 따로 먹게 되었는데도

아직까지 어머님의 손에 의지하면서 지내고 있다.

어쩜 어머님이 해주신 김치에 이젠 당연하다는 생각에 길들여져 있을것이다.

그런데 이번 어머님 회갑 기념 장소에서 아버님이 가족들 앞에서 선포를 내리셨다.

나뿐만 아니라 딸 둘과 함께 깜짝 놀랬다.

어머님이 너무 힘드신다고 이젠 각자 해결하라고 하신다

김치 뿐만 아니라 된장 고추장 등등 모두 다 각자 해결하라고 하시니

그동안 김치,된장,고추장 모두 걱정한번 없이 편하게 먹던 나에겐

에그머니나...이를 어쩐대..

곁으로는 모두 웃었지만 속으로는 고민이 되었다.

사실 그렇다

김치를 담그지 못하니깐 음식에 대한 자신감 또한 없다.

어떻게 해야할지 엄두도 나질 않는다.

배우긴 배워야 겠는데... 얼른 손도 가질 않는다.

마침 겨울 김장 김치 한조각만 남아서

김치 가질러 안집에 가야지 하고 마음먹었던 난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하기만 했었다.

며칠전 파김치며 배추김치를 새로 담그셨다고 한통씩을 담아서

가져다 주시는 시어머니가 너무 고마웠고

김치가 아니라 금치로 보여서 하나 하나 젖가락질 할때마다

귀한 보물 다루듯이 다루게 된다.

그동안 어머님이 얼마나 힘드셨을까 하는 감사의 마음과 함께

어머님이 주시는 사랑까지 절실하게 느껴진다.


이젠 김치 시간을 내어서 어머님께 배워야 겠는데..

이젠 내가 여러가지 김치 담아서 두통 세통 담아서 어머님께

가져다 드려야 하는데 아직도 엄두가 나질 않으니 걱정이 앞선다.

어머님은 아직도 당신 손 꼼짝 거릴동안은 자식들에게

김치며 된장이며 고추장이며 주는 기쁨 막지 말라고

아버님께 말씀하시지만 그게 아닌것 같다.

방법을 배워야지 마냥 어머님께 의지할수도 없는일 아닌가!

근데 더 심각한 문제는 안해주시면

((에라 모르겠다 사먹지뭐.... 못된 심보가 생기니..))

나 정말 못된 며느리 엉덩이 뿔난 며느리인것 같다.

오늘도 밥상위에 금치가 올라와 있지만 앞으로는

그 금치 어떻게 해야할지 걱정만 앞선다.

올 최대목표는 김치 담그기 확실히 배우기로 정해야 할것 같다.

오늘따라 어머님이 만드신 금치는 왜그리도 맛있는걸까?

내가 과연 어머님이 담아 주신 금치 흉내라도 낼수 있을련지 ..

하나 둘 조금씩 배워가야겠다.

지리산 아낙네 베오울프. (아낙네란 말이 내겐 안어울리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