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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씻는 것과 저녁에 씻는 것 어떤 것이 좋다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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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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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삐를 아시나요? 후편


BY 후리지아 2001-03-19

부제:준비된 이별
1997년
아직은 서늘한 바람이 부는 봄도 아닌 초여름 저녁이다.
일찍 귀가한 남편을 위해 저녁을 준비하는 그녀의 손길은 바빴다.
보리밥을 앉혀놓고, 여린 호박잎은 예쁘게 씻어 전자렌지에
쪄 내고, 호박순과 양파,풋고추를 넣어 된장을 자글자글 끓여 낸다.
그녀에겐 친구같은 두 딸이 있다. 저녁상을 주방의 식탁에 차리지
않고 거실에 상을 펴고 차린다음 호박잎 쌈에 보리밥과 된장을 넣어
볼이 미어지도록 웃으며 저녁을 즐긴다.
상을 치우기도 전에 그녀는 남편 친구아내의 전화를 받는다.
그녀보다 두살 위인 남편친구의 아내는 그녀와 친구처럼 자매처럼
지내는 사이다. 그녀는 지난밤 꿈 이야기를 시작한다.
"꿈에 말이야 신발을 잃어버렸어, 아무리 찾아도 없는거야 길에서
자기를 만났지! 자기가 날 업어주더라. 걱정하지 말라고 하면서
자기등에 업혀 내 발을 보니 내발의 하얀양말이 너무나 쓸쓸하게
흔들리는 거야, 자기 큰일 났다. 나 힘든일 생기면 모두 책임져야
하나보다. 그치?" 한참을 수다를 떨다 그녀는 전화를 끊었고 저녁상을
치운다음 여늬가정이나 다름 없는 밤을 맞고 있었다.

그녀의 남편은 거래처 사람으로 부터 수금을 해준다는 호출을 받고
늦은 저녁시간에 밖으로 나갔다.
유난히도 예감이 잘 맞는 그녀는 10시가 넘은 시각에 밖엘 나가는
남편을 잡을만도 할텐데, 아무소리 없이 "잘 다녀 오세요! 무슨일
있으면 전화하시구요." 라는 인사로 남편을 배웅했다.
남편의 귀가가 아무리 늦어도 자지 않고 기다리던 그녀는 자정이
다되어서 잠깐 잠이 들었다. 가슴에 서늘함을 느끼며 잠에서 깨어난
그녀는 갑자기 마음이 초조하고, 갑갑한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지난밤 신발을 잃어 버렸던 꿈을 생각해 냈다.

순간 전화벨이 울렸다.
이상한 것은 팩스에 연결된 전화가 울렸다는 것이다.
사업을 하는 남편은 가족끼리 쓰는 전화를 따로 쓰고 있었고, 팩스와
연결된 전화는 대외적으로 쓰는 전화였다.
새벽 한시가 된 시각에 그 전화가 울리는 것은 불길한 일이 있다는
증거였다. 떨리는 손으로 전화를 받은 그녀의 목소리가 떨리기
시작했다. 병원이란다. 남편이 사고로 실려왔다고...
그녀는 간호사에게 되묻는다. "많이 다치진 않았죠!"
간호사는 나와서 확인하라는 말을 남기고 전화는 끊겼다...

아이들을 깨웠다. 그리고 근처에 사는 막내오빠에게 전화를 한다음
남편친구의 아내에게 전화를 건다. 함께 교회를 다는는 그녀에게
연락을 해야만 목사님께나 교회식구들께 연락이 되기때문이다.
그녀는 오빠를 기다려 아이들은 집에 있으라 한뒤 병원으로 향했다.
응급실에 도착한 그녀는 정신이 아득했다. 배드에 누워있는 남편은
살았다 말 할 수없는 상태였다. 산소호흡기에 의존해 숨을 쉬고있었다
세상에 이런일이 있을 수 있을까?

남편과 만난다던 사람이 그곳에 있었다. 그녀는 차분한 목소리로
묻는다."어떻게 된 일이예요?" 그는 자기는 모르는 일이라며 응급실을
빠져나가 버렸다. 그녀는 의사를 만났다. 의사로 부터 가망이 없다는
말과 그래도 모르니 뇌수술을 한번 해보자고...
아이들을 불러야 했다. 임종예배를 드리기 위해 목사님께도 연락을
해야 했고, 시댁에도 연락을 했다.
무서운 암도 이겼는데... 하나님 아직은 아닙니다.
절규에 가까운 기도를 드린뒤 정신을 가다듬은 다음 생각을 해보았다
(어디서 잘 못되었을까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답답한 심정으로 남편을 수술실에 들여보내고, 수술실 밖에서
서성이고 있었다. 경찰이 왔다. (맞아 사고였는데 경찰에 신고할
생각을 왜 못했을까.) 남편을 병원으로 옮긴 경찰이라 했다.
남편을 때린 사람이 신고를 했다니, 술 먹고 쓰러졌다고.. 우스웠다
남편은 암 수술 이후 삼년의 투병생활을 하며 술과 담배를 끊었었다
그녀는 남편이 술을 마시지 않는다는 말과 신고한 사람의 호출을
받고 나갔었다는 이야기등...전날 저녁의 이야기를 차분하게 설명을
했다. 그리고 형사들은 갔다. 남편은 수술실에서 나와 중환자실로
옮겨졌고, 아침 면회시간까지 기다려야 했다.

그녀는 스스로 냉정해 지는 자신을 발견 할 수 있었다.
집안일을 올캐언니에게 맡기고 병원에서 살았다.
그녀에게나 남편에게는 형제들이 많아 혼자있지 않아도 되었다.
그녀는 남편이 일어날 가망이 없음에도 포기하지 않았다.
딸들은 낮에는 학교에 가고 오후면회시간에 아빠를 만나러 왔다.
그녀와 아이들은 절대 울지 않았다.

시간은 지나고 있었다. 그녀의 생각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이...
친구들이 ?아왔다. 친구들은 그녀에게 말한다. "너 정말 지독하구나
니 남편 수술할때도 생글거리더니 지금도니, 정말 지독하다 지독해."
그녀는 속으로 대답한다. (그래 나 지독해 왜냐하면 너무 힘들면
감정이 없어져) 그녀는 그랬다 형제들에게나 친구들이나, 이웃이나
누구에게든지 힘들다고 징징거리거나 하소연 하는 여자가 아니였다.
어떠한 고통이든지 혼자 묵묵히 참아내는 여자였다.
그런 그녀를 주위에선 지독하다 한다...
그러나 그녀는 안다. 자신이 지독해서가 아니라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고난이라는 것을 순전히 자신의 몫이 였기에 그녀는 다만 참고
있을 뿐인데 참아내는 것을 지독하다고 하다니...
친구들이 생각하는 많큼 그녀는 지독하지도 못했고, 평온하지도
못했다.

중환자실 면회를 선별해야 했다.
병문안을 오는 사람이 많았으므로...
하루,이틀, 그리고 일주일이 지나고...열흘이 지났다.
남편은 차도가 없었고, 의사들은 준비를 하라는 말외엔 아무런 말도
없었다.
12일째 되는 저녁 면회시간 이후 그녀와 남편의 형제들은 심각한
얼굴로 분주했다. 그녀는 무슨일이냐고 물었지만 아무도 그녀에게
대답을 해주는 사람은 없었다. 그녀는 저녁도 먹지않고, 오빠들에게
떼를 써댔다. 무슨일인지 내가 알아야 할 것이 아니냐고...
다섯째 오빠가 말한다."오늘은 오빠가 있을테니 집에 들어가서 쉬었다
아침면회시간 마추어서 나와라" 그녀는 소리를 지르며 그럴수 없다고
그이도 내가 옆에 있는게 마음이 편할 것이라고...
밤이 깊어갔다. 11시가 다되어가는 시간에 다섯째 오빠가 술에 취해
중환자 보호실엘 왔다. 아무말 없이 한참을 그녀를 바라보다
돌아갔다.
그녀는 아무런 생각도 하지않고 한숨자고 싶었다.
깊은 잠을 자고 일어나면 지금까지의 일은 꿈이고 집으로 돌아가서
있을 것만같았다. 아무런 일도 없었듯이...

정말 오랫만에 깊은 잠을 잤다.
보호실 인터폰이 울렸다. 남편의 보호자를 ?았다. 중환자실에서
보호자를 ?을땐 두가기 이유밖에 없다. 환자가 깊은 잠에서 깨어
났던지, 임종을 하던지...
가슴이 떨렸지만 그녀는 씩씩하게 가운을 걸치고 중환자실로 향했다.
아! 저사람 지금 가는구나. 편하겠다. 편하게 보내야지, 남편을
향해 걷는 그녀의 발걸음은 허공을 딛고 있었다.
준비된 이별이지만 이별이 얼마나 슬픈지 이별하여 보지 못한 사람은
상상을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녀는 남편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작별
인사를 고했다. "당신 잘가? 내가 아이들 잘 키울께 그동안 당신
너무 고마웠어, 지금까지 수고 했으니까 앞으로는 내가 할께...
세상 걱정은 아무것도 하지마 알았지! 당신잘가?".....
"그런데 나 어떻하니 당신 없으면 나 어떻해"...
"선생님 어떻해요, 아이들도 다 크지 않았는데 어떻게 안?튿楮?"

남편의 맥박은 점점 약해지고 있었다. 모니터의 그래프가 곡선을
그리더니 점점 직선이 되였고 드디어 숫자가 0를 나타냈다.
끝이구나, 끝이구나...
아이처럼 편안한 얼굴을 하고 그녀곁을 남편은 떠났다.
집에 연락을 하기위해 중환자실을 나왔다.
보호자대기실에서 몇날을 함께 지냈던 사람들이 울먹이며 위로를
했다. 그녀는 환하게 웃으며 "괜찮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공중전화기에 카드를 넣고 번호를 꼭꼭눌러 집으로 전화를 건다.
시댁에도...그리고 친구에게...

그녀는 자리에 돌아와 덮고자던 이불을 네귀를 마추어 개고, 사물
정리를 꼼꼼하게 한다. 곁에서 지켜보던 다른 보호자들은 "저게 너무
기가막혀 정신이 나갔나 보네 울지도 않고 왠 정리를 하고 그래"
그녀는 정신이 나간게 아니였다. 너무도 차분하고 편했다.
이제 어려운 모든 일들이 끝이 났으니까...
오빠 내외와 딸아이들이 울면서 들어선다 그녀는 딸들을 보자 울음을
터트린다. (저 것들이 너무 불쌍하네, 아빠없이 키워야 하잖아)
딸들은 이미 숨이 멎었는, 그러나 아직은 따뜻한 체온이 남아 있는
아빠를 부등켜안고 작별인사를 한다. "아빠 안녕히가세요, 저희들
걱정은 하지 마세요, 엄마말 잘 듣고 훌륭한 사람으로 클께요!"

그녀나 딸들은 냉정했다. 어려번의 시련을 겪은뒤라 울고불고 해도
달라지는 것이 없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녀의 남편은 스텐인레스 뚜껑이 씌워진 채로 차가운 안치실로
향했다. 이제 끝이구나, 아니! 시작이지...

새벽이 되여 가족들이 도착했다. 아들을 먼저 보낸 시어머님은
영안실 바닥에서 통곡을 하신다. 그녀는 어머님이 참으로 불쌍하단
생각을 한다. 시어머님은 그녀를 부등켜 안고 우신다. "이것아 얼마나
힘들었니 진즉 엄마한테 이야기 하지 그랬음 혼자 힘들지 않아도
될 것을..."

영안실에 영정이 마련되었고, 조문객들이 오기 시작했다.
그녀는 친구를 불러 아이들에게 입힐 상복을 준비해 달라고 부탁한다
친구는 아이들을 데리고 쇼핑을 갔다.
"이모 저희들은 엄마가 계셔서 괜찮은데 우리 엄마는 어떻해요!"
그소리를 듣고 친구는 바닥에 주저앉아 울고 싶었다고 했다.
너무 가슴이 아파서...

목사님과 예배를 드리고 몇일이 걸릴지 모르는 장례를 시작했다.
그녀와 딸들은 너무나 담담했다. 찾아오는 조문객에게 일일이 감사의
인사를 잊지 않았고, 형제들을 위로하기까지 했다.
많은 손님들로 인해 피곤할텐데...
세모녀는 대견하게 잘 견디어내고 있었다.
그녀는 편했다. 이곳저곳에서 들어오는 국화화환과 꽃바구니, 조문객
을 위해 만들어 놓은 헌화용 국화가 향기짙게, 천상과도 같았다.

그녀는 잠시 지난날을 회상한다. 하늘에도 땡삐가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