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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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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내내 하얗게 눈만 내리더니..오늘은 비냐!


BY 꼬마주부 2001-03-03

오전내내 하늘이 꾸물꾸물 거리더니, 결국은 비가 내렸습니다.
저는 그때 친구랑 집 근처 백화점에 있었더랬는데 갑자기 어디서 나타났는지 정문 앞에 우산장수가 번개같이 나타나서 우산을 정신없이 팔고 있었습니다.
우산은 날개 돋힌 듯 순식간에 한 무데기가 팔리더군요.
리어카 바닥이 보이면 또 한 가득 실어놓고 팔고...10분도 안 되어서 또 다 팔리고...그 순간은 왜 그렇게 나도 우산장사가 되고 싶던지요. 헤헤.
친구와 나는 어떻게 할까, 어떻게 할까, 하다가 우산을 사는 것은 낭비라고 생각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기다렸다가 비가 그치면 가야지, 하면서 백화점 안을 빙글빙글 돌아다녔습니다.
봤던 그릇 또 보고, 뒤적였던 세일 옷 또 뒤적이고, 만졌던 이불 또 만져보면서요...

한참을 그러다 정문 앞에 왔는데도 비는 여전히 좍,좍 쏟아지고 있었습니다.
비가 내리는 폼이 아무래도 하루 종일 저럴 것 같아서 30분은 더 망설이다가 결국 우산을,
우산을 사고야 말았습니다.

안 사려고 했는데.
안 사려고 다리 아프도록 백화점 안을 빙빙 돌아다녔는데...
집에 있는 우산이 꾸졌다 뽕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 번 해까지만 쓰고 내년에 새로 사려고 했는데.

결혼 전, 지나가다 알록달록 예쁜 우산만 봤다하면 돈 아까운 줄 모르고 사들였던 버릇들이 결국은 쓸때없는 낭비였다는 것을 결혼 하고 깨달았었거든요.

그래서 몇 년 간은 절대로 우산은 안사려고 했는데...
결국, 사고야 말았습니다.

하루종일 어찌나 기분이 언짢던지요.
하늘이 꾸물거리는 것을 보고도 우산 준비 안하고 외출한 저에게도 잘못이 있지만, 이 놈의 비가 봄비면 봄비답게 내릴 것이지 장마비 마냥 창살쏟아지듯 쏟아져서는 왜 나의 피같은 돈을 쓰게 만드는냐구요.

...새로 산 자주색 우산을 쓰고 집까지 10여분을 걸어오면서 생각했습니다.

'그래, 너 잘만났다. 너 내 피같은 돈 쓰게 만들었지?
내 너를 친히 아끼고 보살펴서 너의 살이 부러지고 너의 천이 찢어져 너덜댈때까지 쓰고 말리라.
앞으로 5년, 그래도 상태가 괜찮다면 10년은 내가 너와 동고동락 할테니 오늘 이 비는 그 시작이라고 생각하고 즐겁게, 즐겁게 맞으렴."

그리고 비는 그쳤고, 새로 산 우산은 멀뚱히 신발장 옆에 서 있습니다.

그런데, 도대체 우산을 얼마 주고 샀길래 생색이란 생색은 다 내고 궁상이란 궁상은 다 떠냐구요?

....뭐, 얼마가 중요한가요? 아직 필요없는 것 억울하게 사면, 궁상떨게 되는 거지요, 뭐...

고만 떠들고 얼마 주고 샀는지나 말하라고요?
...넵....쓰기 민망하지만,...거금 5천원 주고 샀습니다.쩝.

그래도요, 뭐, 저만 그런가요?
여러 선배 아줌니들께선 그런 적 없으신가요, 뭐?
집에 치약이 두 개나 있는데 까먹고 또 사도 땅을 치면서 돈 아까워 하는게 아줌니들이 아니던가요?

네? 저만 그런다구요?
젊은 것이 뭐 그리 궁상 떨면서 사느냐구요?

이이잉~~~전 아줌마는 원래 다 그런 건줄 알았다구요.
아줌니들, 꼬마주부 편 좀 들어줘요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