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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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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박자의 비밀


BY ps 2001-03-03


이곳, 로스엔젤레스,에서 동쪽으로 고속도로를 1 시간 20 분 가량
타고가다 내려서, 시골길을 50 분 가량 더가면, '워너 스프링' 이라는
조그만 동네가 나오는데, 이곳에는 양질의 유황온천과 골프장이 있어
일년내내, 주말에는 빈 방을 구하기가 어렵다. 온천과 골프장의
환상적인 콤비는, 동 서양의 아줌마, 아저씨들이 같이 주말을 보내기에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따로 놀기에.

미국 중년부부들도, 우리네 처럼, 소가 닭 보듯 하는 관계(?)가
생각보다 많다. 영화에서 보듯, 항상 손 잡거나, 뽀뽀하고, 그러지
않는다. 그저, 그게 일상화되어 겉으로만 자주 나타날 뿐이다. 마음 속은
우리네가 더 정겹다고 확실하게 믿는다. (우리의 '뽀뽀' 한번은
그네들의 '뽀뽀' 열번 이상의 의미가 있다. 정말 ? )

이 동네의 특이한 점은, 어느 방에도 테레비와 전화가 없다는 거다.
외떨어진 곳이라 핸드폰도 안 터지고, 꼭 전화를 쓸 일이 생기면,
입구 근처의 식당 안에있는 공중전화를 써야한다. 이왕 쉬러온거,
확실하게 쉬라는 배려이다.

방 안에 부엌시설도 없기 때문에, 식사는 보통 식당에서 사 먹는다.
양식이 입에 안맞아, 밑반찬들 준비해와 먹는 한국분들도 있지만,
하루, 이틀 정도 양식으로 때우면, 설겆이할 필요도 없고, 완전
일상사에서 해방이다.

몇 년전 봄, 마누라의 고교 동창생 여섯이, 이곳에서 부부동반으로
1 박 2 일을 지내기로하고 떠났다.

저녁을 끝내고, 모두 온천장으로 집합. 가로 약 10 미터, 세로 약
20 미터 정도로 큰 온천장의 한 쪽 끝에선 계속 새로운 온천물이 흘러
들어오고, 반대 쪽은 2.5 미터 정도 깊어, 수영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곳에서 한 시간 가량 몸을 풀고, 옷을 갈아입은뒤, ' 수다' 시간을
갖기로 하고, 제일 큰 방으로 모였다.

준비해간 맥주와 와인으로 목마름을 달래는데, 오랜만에 온천물에
호강한 몸들에 알코홀이 더해지니, 얼굴은 벌게지고, 눈은 풀어지고,
입은 헤퍼지는데...이건 완전히 천국이 따로 없다.

열두명이 이 얘기, 저 얘기로, 온 방이 시끌시끌 했는데, 어느 한 사람의
제의로, 둥그렇게 둘러 앉아, 순서대로 재미있는 이야기 하나씩을
하기로 했다.

재미있는 미국 조크도 나오고, 한국에서 막 수입된 농담도 나오고...
방사선과를 하고계신 윤 박사님은 매모그램(유방암 검사) 이야기를 해
남자들을 부럽게 만들고 (고 것 만지는 거 싫어할 남자 없겠으나,
직업적으로 하루 수십 번씩 만지다보면, 별 느낌이 없다나? 어쨌다나?)

여기서 잠깐 쉬면서, 나의 마누라 소개를 좀 해야한다. 이 사람, 참
순진한 편이다. (속된 말로 좀 둔하다) 처녀때, 집안 식구들 마저
이 사람을 '둔순이'라고 불렀단다. 하지만 머리가 나쁜 때문은 아닌것
같다. 명문여고를 나와 괜찮은 대학을 좋은 성적(자칭)으로 졸업한걸
보면. (왠 닭살?)

남들이 조크를 듣고 막 웃을 때, 내 마누라는 거의 항상 한 박자씩
늦는다. 때문에 나의 고생이 (?) 크다. 남들 웃을 때 일일이 설명
하느라 항상 바쁘니까. 가끔은 내가 부탁을 한다. '남이 웃으면 그냥
따라 웃어라. 그리고 이해가 안가는 부분은 내가 나중에 설명을 해줄께'
그래도 자주 늦는다. 나름대로 노력하느라고. (고마운 당신...)

방사선과 윤 박사님의 부인 차례가 왔다.
'저는 이야기 대신에, 퀴즈 하나 낼테니, 알아맞혀 보세요.
디즈니 동화에 (또 동화 타령!) 나오는 백설공주가 샤워하고 있는걸,
몰래 보고있는 일곱 난쟁이를 영어로 줄여서 두 자로 한다면 뭘까요?'
... 다들, 글쎄...고개를 갸우뚱...머리를 긁적... '모르겠는데요?'
'네, 정답은 "쎄븐-업" 입니다'
'와,하,하', '호,호,호', '킬,킬,킬'.....
모두들 배를 잡고 웃는데, 옆을 보니, 우리의 '둔순이'가 고개를 갸우뚱
하다가, 뒤늦게 막 웃는다. 이유를 아는 내가 장난스럽게 (아니,
취해서) 마누라에게 물었다. '"쎄븐-업"이 무슨 뜻인줄 알고 웃었어?'
웃다가 내 말을 들은 사람들, '둔순이'의 대답을 듣느라 조용해졌는데,
둔순이 왈, '좀 더 잘보려고, 뒤끔치 발딱 들고 서있는 광경이 귀여워서'
그 대답에 모두들 더 큰소리로 웃고...
("아컴" 회원 중에 순진하신 (?) 분들을 위해 보충설명 드립니다.
"쎄븐-업"은 일곱 난쟁이들의 꼬추 상태를 뜻합니다.)

같이 갔던, 나의 고등학교 선배 한 분이 물으신다.
'아니, 자네, 저런 분과 어떻게 애 넷씩이나 낳았나 ?'
'하,하,하', '호,호,호',....
마누라의 한 친구가 거든다.
'쟤네는 여태까지 네번 밖에 안했대요.'
'하,하,하', '호,호,호'.....
우리 '둔순이'도 계면쩍어하며 같이 웃고, 나도 빙그레 웃으며
속으로 한마디 해봤다.
'아, 그렇지만, 당신들은 모를꺼야.
침대위에서 내가 한 박자(?)만 늦추면 이 여자도 뜨거워진다는 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