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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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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동화2@@-팥쥐 콩쥐-


BY 더기 2001-02-28

안녕하세요.
최미희(美姬)예요.
모르시겠다구요.
......
사실 가명이구요. 사실은 팥쥐.....
벌써 인상부터 쓰시는 군요.
아름다움에 대한 갈망으로 이름을 바꾸고 평범한 여자로 살고자 했는데.....

언니들! 여자팔자가 뒤웅박 팔자라느니, 기집은 이쁘고 볼일이라느니... 이런 속설들 어떻게 생각하세요?
깨진 뚝배기같은 외모탓에 오랜세월 욕을 밥삼아 살아온 제 이야기 좀 들어주세요.

.....

뱃속 열달을 거쳐 최씨집안 둘째 딸로 제가 세상빛을 보았을때,
울엄니는 홀로 우셨답니다.
안생긴 외모탓에 처녀몸으로 재취자리로 들어온 울엄니.
그 외모를 제가 똑 닮았다는거 아닙니까!

울아버지 벼슬도 없이 시골에 눌러 앉아 있으면서 사람 좋단 소리 듣도록 궂은 역할 혼자 도맡아 '생긴대로 논다'는 수모를 겪어도....
"예전 마누라는 끅! 나긋나긋 곱디고와 흐흐흐...."로 시작되는 술주정을 웃어넘기면서도 ....흘리지 않던 눈물이 못난 딸의 얼굴을 보는 순간 그 평생의 절망을 담고 그저 하염없이....

고슴도치도 제새끼는 이쁘다고 울엄니 언니콩쥐보다 뭐가 이쁠까 사흘 밤낮을 고민해 내놓은 이름이 팥쥐.
발그레한 껍질 속에 뽀시시 하얀 속살.
콩보다 작고 앙증맞게 달짝지근하게 사랑받고 살라고....

근데 콩보다 큰 팥 보셨어요?
잘못삶아 죄 터져버린 팥마냥 먹성은 좋아 덩치만 크고...울퉁 불퉁.

울언니 콩쥐는 쥐눈이 콩마냥 까맣게 윤기는 반지르르 허리는 잘룩.
섬섬옥수 가늘고 흰 손에 옅은 눈웃음.
내숭 9단에 청순가련 10단!!!

속타는 울엄니 꽃신도 ??榮?신겨 보고 비단옷에 꽃댕기 혼자만 거둬 입혀도.
무지치마만 입어도 광채가 나는 언니에 비해 언제나 뒤뚱맞기만한 저였습니다.

결국 제속으로 난 자식만 챙긴다고 세상에 둘도없는 못된 계모의 모델이 되었죠.

저라고 장점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그린듯 꽃같이 수를 놓으면,
"굵은 손에 바늘은 쥐어지나? 제법이네! 하긴 재주라도 있어야지"

콩쥐언니 서툰 바느질엔
"저인물에 재주까지 좋음 죄받지! 암~ 생긴게 꽃이고 예술인걸!"

저까지 절망하면 어미맘이 더 아플까 언문에 심취하여 재능을 나타내면,
"머리에 든거 많으면 성질만 드세진다. 그나마 곰보라도 만나 머리라도 올리려면 나긋나긋한 맛이라도 있어야지.쯧쯧 차라리 모지라면 저 박색인줄도 몰라 좋을 텐데.하하하"

울언니 제 이름자도 못쓰면,
"여자 삼미중 최고가 백치미지. 미색에 고개까지 숙였으니 여자중에 제일이여"

안생긴 설움은 자라면서 여자가 되어 갈수록 점점 커졌습니다.

그러던중 마을 원님이 여는 마을 잔치에 처녀들이 초대 되었고,
상처받아 소심한 저를 부추겨 어머니는 성의 껏 차비를 하셨습니다.
솜씨 좋은이를 수소문해 옷을 짓고,이슬맞은 수세미즙을 내어 세안을 하고 경락 맛사지 까지....
그러나 허무하게도 제 어미의 모정은 하늘을 감동시키지 못했나 봅니다.
잔치가 목전에 오도록 저의 미모는 나아질 기미가 없었습니다.
결국 어머니는 좋은날 언니와 비교되어 절망할 딸을 위해 계략을 꾸미셨습니다.
뭐 아시죠? 밑빠진 독 같은거?

그리고 D-day.
나름대로 한껏 꾸미고 잔치에 나서니 그야말로 소설속 주인공이 된듯 황홀했습니다.
그러나 젊은 원님은 제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더군요.
거북한 표정을 애써 감추고 가벼운 눈인사.
그래도 그 늠름한 모습에 한참을 공상에 빠져 있었습니다.

그때
뭔 요사를 부렸는지 때깔좋게 꾸미고 나타난 언니.
순식간에 원님을 비롯한 수많은 남정네들의 영혼을 사로 잡고는 휙 사라져 버렸습니다.
꽃신 하나를 떨구고...
저는 보았습니다.
유치하게 꼬이는 스텝.
다분히 고의적으로 꽃신을 벗듯이 흘리고 사라지는 뒷모습.
제가 그랬다면,
"칠칠 맞게 시리.."
했겠지만 모든게 미화되어 스토리가 되고.
결국 신발 주인을 찾는 이벤트.

'220'. 이게 성인 여자 발 맞습니까?
결국 꽃신을 흘리고 간 저의는 '나잡아봐라' 였습니다.
우리마을에 230밑은 저 하나밖에 없는걸 영악한 언니가 몰랐을리 없죠.
저는 250. 구겨봐야 부질없는 꽃신이여!!(참고로 더기발은 240입니다. 제발 더기랑 헷갈리지 말아주세요!)

언니는 그렇게 갔습니다.
좀 되는집에 간다고 울엄니 욕얻어 먹으며 키워논 재산 혼수로 몽창 잡아먹구, 그렇게 갔습니다.
몇년뒤 형부가 평양 명기랑 눈이 맞았다는 소문이 들리긴 했어도,'돈아 너없던 시절 나 우찌 살았당가!'해가며 울언니 타고난 귀부인 행세를 하고 살았죠.

언니의 성공신화는 일약 세간의 화제가 되었고 언론의 힘으로 우리모녀는 극악무도한 계모와 이복동생으로 낙인 찍혀 그 마을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낯선 고을에 와서 나이는 차고 박색에 거들떠 보는이 없으니 울엄니 애가 타서는 있는돈 없는돈 끌어다 사윗감하나를 들이 대더군요.
엄마의 눈물앞에 전 그 깨진 뒤웅박을 잡았습니다.

가져온 돈이 바닥나자 남편은 본색을 드러냈습니다.
밥먹을땐 고개를 돌리고 있으라는둥.
그 얼굴 가지고 그세월을 휘두르고 다녔으면, 그건 숫제 범죄라고.
말이 갖는 그 잔인함....
결국 생긴 팔자대로 수긍하진 않으리라 박차고 나왔습니다.

인물좋은 과부에겐 온정이 쏟아져도 박색이혼녀는 모두 벌레보듯 하더군요.
악으로 버티다 성실로 부딪히고, 그동안 컴플렉스 안에 갖혀있던 제 열정을 끄집어 내었습니다.
막일로 시작해 장터에서 물건도 팔고 몇년 만에 포목점을 열었습니다.
중국서 들여온 비단을 팔아 성공의 반열에 들었고,최미희란 이름으로 여성학당도 열었습니다.

이제 어머니와 함께 여유로운 생활을 하지만, 제가가진 힘은 돈일 뿐이지요.
아직도 사업차 만나는 남자들이 지들끼리
"최미희? 개가 웃는다. 좋은 세상이여. 돈있으니 저얼굴도 들고 다니지!!"
하며 씹고들 하는걸 전들 모르겠습니까?

다른 사랑을 꿈꾸진 않습니다.
지금 형편이면 총각장가도 가겠지만(-^^-) 제 아이들에게 까지 팥쥐새끼의 멍애를 지고 살게 하고 싶진 않군요.
놀부의 자손들이 족보를 숨기고 살아가듯.

이 남자들의 세상에서 누구 하나쯤 팥쥐가 그랬구나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넋두리한번 해보았습니다.

언니들은 얼굴이쁜 친구내숭에 여자로서 자존심 밟히고,
얼굴팔아 시집가 돈자랑하는 통에 가슴앓이 해본적 없나요?
다시 태어나면 무조건 이쁜 여자로 살아보고 싶다고 속절없이 주저려 봅니다.
팥쥐 이제 미워 마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