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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심한 우울증을 앓는 20대 여성의 조력 자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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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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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BY 향기 2000-10-21

하루하루가 똑같다.
출근하고 일하고 먹고 자고...
너무나도 똑같은 생활. 사람이 보고 싶었다.
매일매일 보는 이들을 벗어나 다른 사람을 보고 싶었다.
그래서 거리로 나갔다.
참 많은 사람들이 특이한 걸음걸이와 눈빛으로
내곁을 무심히 스쳐지나간다.
그들을 유심히 쳐다보지만 아무도 내게 눈길을 주지 않는다.
마치 살아있는 마네킹 같았다.
그들속에서 난 마치 이방인이라는 느낌이 든다.
누구나 느끼는 그런 느낌일까?
어딘가에 속하지 못한체 혼자 따로 떨어진듯한 그런 느낌.
외로웠다.
이 많은 사람속에 많은 사람들과 웃고 떠들면서도
난 항상 외로웠다.

발길이 닫는 곳으로 갔다.
자가용이 없는 통에 버스를 타고 나를 모르는
내가 잘 모르는 곳으로 향했다.

4시 50분 발 인천 행... 그곳엔 뭐가 있을까?
그곳엔 어떤 사람들이 어떤 모습으로 살까?
같은 사람들이니 사는 모습 또한 같을텐데도
엉뚱하게 이런 생각을 한다.

해가 진고 있다. 진풍경이라고 해야하나?
왜 가을엔 해가 질때 하늘이 주홍빛으로 변할까.
그런 의아심을 품고 난 그 하늘속으로 빠져든다.
모든 어둠이 시작되고 세상의 그 밝고 환한것이
소리없이 사라지는 그 순간.
어둠과 밝음. 그런 것들이 교차하는 그 순간.

주홍빛으로 물든 하늘이 참 아름답다.
논에서는 볏집에 불이 붙었는지 연기가 올라온다.
주홍빛 해속에 많은 자동차들이 빠져나온다.
마치 그 해속에 본래 살았던 것 처럼...
그리고 그 차들은 자신의 위치를 알리려는듯이
자신을 스치고 지나가는 모든이들을 향해
환하게 웃는다. 앞에서 보면 그들이 보내는 그 웃음에
눈이 부시기도 하고 서글퍼지기도 한다.

처음이었다. 그런 인간이 창조해낸 그런 창조물에 대해서
아름다움을 느낀건.
그 차들이 내뿜는 그 빛이 무척이나 아름답게 느껴졌다.

인천에 도착했다. 알지도 못하는 그 거리를 정처없이 걸었다.
시장도 돌아다니고 백화점도 돌아다니고
그리고 하루가 갔다.

생각을 해본다. 내가 여기 왜 왔지?
건망증이 아니다.
내가 여기 왜 왔을까? 뭐 때문이었을까?
내가 무엇하며 사는 걸까?
'너 지금 뭐하니?' 스스로에게 묻는다.
할말이 없다.
'응. 나 일해'
'그래. 그것이 네가 진짜 하고 싶은일이니?'
'아니'
'그럼 넌 뭐하는거니'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속에서 난 항상 이랬다.

외롭다. 슬프다. 세상 모든이들이 내 마음을 몰라주는 것 같다.
그들에게 애원하고 싶지는 않다.
내 맘좀 알아줘...그러고 싶진 않다.
그들에게 속하고 싶다.
이방인처럼 느껴지는 이런 감정을 주체할수가 없다.
사람을 만나고 싶다.
진짜로 가슴 따뜻한 사람을 만나고 싶다.

그리고 그 사람과 얘기를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