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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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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죽헌에서


BY 김영숙 2000-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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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오란 은행나무아래서 허리를 굽혀 은행을 줍는 아낙네.
바람이 살짝만 건드려도 은행은 우우우 무리지어 떨어져 내린다.
은행 나무 벤취아래서 하루를 보냈다.
삼삼오오 짝을 이루어 한낮의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 .
가을이 무르익어 가는 오죽헌 곳곳에는 백일장에 참석한 사람들이 원고지를 들고 씨름하고 있었고, 잔듸, 그늘진 벤취에 앉아
이젤을 마주하고 있는 여인네들의 손길이 새의 날개짓처럼 하늘거린다.
'아, 가을이 가고 있구나!'
시큰한 마음 한 알 은행처럼 굴러 가슴 한켠에 쌓인다.
빨주노초, 물감들이 서로 엉킨 빠렛트처럼 나무들은 요란한 색채잔치를 서두르느라 여념이 없다. 그런데 감 하나 툭 지는 소리에
은행알 툭 떨어지는 소리에 왜 가슴에 텅빈 바람이 일까?
'이 가을이 가고 나면 무엇이 남을까?'
추수 끝난 들판처럼 텅 빈 허전함만 남아 나를 괴롭힐것 같다.
땀흘려 노력한 계절이 내게 없었던 탓일까?
마흔이 멀지 않은 나이는 무거운 돌덩이처럼 나를 짓누르고,
함께 이 세상 끝나는 그 순간까지 사랑하며 가자던 나의 반쪽의 약속은 너무나 어처구니 없이 무너져 내리고, 우리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다만 사는 날까지 함께 걸어가자고... 그렇게 우린 변해 버렸는데... 허수아비의 유폐된 몸짓처럼 나의 삶은 그렇게
가을 한 복판에 멎어있는 것이다.
오죽헌 뜨락에 수북이 잎들이 쌓여 늘 그랬던 것처럼 세월은 그 사이 켜켜이 엉겨붙고,사람들이 멀어져 간 경내에 바람만 대숲을 돌아 나오는 때, 아, 나는 또 얼마나 여윈 몸짓으로 떨어져 나간 깃털을 그리워하고 있을꺼나.
가을이 가고 있다.
사람들은 두 서넛 은행 나무 아래 벤취에 앉고, 몇은 돌계단에 엉덩이를 얹고 그리고 또 한 둘은 나무 둥치에 등을 기댄채 망연히 투명한 햇살 속을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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