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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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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수의 소나타


BY Suzy 2001-01-22

어느 날 무심코 뒤돌아보니 어느새 석양 길을 걷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무서운 속도로 질주하는 문명 속에서 손때묻은 문고리를 놓지 못하고 허둥대며 정신없이 내 몰리고 있었다.
외롭다거나 그립다고 투정 부릴 새 없이 푸르름은 빛을 잃고 시들어간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 누구나 다 그러하듯이 참으로 자연스런 일이다.

그러나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더냐! "나이 값" 이라는 게 따르기 마련이다.
사회적으로나 일반적으로 나이에 비례한 언행의 무게를 저울질하는 말이다.

모든 말과 행동에 "어른" 이라는 규범이 세월 속에 잔인하게 각인 되어 일일이 신뢰성과 책임감을 동반하고 따라 다닌다.

그에 따라서, 포기하고 싶을 때도 이를 악물고 끝장을 봐야한다, 비굴해 보일 가봐!
울고 싶을 때도 하늘을 보고 웃어야 한다, 강인해 보이려고!
도망치고 싶을 때도 죽을힘을 다해 두발로 강건히 버텨야 한다, 비겁하지 않으려고!

인공적인 용기, 겉멋 든 품위, 억지의 위선, 그리고 나이에 걸 맞는 교양-----
나는 이 모든 것으로부터의 해방을 꿈꾼다, 숫자의 사슬이 없는 나이의 해방 구!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세월을 오래 살았다는 의미일 뿐 인간의 본질이 변하지는 않는 모양이니!

가끔은 찢어진 청바지에 썬 글래스, 슬쩍 흘러내린 머리칼을 휘날리며 헐렁한 쟈켓 주머니에 손을 지른 채 낙엽속 도시의 가로수 밑을 걷고싶다.

그리고 아무렇게나 껌도 씹으리라, 추억의 노래를 허밍 하면 어떠하리------
그러나 나는 나이를 생각하고 움찔한다, 아니 그럴 수밖에 없다!

모두들 손가락질 할 것이다, ""분수를 몰라" "나이 값을 못해" "나이를 헛 먹었어" 등등.
그래서 나는 눈치보며 슬며시 주저앉을 수밖에 없다.

세월의 숫자가 나를 주눅들게 하고 내 삶의 자유를 구속한다, 무슨 죄 인 것처럼.

나도 "러브스토리"의 주인공처럼 눈밭에서 뒹굴고 싶고,
리키 마틴을 향해 "오빠!"를 외치며 열광하고 싶고,
빨간 염색 머리를 빤짝이 스프레이로 올올이 세우고도 싶다.

"미쳤어!" "돌았나 봐!" "제 정신이야?"
난 상상만으로도 감당할 수 없는 비난과 힐책에 몸서리친다,
그래서 꿈도 못 꾼다, 난 "어른" 이니까!!!

내가 단발 머리일 적, 내게 금지된 모든 것들을 열망할때는 세월이 해결해 줄거라는 굳은 믿음이 위안이 되었었다.

그러나 지금 어른이라는 꼬리표가 붙은 다음엔 위로가 될만큼 보장된 세월은 더 이상 남아있지 않다.

언제부터 내가 "어른"이었는지는 기억이 없다.
현실의 광기 어린 속도전 속에서 피 터지는 경쟁과 치열한 생존에 시달리다 어느 날 문득 뒤돌아보니 낭만과 꿈이 사라진 내 몫의 삶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어른"이라는!

버려진 희망의 단어들, 바래진 삶의 색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은 자존심.......

서글프다!
우리에게 주어진 "어른"이라는 이름으로 빼앗긴 자유, 잃어버린 꿈과 낭만, 죽을 때까지 벗을 수 없는 등이 휘어지는 삶의 무게.....

나는 어른이기 이전에 자유로운 인간이기를 바램 한다, 그리고 아직도 낭만을 꿈꾼다.......

목숨걸어 후회 없을 사랑도 꿈꾸고, 내 글 한 줄에 눈물짓는 시도 쓰고싶다.

어디 그뿐이랴, 열거하자면 끝이 없다.

빨간 스포츠 카를 타고 아우토반을 무한속도로 달리고 싶고,
영화속 주인공처럼 비단 옷자락을 끌며 지중해 바닷가를 맨발로 걸어보고 싶다.

파바로티 아저씨의 폐부를 훑어내는 테너에 심취한 채 곤도라에 몸을 싣고 이태리의 베니스에서 잠들고 싶다.

스페인의 구엘 공원 벤치에 누워 바람과 구름, 태양과 어우러진 가우디의 자연주의를 만끽하며 자유를 심호흡하고 싶다.

화려한 뉴욕 뒷골목 할렘에서 피부 검은 자매의 영혼을 흔드는 쏘울에 가슴 치며 울어버리고도 싶다.

내게 금지 된 모든 것 들을 슬퍼하고,
내가 놓쳐버린 세월을 한탄하며,
내가 잃어버린 모든 것 들을 애도한다.

늘어나는 흰 머리칼을 헤이며 이밤 나는 사색에 잠긴다.

강은 흐를수록 폭이 넓어지고 산은 오랠수록 숲이 깊은 법,
세월의 주름살을 감춘 겹겹의 짙은 화장을 지우고 한줄기 바람에 가슴을 달래야겠다.

여기는 급행열차는 서지도 않는 텅 빈 간이역---
마르지 않는 그리움으로 오늘도 무엇인가를 기다리며 깃발을 흔든다,

그러나 왠지 서늘한 바람이 가슴에 인다.

채워지지 않는 허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