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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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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기적인 사모님 모임


BY jys1757 2001-01-16

어제는 전국적으로 눈이 많이 왔다. 내가 사는 대구에도 어울리지 않게 눈이 제법 내렸다. 다른곳에는 특히 서울을 비롯한 중부지방은 연일 내리는 눈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었다. 오늘은 사모님 모임이 있는날이라 간밤에는 걱정을 많이했다. 우리가 모이는 그곳은 눈이 오면 길도 꾸불꾸불하고 도로가 안 좋아서 차를 운행하기가 몹시 힘들었다. 그리고 내가 여러사람을 책임지고 모셔드려야 하기 땜에, 난 몇번이나 창문을 열며 확인해야만 했다. 다행히 날씨가 따뜻해서 눈은 하루가 지나니 금방 녹아버렸다.

아침에 난 붉은색 한복을 곱게 차려 입고, 그위에 주황색의 두루마기도 갖쳐 입었다. 신발은 흰색구두를 신었다. 머리는 짧게 카트하고... 분단장도 평소보다 더욱더 신경써서 했다.내가 차를 운전하여 약속장소에 나가니 사모님 네분이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는 낄낄거리며 한복에 어울리지 않게 거리낌없는 대화를 나누었다. 거기까지는 너무도 흔쾌하고 즐거웠다. 얘기의 본말은 여기부터니까-
그곳에는 행장사모님과 간부사모님을 비롯하여, 이백오십여명이 대강당에 모였다. 인사말을 비롯한 대충의 행사가 끊나고,진행자가 "지금부터 새로이 지점장이 되신 사모님의 인사말씀이 있겠습니다" 나는 너무도 긴장되었다. 어떻게 말해야하나 계속 입속으로 되뇌이며, 연습에 연습을 하고 있는데, 사람들이 후루룩 앞으로 나가고 있었다. 나도 자리에서 일어나, 강단의 층계층계 계단을 내려서 맨앞의 마루바닥을 밟는 순간 신발이 미끄러워 그만 카당하고 천지가 진동하는 소리를 내며 넘어지고 말았다. 순간 난 아무 생각이 없었다. 70키로가 넘는 내 체구는 어이없게도 강단의 넓디 넓은 빈공간에 널부러져 있고, 손에 조그맣게 든 지갑은 인정사정 없이 저 멀리 던져져 있다. 순간 난 지갑을 가지려 가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엎드린 채로 지갑을 주으려 갔다. 순간 내귀에는 모든 사람들의 폭소가 일제히 터지는 소리를 들었다. 몸을 추스려, 대중 앞에서 인삿말을 해야 하는데, 남편의 지점과 이름 그리고 내 이름을 밝혀야만 했다.
세상에 내가 이런일을 당해야 하다니, 모처럼 입은 한복이 유죄일까? 내평생에 이런 황당한 일은 다시 없을 것이다.
간부사모님을 비롯한 모든사람에게 내 남편의 이름을 확실히 각인 시켰으니-
난 진행자가 "바닥이 미끄럽죠"하는 말을 귀밖으로 흘려 들으며 그곳을 빠져 나왔다. 원망스럽게도 하늘은 너무도 푸르렀다.
오! 하느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