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남편에게 여자가 있었다. 그친구 아닌 다른 여자 말이다.
여러 사람들이 그네둘이 함께 차를 타고 다니는것을 보았다.
내가 봤을때는 그여자가 운전하고 있었다.(지 마누란 면허증도 못따게 하더니)
그 친구는 남편을 거의 신처럼 떠받들고 산다.
그는 나이차가 많기도 하지만 거의 사이비 교주처럼 군림하고 산다.
그가 친구에게 해주는건 기분에 맞는 말 몇마디(돈이 필요할때)나
수시로 걸어주는 전화(외박할때)가 전부이다.
그녀는 그걸로 대만족이다.
전화 할때마다 보란듯이 자랑도 서슴치 않는다.
"그인 아마 나 없으면 하루도 못살거야"(웃기지 마라)
"그인 내가 바람 날가봐 자기 주머니에 넣고 다니고 싶어해"(착각은 자유다)
"나 피곤하게 자는데 방해될가봐 그인 따로 자"(그렇게라도 위로해라)
그녀의 과장된 해석이 안타깝다.
문제는 진실을 일깨워줄 친구가 없다는데 있다.
아니- 그런 사람이 없는게 아니다.
누군가 솔직하게 충고 한다면 그 사람은 각오해야한다. 그녀 남편으로부터의 수모를...
(그친구가 남편에게 모두 일러바친다, 보태서...)
주변엔 아무도 가슴을 터놓을 상대가 없다.
그리고 터놓지도 않는다. 그녀 자신이 쌓아놓은 자존심과 허구의 성이 너무 견고하였으니...
난 때때로 혼란스러웠다.
정말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하는걸가?( 일주일에 3일은 출장이란다)
그것도 그는 퇴직한 말단 공무원일 뿐이었다.
"나라에서 필요하다니 어쩌겠어?"
그녀는 자랑겸 푸념겸 잦은 출장에 대한 변을 늘어놓는다.
모두가 의심스런 얼굴로 고개를 갸웃해도 그녀는 천연덕스럽게 커버하기에 바쁘다.
그러나! 그러나 말이다.
그렇게 말한 그녀는 남편이 출장?간 그날부터 하루 이틀 사이에 몸이 눈에 띄게 축나는 것이었다.
거의 숨넘어가는 소리로 전화를 받는다.
아프단다. 이유는 많다. 체해서, 골치가 아파서, 불면증...등등으로...
내가 그친구를 외면할수 없는 이유는 그녀가 오직 속내를 아주 조금 여는 유일한 사람이 나이기때문이다,
내가 병원에 오랫동안 있을때는 우리애들 한테 김치까지 담아다 날라주었다.
사실 그보다 더큰 이유는 내가 그녀보다 많이 갖은 미안감 때문이리라.
우선 독차지?할수 있는 남편이 있고,
착한 두딸에 튼실한 아들까지...(그녀는 아이가 없다)
그녀를 볼때마다 난 미안해했고 져주었으며 모든일에 우선권을 내 주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내가 갖은 행복에 안도했다.
그녀는 뼈와 가죽만 남아 퀭한 눈으로 송장처럼 빈집을 지키고 있었다.
이제는 남편이 들어오는날보다 안오는날이 더 많아졌다.
누군가와 동업으로 사업을 벌였다고 집도 팔어갔다.
그래도 친구는 신앙처럼 남편을 믿었다.
아니- 믿고 싶었다고 말하는게 맞을것이다.
남편이 없을때 그녀는 먹지도 않고 잠도 안잔다.
일종의 자학은 아니었을가?
남편이 나타나 병원에 태워갈때까지 그냥 그러고 버틴다.
관심을 끄는 방법이었을가?
남편은 화낸다. 그녀는 행복해한다.
그녀 표현대로라면 아내가 죽을가봐"껌벅" 죽는단다.
며칠만인가 돌아온 남편이 한번만 병원에 데리고 가면 씻은듯이 낫는다.
남편의 입맛을 ??杉융?날라 다닌다, 언제 아팠냐는듯이...
어느날 나는 진지하게 말했다.
"넌 속고 사는거야" 그러나 그녀는 힘없이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도 괜찮아, 내가 그러고 싶으니까..."
그녀에겐 지금 아무것도 없다. 눈먼 사랑 빼고는...
그러나 그녀는 그사랑을 목숨처럼 믿고 있다.
난 느꼈다!
사람마다 목숨걸 자리가 따로 있었구나---!
그리고, 나는 희망한다.
그녀가 생명처럼 소중히 여기는 사랑이 이땅에 정녕 존재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