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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만 듣던 티켓 다방


BY 임진희 2001-01-03

며칠전 남편이 말했다.

여보 ,일이 있어 홍천에 가는데 함께 가지 않겠어. 바람도 쐴겸 같이

가자는 말에 순순히 그러자고 했다.

아침 일찍 출발해서 일을 보면 그쪽에서 점심을 먹고와도 오후에

잠시 사무실을 들릴수 있을것 같았기에 서둘러서 출발했다.

새로 뚫렸다는 길로 가니까 막히지도 않고 시원하게 달려서 두시간

후에 목적지에 도착 했다.

확인 해야 하는 번지를 잘 몰라서 부동산 아저씨를 만나려고 전화를

했는데 다방으로 오라고 했다.

시골 다방은 정말 오랫만인지라 옛 생각만 하면서 들어 갔다.

일층에 있는 다방은 난로 불이 따뜻하게 느껴지는 곳이 였다.

둘러 보니 나이가 지긋 하신 아저씨들 몇분이 앉아 계셨다.

나는 남편과 함께 앉지 않고 앞쪽에 혼자 앉아서 텔레비젼을 보며

남편과 만나고 있는 아저씨의 이야기를 등뒤로 듣고 있었다.

생각 없이 보면 부부가 아니고 따로 따로 들어온 사람 같이 보이기도

했을것인데 처음에 문을 열고 들어 갈때 눈이 마주친 아가씨는

눈치를 챈것 같았다.

잠시 앉아 있노라니 배달 나갔다 들어 오는 아가씨들이 대 여섯명이

나 되었다.

자기들끼리 부르기만 하면 어디든 간다며 떠들고 있었고 모두 인조

속눈썹을 붙이고 나이는 이십대 전후로 보였는데 지키는 남자인지

젊은 남자도 한사람 있었고 주방에는 내 나이 또래의 여인이 차를

만들고 있었다.

땅 위치만 알면 될텐데 아저씨의 이야기는 길기만 했다.

그사이 새로운 손님인 남편을 보고 나중에 들어온 아가씨가 주방을

보며 외쳤다.

언니 나 쥬스 마시고 싶어, 쥬스 만들어줘.

그러자 다른 아가씨도 나도, 하면서 눈치를 보았다.

그러나 어쩌나, 내가 다른 의자에 앉아 있는 부인이라는 것을 눈치챈

아가씨는 말없이 내 눈치를 보고 남편은 멀뚱한 표정으로 자신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이 좁은 면 소재지의 테이블도 몇개 되지 않는 곳에 무슨 아가씨들이

이렇게 많은가 .

만일 나와 함께 가지 않았다면 외지에서 온 남편은 쥬스값은 물론이고

아가씨들에게 둘러 싸여 즐거운 한때를 보냈을지도 모르겠다.

언젠가 서세원의 좋은세상 만들기란 프로에서 어느 할머니가 말씀

하신것이 떠올랐다.

할아버지가 다방 출입이 잦아 ?아가 보았더니 아가씨들이 할아버지

귀를 후벼주고 있더라는 얘기였다.

얼마나 속상 했으면 다방까지 ?아 가셨을까. 다방에 있는 아가씨들

을 보면서 시골에서 농사짓는 분들을 대상으로 이렇게 많은 아가씨들

이 과연 필요한 건지 의문이 갔다.

규모로 보면 혼자 해도 무방 할것 같은데 왜 이런 장사를 묵인 해

주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서울에서 없앴다는 영업을 이제는 시골에서 편법으로 하고 있는것

같았다.

그 부근에도 몇개의 다방 간판을 보았다.

언젠가 친구들과 대천 해수욕장에 갔을때도 웃지못할 다방 간판을

본적이 있다.

이름하여 따르릉 다방이라 씌여진 것인데 이십사시간 영업 이라는

문구를 보고 아니, 잠도 안자나 무슨 24 시간 배달을 하냐고 우리

끼리 웃음을 참지 못했던 적이 있다.

세상을 살자면 참 여러 직종에 종사 하며 사는 분들을 보지만 이렇게

딸과 같은 아이들을 데리고 돈을 버는 분들을 보면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돈 버는것도 좋지만 당신 자식들에게 떳떳한 마음으로 말 할수 있는

일을 해야 할것이라고 생각 한다.

앞뒤로 왔다 갔다 하면서 수다를 떨고 있던 아가씨들을 뒤로 하고

아저씨와 함께 현장에 도착해서 남편은 땅을 살펴 보고 설계를 잘

할수 있을지 보고 나서 군청에 가서 문의를 한 다음 일은 끝났다

돌아 오는 길에 무얼 먹을까 하고 차를 타고 서울쪽으로 오다 시골

밥상이라는 보리밥집에 들어 갔다.

그곳은 한옥으로 된 집인데 언젠가 한번 먹은적이 있는 곳이다.

방안은 한지를 발랐는데 낙서를 할수 있게 해 놓아서 ?아온 사람들이

방안 가득 글을 써 놓아서 기다리는 동안 읽어 보았다.


그 중에 이런 글이 보였다.

돈 많고 명 길은 과부 구함 그리고 밑에는 진짜인지 모르지만 핸드폰

번호가 쓰여 있었는데 재미 있는것은 그 글을 읽은 다른 사람이 쓴듯

{ 야 이 미친놈아 돈 없고 늙은 과부나 ?아라 , 너 비아그라 먹었냐}


방문 해준 기념으로 글을 남기라고 했을터인데 주인의 의도와는

빗나간 글이 눈에 띄니 나도 정말 어쩔수 없는 사람인가 보다.

남편에게 읽어 보라고 하며 만일 내가 오지 않았으면 당신 아까

바가지 썼을거라며 놀렸다.

애초에 다방에 갈 생각도 하지 않았지만 번지를 ?지 못해서 들어간

것이다. 부동산 아저씨는 아마 사무실은 없고 핸드폰만 가지고 있는

모양이었다.

아무튼 말로만 듣던 티켓 다방을 눈으로 확인 하고 나이 어린 아가씨

을 보면서 기가 막히기도 했다.

아버지뻘 되는 늙은 아저씨들 옆에 붙어서 마음에도 없는 아양을 떠는

것을 난생 처음 보기도 했는데 기분은 좋지 않았다.

내 딸만 아니면 괜찮은 건지 이 세상 남자들의 마음을 모르겠다.

?는 사람이 있으니까 작은 다방에 아가씨들이 그렇게 많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