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이 버스기사의 행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520

진악산 아랫 마을


BY mujige.h 2000-09-25

그 골짜기엔 내달리는 바람이 유별나지

지금은 초겨울 문턱

바람은 그렇게 색갈을 입고 내달릴 테지

내 키보다 높게 자란 억새풀 물결치듯 흔들리면

파도소리 들리지 쏴_________아_____악______

꿩이 많은 그곳엔 바람에 놀란 까투리가 푸덕 푸덕 날아 올라

깃털도 흘렸다

왼 고을을 끌어 안고 젖줄을 물리며 생명을 키우던 어미처럼

높이 앉은 그 산도 아주 천천히 갈색빛으로 덮혀 가겠지

한 시름 덜어 가며..

내달리는 바람이 산 어미 가슴을 문지르며 낙엽을 털고

맺힌 도토리 투둑 투둑 털어 내려

하얀 수건 두른 벙어리 할머니 쉽게 푸대자루 하나 가득 채우시겠다

오늘같이 흐린날은 개울 소리 유난하게 크게 들리는 곳이다

그 개울안에 다슬기 들은 얼마나 늘었을까

밤에는 반짝이는 반딧불이 춤을추고 뒷터에는 인기척 없는시간을 틈타서

꿩이 내려앉고 토끼가 길을 잡을 텐데....


총을 어깨에 지고 사냥을 하러 산을 오르내리던

그 아저씨들은 아직도 그미운 포인터 두마리를 데리고 다니고 있을까

포획물없이 터덜거리며 산을 내려 오는 모습 뒤에서

가슴을 쓸며 안도의 숨을 쉬곤 했었다


솔향기 가득히 골을 메우고 넓은 뜰에 나무들은 더욱 실해 졌을게다

어린 밤나무와 대추 나무에 열매가 달렸을텐데.....

맑은 생수 흐르는 샘터에 올려진 으름 덩쿨에 으름이 아직도 남아 있을까

백년이 더 됐다하는 아랫집 감나무엔 아직도 따내지 못한 감이

주렁주렁 달렸을 것이다

그집에 아주머니의 밭농사는 어찌 되었을까

여름장마에 고추농사를 망쳤노라고 연락이 왔었는데

콩농사 깨농사는 잘지으셨는지 궁금 하다

꺽은 고사리 말려 두고 들깨농사 지어서 기름을 내려두고

나 오기 기다렸다 한 보퉁이 냉큼 내어 주시는

아랫집 아주머니의 주름진 웃음과 따뜻한 인정이 그뜰에 가득한곳.

사철 신고 사시는 물색 나이론 슬리퍼가 일년이 되어 가도록 마음에 남는다

올해도 김장 배추 농사를 하셨겠다

그밭의 배추포기는 탐스럽기도 했는데...

시간이 나를 묶었는지 전화 한두번으로 안부만 묻는 나의 성의 없음에

스스로 부끄럽다.

이 해가 다 지나기 전에 그곳에 한번 다녀 와야겠다

그 고을에 내달리는 바람을 온 몸으로 안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