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미리 동생이 우리 아이들을 봐준다고 했기에
정말 혼자만의 시간이 되었다.
남편은 출근하고 아이들은 동생에게 맡기고
집안 청소를 대충 하고 집을 나섰다.
어디를 가야겠다는 목적지도 없이 그냥.
집에만 있는 나로서는 혼자만의 시간에
집에만 있는다는 것이 왠지 아까운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막상 집을 나서니 더 서글퍼짐을 어찌하랴
다들 우리 나이쯤 되면 아이들 키우느라 정신이 없어
어디 한번 외출 하기도 힘들다는것을 알기에 친구를 부를수도
없고 그렇다고 혼자서는 분위기 좋은 찻집에 들어가지지도
않는다.
이런 나를 친구는 주변머리도 안되면서 가을을 탄다고 뭐라고
한다.
결국 나는 시장으로 들려 큰아이 잠옷 만들 원단을 사고
작은아이 놀이복 만들 원단도 사고 여기 저기 눈요기를
하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를 탔다.
돌아오는 길에 시에서 조성해 놓은 공원에 흐드러지게 핀
색색깔의 코스모스를 보며 아이들 데리고 와서 사진 찍어
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결국 아이에게서 벗어나 자유를 누리고 싶었지만
그자유 마저도 아이들을 위해서 사용하고 마는 나자신이
안됐기도 하고 한편으론 웃음도 나온다.
'이러나 저러나 기분만 전환되었으면 그만이지'하고 나를
다독여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