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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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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 남자와 사는 이야기-5 ###


BY 장현숙 2000-12-28

"가 봐서 사람 없으면 전화 할께요."

무슨 소리냐구요?
아들 둘 머리 깎으러 가면서 남편 한테 하는 소리예요.
아이들 머리 깎은지 한달이 채 안 됐는데 또 머리 깎을 때가 된거 있죠?
머리 깎으러 갈때마다 아이들에게 하는소리-

"너희들은 먹는게 죄다 손톱하고 머리털로 가는가보다."

아차! 얘기가 딴 길로 샜네요.
남편은 매주 토요일이면 두 아이를 데리고 목욕을 가거든요.
머리 깎을때가 되면 목욕탕에 있는 이발소에서 머리도 깎구요. 그런데 저번에 머리를 깎고 와서는 남편이 투덜대는거예요.

"내 다시는 거기서 머리 안 깎을끼다."
"무신 이발비를 그래 올려 받노?"

"그게 무슨 소리유?"

사연인즉은 그 동안 다녔던 이발소 주인이 다른 사람에게 이발소를
인계하고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갔대요. 그런데 인수받은 새 주인-남편말에 의하면 친절하자도 않으면서 이발비는 무려(?) 2000원이나 올려
받드래나.

"그럼 당신 앞으로 머리는 어디서 깎을거유?"

"뭐, 딴데 알아보든가 해야지 뭐...'

'그럼 당신도 미장원에서 짜..." 내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씰데없는 소리 마라. @-(50대의 남자가 하기엔 좀 뭐한 소리라 할수없이) 팔리게 여자들 다니는 미장원에 우찌 가노?"

"그럼 어떡할건데..."

"뭐 딴 이발소 알아보지."

그러다 어영부영 시간은 가고 머리깎을 때는 되고
내가 머리 깎아야 되겠네 라고 얘기할때마다

"알았다. 내가 알아서 할끼다."하면서 신경질을 내는거 있죠.

참 내 기가 막혀서 내가 이발소를 이사시킨것도 아니고 이발비를 비싸게 받은것도 아닌데 왜 나한테 짜증을 내냐고 한 소리 하고 싶었지만
꾸욱 참았죠.

"@이 무서워서 피하나? 더러워서 피하지.안 그래요?"-그런데 우리 남편이 이걸 보면 뭐라고 할까? 아마도 분명히 이럴꺼다.

"니.간이 배 박에 나왔나?"

미용실에 갔더니 마침 사람이 별로 없드라구요.

"사람 별루 없는데 빨리 오이소."

내 전화를 받고 미용실에 나타난 남편은 머리 깎는 내내 벌레 씹은
사람처럼 굴더니만 미용실 문을 나서며 한다는 말씀.

"내 머리털 나고 미장원엔 처음이다."

어쨋거나 남편은 @하나 아니 반개도 안 팔리고 머리를 깍았고...

그런데 어제 저녁 퇴근 해온 남편은 집안에 들어서자마자

"바라 바라,이제 내 머리 깎는거 해결 됐다. 아파트 입구에 미장원이
하나 들어섰는데 남성 전용 미용실이라카더라. 궁하믄 통한다 카더이."

남성 전용 미용실 생긴것이 뭐 대단한 일이라도 되는듯 얘기하는 남편의 모습이 우스웠지만 꾹 참고 한마디 했죠.

"증말 그렀네. 그 미용실 아마 당신 위해 생긴걸꺼야."--글쎄 때로는
지극히 단순해 지는 남편과 수준 맞춰가며 사는 재미도 쏠쏠하니 괜 찮더라구요.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