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에 출장을 간다며, 차를 두고 간 남편에게서 전화가 왔져.
삘리리리리~
"엽세여~"
"뭐하노? 날씨도 존데, 아들델꼬 나와라!"
'구들장지고 X-ray찍으까? 신랑하고 데이트하러 나가까? 흠...'
잠시 갈등을 때렸지만 날씨가 넘 좋고,
혹, 나오라캐서 맛나능 거 사줄라나?
아님, 구리수마수 선물이라도 사줄라나?
남극, 북극이 근처 가기만 하면,
'철커덕' 달라붙는 자석같은 눈꺼풀을 뜯으면서
옷을 챙겨입고 시내로 나갔져.
왓따매! 무신 인종들이 글케나 많대여?
시상에...대구에 사는 인간들이 다 겨 나온 줄 알았다니까여.
차라는 차는 또 다 삘삘 돌아댕기는 듯 했구여.
오가는 사람들 신발 사이로 풀풀 날아댕기는 광고지들...
도로 도배한 줄 알았어여. 크기별루...
오늘 대구에서 첫째가는 극장-한일극장이 몇 년의 공사 끝에 오픈을 했고,(7관꺼정 있더라구여. 이제까진 한 건물에 5관까지 있는
중앙시네마가 한단계 내려가는 순간임다)
또 교보문고가 그 건물에 생겨서 오픈하는 날이라는 거여여.
교보문고 입구엔 건드리면 웃음을 띠면서, 띵띵한 배둘레햄으로
춤을 추는 산타가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져.
연말이 되면 사람들의 표정이 밝아지져?
여지껏 서점에 가도 책을 글케나 많이 산 적은 없었는데,
이것저것 고르다 보니, 거의 십마넌에 육박하는 책들을 손바닥에 뻐얼건 줄이 설 정도로 무겁게 들고 왔네여.
(이긍 ~ 무거라! 차갖고 갈껄! 미련하게 차없는 날 일케 무건 책을 글케나 마이 사다니...하여간 머리가 나뿌마 손발이 고생이재!)
서점을 돌아댕기다 나오니 배가 고프기도 하고,
쉬고 싶기도 해서 이른 저녁시간이었지만,
분식점에 가서 떡볶이랑 군만두랑 떡만두국을 셋이서 먹었져.
'맛있능거 사줄래나 기대한 내가 잘못이재.
이궁이궁~ 치아라! 고마!
내중에 내 묵고 싶은 거, 내 손으로 사묵고 말재. 흥!!!
그래도 저녁 준비 안해도 되고, 설거지 안해도 되능 기 오데야?'^^
신랑은 참 이상한 남자예여.
갈비집가서 갈비뜯을 땐 몇마넌 쓰면서,
분식집오면 몇처넌아낀다고 달랑 2인분 시키능 거 있져?
(아들은 사람도 아녀여? 자기랑 나랑은 1.5인분씩 묵는 사람이면서..)
결국 지한테 찌리리릿! 눈총을 받고서 만두를 추가했져.
묵고 나와선 소화시킨다고 한참을 걸었네여.
걷다보니, 결혼 전에 친구랑 친구신랑이랑 예비신랑(남편)이랑
만나서 드갔던 나이트크럽도 보이면서 옛날 생각이 나는 거예여.
D호텔 나이트를 가리키며,
"당신! 저기 생각나재?"
"뭐어? 저기 나이트 크럽말이다."
"웅?... 생각안나는데..."
'이론이론...잉간이? 고 것을 까묵었단말가?
도대체 그 머리는 우찌된 머리고? 모자쓰라고 달고 있는 기가?
아님, 팔다리 구색맞추는 악세사리가?'
"와! 있잔아! 내 칭구! 키작은 아! 걔하고 걔신랑이랑 같이 갔었자나!"
"...그랬나?"
에잉~ 김새네...
그 날! 술이 떡이 되도록 마시고, 허리가 뿌사지도록 흔들고,
갈비뼈가 으스러지도록 안고 블루스를 추지 않았던가?
아! 시간의 무정함이여! 세월의 무상함이여!
저 잉간의 머리 속에는
저 나이트크럽에 대한 추억이 항개도 없단말가?
나이트! 이런 데가 우예 생??노?
저기 가본지가 언제야? 블루스라 카는 거를 우예 추노?
집으로 돌아오는 좌석을 타고 왔져.
밤에 차창으로 번쩍거리는 네온을 봄서,
좌석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날은
항상 혼자 만의 상념에 젖어드는데여,
고 것은 결혼식을 앞두고 혼자 이 가게 저 가게 다님서,
신랑의 속옷을 고르고 골라서 한보따리 사들고 들올 때 였져.
친정집에 오빠가 줄줄이로 있고, 남동생이 줄줄이 있지만,
남자 난닝구, 빤수, 이렁 걸 사본 적이 있어야져.
신랑이 덩치가 크니깐 무조건 젤 큰 치수를 샀는데,
난닝구는 팔달린 걸 입는지, 팔안달린 걸 입는지,
삼각빤수를 입는지, 사각빤수를 입는지,
뚜라이를 입는지, 빅맹을 입는지,
또 사각 빤수에 앞트임이 있는 걸 입는지, 없는 걸 입는지
지가 워캐 알겠슈?
아! 빤수, 난닝구 사기도 진땀이 났다니께유~
같이 가서 사지니깐, 지 속옷매장엔 죽었음 죽었지, 못간다는 거여여.
남자가 생기다가 말았나?
누가 여자 속옷 매장에 남자가 따라감, 누가 잡아 묵는대?
오데가 싼 가겐가 싶어 여기 기웃, 저기 기웃거리고,
아가씨가 남자 속옷을 달라는 것이 왜 그리 쑥쓰런지...
이마에 땀이 주르르 흐르고, 등에 진땀을 한바가지 흘린 후에,
종이 쇼핑빽에 신랑 속옷 한보따리, 지 속옷 한보따리를 안고,
혼자 집으로 가는 좌석을 탔는데,
신랑이 갑자기 왜 그리 보고 싶던지...
눈물이 핑~도는 거여여.
옆에 없다는 사실이 왜 그리 허전하고 외로운지요?
결혼 준비한다고, 퇴근 후에 만나서 이것저것 같이 사러댕기구,
지도 모리는 사이에 정이 들었나봐여.
데이트랄 것도 없이 벙개불에 콩굽듯이 날을 잡았는데도 말여여.
(ㄲㄲㄲ 그 생각을 함서, 옆자리에 앉아 자는 아들의 머리를 받친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신랑의 얼굴을 빙긋이 웃으며 바라봤네여. 내 웃음의 의미를 아는지, 모르는지...^^)
요즘요?
집에 있음 든든하구, 없음 편하구 글쵸머...ㄲㄲㄲ^^
함튼, 신랑의 난닝구와 빤수는 지 손 안에 있소이다!
음허허허허허허...(난닝구와 빤수만 내 손안에 있남? ㅋㅋㅋ ^^*)
난닝구 팔 달린 거 좋아하는지, 팔안달린 거 좋아하는지,
앞트임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삼각을 좋아하는지, 사각을 좋아하는지,
뚜라이를 좋아하는지, 빅맹을 좋아하는지,
8년 살아봉께, 답이 딱! 나오더라구여.
고 것만 아나유? 더한 것두 알쥬! ^^
헌디유!
8년을 살아도 알 수 엄는 것이 있는데,(아니 팽생을 살아도 모릴껄?)
악세서리로 달고 있는 그 머리 속엔, 무신 생각을 하는지,
쿵덕거리는 심장 속엔, 무신 맘이 들앉았는지...
통~ 알 수가 있어야져.
말을 원체 잘 안하는 잉간이다보이... 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