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자마자 부리부리한 두 눈에 선명한 쌍커풀을 자랑하던 우리 달이가 나의 뱃속을 떠나 이 세상으로 나온지도 어언 5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달이를 데리고 밖으로 나가면... 달이의 모습을 본 주위의 사람들은 연신 감탄을 자아내었다...
"우왕.. 너무 예뻐요..."
수퍼에서 물건을 사면...
"물건만 가져가시고 애는 두고 가세용..."
그랬다...
그리고...집으로 찾아오는 손님들도...
"어머.. 어머.. 눈 봐..얘 눈 좀 봐..."
하고 쌍커풀 진 큰 눈을 보며 눈물을 흘리며 탄복했다....
어디 그 뿐인가...나를 찾아온 고등학교 동창들은...
"야.. 생모 찾아온다...아~한테 너무 정주지 마라..아이믄 생모가 몬 찾게 아예 이민을 확 가뿌리던가.."
"나는 니하고 아~하고 한개도 안 닮아가 너그 신랑이 윽시 잘 생??는줄 알았는데..사진에 보이 그기 아인데.. 아~가 정말 바??는갑다."
하고 한 마디씩 했다...
갓난애기들이 다 일케 생겼으려니했던 나의 처음의 생각이.. 내가 세상에서 젤루 이뿐 아기를 낳았나부다 하는 오만으로 바뀌었다..은연중에 밖에 나갈때에도 아무리 찬바람이 불어도 애기 얼굴을 만천하 사람들이 다 보게끔 쏙 내놓고 댕기는 습관이 생겼다.. 상당한 미모를 자랑하는 날씬한 엄마들이 몬생긴 아기를 델꼬다니면 은연중에..
'우하하하하.. 저렇게 이뿐 여자가 조렇게 몬 생긴 아기를 낳아뿌다니... 내가 재주가 좋긴 좋아..."
하고 으시대는 습관이 생겼다...
그러면서..."부모랑 하낫도 안 닮은 이뿐 아기 낳는 신비의 묘책"을 강연하러 다니며 떼돈을 버는 나의 모습도 상상했다..이미지 태교용으로 쓰시라며 강연에 참석한 이들에게 달이의 이뿐 모습을 담은 엽서를 나눠주는 모습도 상상했다..
그러나....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
어느날 갑자기 그 이뿐 달이의 양쪽 볼에 벌겋게 부어오른 자국이 생기더니.. 피부도 터실터실해졌다..
남편에게 물었다...
"병규야.. 이게 뭘까?"
남편은 모른다고 했다...
나는 인근의 초록소아과에 가서 원장님을 붙들고 물어보았다...
"원장님.. 이기 뭡니까?"
"에헤이, 태열이네..."
"뭣이라꼬예? 태열???? 그러믄 그기 나중에 아토피 되는기라예?"
"무식한 소리...태열이 영어로 아 토 피 아잉교??? 야~는 벌씨로 아토피의 반열에 들어선 기라예..."
그러는거다...
"우왕... 슬포,, 슬포... 그럼 방법은 읍는건가요??"
"태열이 별로 심하지도 안쿠만... 자시 들여다 안 보면 잘 비지도 않구만서도.. 유난떨지말고 가서 아~나 잘 보이소..."
그러는거다...그러나 여기서 물러날 내가 아니다...나는 나의 아토피 환부를 들이밀며...
"쌤예.. 지도 아토피라예.. 아토피는 가족력이 잇으면 백발 백중이라 카든데...이거 좀 보이소.. 억수로 심해예.. 야~도 이래 됩니꺼?"
"아~따.. 엄마가 그렇다고 해서 다 그런거 아입니더...우짜믄 그냥 단순한 분유 알레르기라서 일년 지나면 싹 낫아뿔수도 있습니더...가이소 마.. 인자..."
그러는거다...
집에 돌아왔다...병규에게...
"야.. 달이 아토피란다..."
하자...병규왈...
"그래...내가 그랬잖아.. 아 토 피..."
화가 머리끝까지 났지만.. 참고...
"그럼 우리 달이의 운명은 어찌되지?"
하자...
"너처럼 되겠지.."
한다...
"어떻게?"
다시 묻자...
"너도 아토피 주렁주렁 달고 나인데 시집와서 애낳고 잘살잖아.."
한다...
달이가 아토피때문에.. 나처럼 게으른 남자를 만나서 평생을 식모처럼 일만 하다 죽는다는 생각을 하니 눈물이 솟는다...
요즘 나는 한가지 버릇이 생겼다...
달이를 데리고 외출하는 일이 드물어진것이다.. 그리고 어쩌다 수퍼에 가도 달이를 아기띠에 달고 내 돕바를 덮어 달이 얼굴을 가리고 가서 물건을 재빨리 샥샥 건져오는 것이다...
그리고 누가...
"엄머... 갓난애긴가봐용.."
하고 말을 건네도.. 예전같으면 누가 우리 달이에게 눈길만 주어도 애를 선뜻 보여주었겠지만...요즘은 베시시 웃기만 하고 그냥 온다...
그리고.. 이뿐 아줌마들한테 안긴 몬생긴 아기들을 보면...
"인제... 저 애기들은 나중에 크면 지 엄마를 닮아서 이쁘게 되겠지..우리 달이는 나 닮아서 아토피 생기고...살찌고...그렇게 되고 흑흑.."
하는 슬픈 생각이 든다...
뿌린대로 거두는 것이 인생이라는 생각이 든다.. 에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