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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 육아일기 9 - 아파트 반상회와 아이 키우기


BY 닭호스 2000-11-19

오늘은 우리 아파트 반상회날이다..

나는 달이를 낳던 7월을 제하고 한 달도 그르지 않고 반상회에 참석하였다..

젖먹이 아이를 두고도 매번 반상회에 참석한다는 것은 내 외로움의 증거이다..그토록 사람들이 그리웠다.. 반상회에 가서 사람 구경을 실컷 했다...한시간이라도 아줌마들이 무섭게 수다떠는 모습을 보고 오면 살것 같았다..


그런데...
우리집이 반상회를 할 차례가 되었다..
그러자.. 반상회 개최지가 된다는 것은 심적인 부담이 갔다...


젖먹이 달이를 데리고 장을 보고 상을 차리는 것.. 그리고 가구를 옮겨 자리를 넓게 만드는 것 모두가 힘든 일이었지만.. 무엇보다도 나를 멈칫하게 하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아파트 아줌마들이 데리고 오는 아이들이 집안 구석구석을 누비고 다니며 집을 쑥밭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그리고 행여 우리집에 즐비한(?) 고가의 물품들을 박살을 낼지도 모른다는 얄팍한 이기주의가 내심 자리잡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반장 아줌마에게 이실직고를 하였다...

그러자...
반장 아줌마는
"그래.. 맞어.. 애들을 데리고 반상회에 오다니..그럼 안되쥐.."
하고 화를 내셨다...

"하지만.. 새댁, 그냥 반상회 하면 안될까?"
하신다...

에잇~
그래서... 나는 해 버리기로 했다..

그런데.. 막상 반상회 시간이 되자.. 예상외로 적은 수의 아이들이 엄마를 따라 반상회에 왔다.. 그리고 아이들은 비교적 조용하다..

그러다가.. 한 아이가 지나가다가 아주 우연히 우리집 오디오 스피커에 부딪히며 액자가 하나 툭 떨어졌다...

아이의 엄마가 아이를 마구 야단친다...
"너.. 이래서 엄마가 반상회 안데려간다 했지??"

이내 눈물이 뚝뚝 떨어지던 아이는 풀이 죽어 혼자 집으로 돌아가버렸다.. 그 후 다른 아이들도 조용해졌다...

그러니.. 도리어 내가 미안해졌다...
그리고.. 다시 거실을 돌아보자 차린것도 없는데 부지런히 뭔가를 줏어먹고 있는 어린 아이들이 참 귀엽다...


우리 달이도 큰다.. 그리고 기고.. 걷고 뛸 나이가 되면 엄마를 따라 반상회에 가자고 조를 날이 온다.. 그러면 반상회내내 집 곳곳을 누비며 철없는 행동을 하게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런걸 생각하니.. 이해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모두 아이를 키우는 부모이다.. 내 아이가 나가서 비를 맞지 않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으로 내 눈앞의 다른 아이들에게 우산을 씌워주는 그런 따스한 배려가 그리워지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