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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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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엄마 맞어? 맞지요....


BY 이경 2000-11-15

7살짜리 아들녀석이 유난히도 잔병치례를 많이 해서
엄마친구가 하는 한의원에 약을 지어먹이러 갔다.

약속한 일요일...
모처럼 쉬는날이라고
엄마가 함께 가겠다고 해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아침일찍 온다는 엄마는 12시가 다 되서야 전화가 왔다.
"엉..나다..한의원에 뭐 너까지 갈필요 있니?
내가 남준이 델고 갔다오마."
"엄마 무슨소리야? 내가 남준이 엄만데....? 함께 가야지."
그랬더니
"그럼 이쁘게 화장도 하고 옷도 이쁘게 입고 나와라."
"밉게 하고 오면 안델고 간다."
이러시는것이다.

참고로 나는 아이둘 낳고 살다보니
어느새 기본살이 많이 붙어서 이젠 중년티가 나고 있었고
울엄마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주신 기본바탕이 있는데다가
아직도 화장끼없는 뽀얀 얼굴을 자랑하고 다니신다.
내결혼식날 식장에 온 사람들이 신부보다도 신부엄마가
이쁘다고 입을 모았을 정도니까....

그보다 더 기막힌 일은 한의원에 가서였다.
아직 장가가지 않은 동생이 운전을 해서 함께 갔었다.
이녀석은 총각(20대후반)인데도 남들이 보면
40대 아저씨로 볼정도로
늙으수레 한 외모와 몸집을 소유하고 있다.
마음만은 한없는 비단결이지만....(혹시 아가씨가 볼까봐서...)

한의원에 들어가는데 엄마가
손주손을 잡고 들어가면서 동생한테 한마디 하는거였다.
"야. 너는 차에 있어라."
한약을 진맥하고 지을려면 족히 한시간은 더 걸리는데
차안에서 있으랜다.
하두 많이 당해놔서 아무런 느낌이 없는 동생은
껄껄웃으면서 "그럴께요."다.
울엄마 맞나?

그래도 엄마의 친구한의원이라고 오늘따가 제법 꾸미고 나선
딸년은 봐줄만 했는지 차에 있으라는 형벌은 주지 않았다.

한의원에 들어서면서 엄마의 얼굴은 소녀 그자체였다.
약간은 흥분된 목소리로.
" 어이.. 엄원장~~~ 잘있었어~~?"
한의원 안에 엄마의 웃음소리와 걸쭉한 원장선생님의
목소리가 한참을 메아리 쳤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원장선생님이 엄마 학교다니던 시절 엄마를 무척 짝사랑 했다는
얘길 들었다.
지금은 엄마보다 훨씬 잘되어 있지만
옛날에는 엄마를 감히 쳐다보지도 못했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가진것이라고는 강직한 성품하나밖에 없는 아버지를 만나
자식 셋씩이나 낳고
고생고생하시면 대학까지 졸업시키신 울엄마.

외가댁에서 물려받은 자존심을 다 무너뜨리면서도
가정을 지키기 위해 갖은일을 다하신 엄마.

하지만 워낙이 타고난 미모가
아직은 엄마의 자존심을 지켜주고 있었다.

옛친구앞에서 살아온 흔적을 조금도 보이고 싶어하지 않는
엄마의 가슴이 갑자기 내가슴을 적셔 오는것이었다.
차안에서 엄마의 손을 꼭 잡았다.
"엄마. 원장님 지금도 엄마를 좋아하는것 같더라뭐."

엄마의 발그레 상기되는 표정을 보며
숱한 어려움을 다 겪으며 사셨어도
아직도 소녀같은 감성을 갖고 계신 울엄마가
난 참으로 좋았다.
" 야. 이년아! 너도 좀 꾸미고 살아.
이 엄마 챙피하지 않게."
울엄마의 목소리가 지금도 귓가에 쟁쟁하다.

*** 아침에 전화가 왔다.
결혼해서 아이둘낳고 사는 조카한테서다.
지난 일요일 엄마하고 한의원에 갔다왔다면서 그날있었던
얘길 하는것이었다.
이젠 엄마도 많이 늙었어...라고 하는 조카의 젖은 목소리를
들었다. 그래서 옮겼다. 울 큰언니의 건강을 기원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