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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표내고 싶다. 종가집 며느리.....누구 후임없을까?


BY 나의복숭 2000-11-12



묵을거 없는집에 제사는 사흘들이 닥친다고
제사 지낸지 며칠 안됐는데 또 제사가 있었다.
옛날엔 먹는데 한이 맺혔는지 한 며칠 분량으로
만들어서 제사한번 지내고 나면 온몸이 파김치가 될
정도였는데 요샌 그렇지는 않다.
눈치껏 조금씩 장만하거나 사기도 한다.
(사는것은 남편에게 절대 비밀이다)

사실 제사 음식만큼 장만하기 힘들면서도
빛안나고 돈드린 표시가 없는 음식 없으리라.
내 생각은 설과 추석을 제외하곤 어느 하루를
날 잡아서 조상님 합동제례를 지내면 좋겠는데...
언젠가 남편한테 슬쩍 그런 소리 비쳤다가
거짓말 쪼매 보테서 마자 죽을뻔했다.
걍 며느리도 아닌 종가집의 며느리가 우째 감히
그런말을 할수 있냐는거...
속으로는
(종가집 며느리가 뭔 벼슬이가? 골병드는
직책이줄 모르고 디기 자랑스러븐줄 아는가배)
싶었지만.....
내가 누군가?
신사임당 신발 벗어놓은 흉내라도 낼려는
이사임당 아닌가?
그래서 참아줬다.
근데 옛날에 음식 많이 할땐 고달프긴 해도 참
신바람이 났는데 요샌 별로 신이 안난다.
제관도 다 돌아가셔서 옛날만큼 없고 작년까지만해도
터억 버티든 아들넘도 군에 가버렸으니...

울 아들넘은 먹성이 하도 좋아서 뭐든 입에 들가는걸 주면
게눈에 뭐 감추듯 후딱 먹어치우는 넘이다.
옛날 울 시어머님은 제사 드리기전까진 절대 음식을
못먹게 했는데 난 먹고 싶어 침을 꼴깍꼴각 넘기는 아들넘이
그리도 안쓰러웠다.
그래서 샐패작이나 식탁바닥에 떨어진거 이런거는 먹게
허락을 했는데....
어느때보니 울 아들넘 자꾸 자꾸 먹는거다.
그래서
"너 왜 자꾸 먹냐? 조상님 드릴때까진 먹지마"
쪼매 엄숙한 목소리로 말했드니
"이거 떨어진거예요"
떨어진거라는덴 할말이 없었는데 좀 있으니 이넘이 먹고
싶으니까 오며 가며 일부러 슬쩍 떨어트리는거라...
아이구 잔머리 굴리는건 어미 저나가라네.
담부터는 아예 한접씨 놔두고 무조건 먹으라고 했다.
이게 내 방식인데 종가집 며느리는 그렇게 하면
안된단다.
으이그....

지금도 울남편 제사엔 무지 신경을 쓴다.
내가 지나가는 말로
"귀신이 있나? 다 산사람 묵을려고 하지"
글카면 대번에 정색을 하는 사람이다.
다른건 다 넘어가줘도 제사에 관해서만큼은
허튼 소릴 못하게 한다.
이 양반 18번이
"조상 잘모셔서 손해볼거 없다"
그런데 내 답.
"잘모셔서 겨우 요렇나?" <----물론 속으로만.
아무래도 난 종가집 며느리로는 자질 부족인거 같다.
아....사표내고 싶다. 종가집 며느리....누구 후임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