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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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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말리는 아줌마


BY 송화 2000-10-18

남편과 단둘이 모처럼 시외로 나가서 가을 햇살함 쐬보자
고 집을 나섰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 무신 행사가 있는지 도로는 온통 경찰
들이 쫙 깔려 도로를 통제하고 있었다
오늘 날을 잘못 잡은 것 같다 해필이면 오늘 이렇게 도로
를 통제한다고 난리고 허구 많은 날 다 놔두고....
오늘 차 막혀서 갈 수 있을랑가 모르것다
그쪽도로는 안그래도 항상 막히는 도론데

길옆에는 초등학생부터 중학생까지
태극기를 흔들고 도열해 있는거다
아니 무슨일이고?
뭐한다고 부산 경찰들이 도로에 다 나와 있노?
이라고 있으면 민생치안은 누가 하노?
대통령이 오나? 요즘은 대통령온다고 학생들은 동원 안할낀
데? 요즘 세상이 어떤세상인데
노벨상 받았다고 무신 행사하는갑다
대통령이 노벨상 받았는데 기분은 저애들이 다 내네
쟤들 좀 봐라 수업안하고 저기 저러고 있으니 신났다

남천비치 벗꽃길을 막 빠져나오려는데
아니 저건!
선도차량 앞세우고 저기 뛰어 오는기.....
옴마야 마라톤 경기하는갑다
오메 난 마라톤 무지 좋아하는데
이길이 마라톤 코스 였는갑다
땀으로 범벅이 된 저 선수 좀 봐라 얼마나 멋있노?
스포츠 중계중에서도 마라톤 중계방송은 꼭 보는데
마라톤만치 재미있고 감동적인 경기가 오데있노
올림픽에서도 마라톤이 대미를 장식하지 않나
어제 밤에 내가 무슨 꿈을 꿨노 내가 실제로 마라톤을 본다 말이가?
"여보 나 여서 좀 내릴단다 차좀 세워주소"
"여서 내리서 뭐할라고?"
"뭐하기는 마라톤 응원해야지"
"오빠야 화이팅"
"힘내고오"
박수 "짝 짝 짝 짝 짝"
있는고함 없는 고함 다지르고 혼자서 열띤 응원을 했다
대책없는 표정으로 보고 있던 남편이
"니는 니보다 어린 오빠도 다있나 남부끄럽다 좀 젊잖게 해
라 옆에사람 귀가 다 따갑다"
"무슨소리 응원은 이리해야 선수들 힘이 된다니깐"
"마라톤 선수보다 니 구경하는기 더 재미있다.
니 아무리 응원한다고 고함 질러도 저 선수들 귀엔 들리지
도 않을 끼다. 것도 반대편 인도에서"
그럼 문화시민 포기하고 무단횡단해서 저쪽으로 가?
어느곳에서 하든지 그기 무슨 문제고?
내가 신나서 하는 응원인데
땀에 범벅이 된 선수들 힘내고 좋은 기록내길 바라며 하는데
"여보 우리 차 돌려가지고 문현로타리로 가자"
"그쪽으론 뭐할라고?"
"뭐하기는 가서 응원해야지
사람들 오늘 마라톤 경기 있는 줄 모르모 우짜노
내라도 응원 해 줘야지"
"아지매 고마 참으라이, 이 상황에 차 돌리기도 수월찮고 차 돌려 간다고 해도 우리 도착하모 벌써 마라톤 끝났을 끼다. 고마 우리 가던데나 가자"
이럴때 장농 녹색면허가 원망스럽다 진작 도로연수 받아 놓
는긴데

기장군청을 지나려는데 또 도로 통제다
아니 여는 또 뭐한다고 이라노?
옴마야 여는 또 싸이클 경주하는 갑다
저 바람처럼 생긴모자하고 선수들 복장봐라
"여기 또 내리주까?"
"아이다, 나는 마라톤경기 응원한것만도 행복하다
쟤들은 싸이클이라 차보다 빨리 지나가 버릴텐데
응원할 시간이나 있나 뭐"
싸이클 그건 일렬로 죽 서서 '요땡 출발' 하는 경기도 아니고
그 경기는 한 선수 출발하고
한참있다 또 한선수 출발하고 그랄낀데
응원을 우찌하겠능교?
됐다 고마 집에가자!
애들 올때 다 됐다

그래도 마냥 아쉬운 아줌마
지켜서서 선수들에게 다 박수쳐주고 싶은데
내새끼 굶길 수도 없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