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꽈배기 여사는 컴을 열었다. 오전 내내 아무것도 하기싫
어 밥먹은 설겆이도 뒤로 미룬체 였다. 오늘 무슨 새로운 소식
은 없나 여기 저기 클릭 해서 글을 읽어가다가 마음에 드는 글이
나오면 미소까지 지으며 읽다가 조금이라도 그녀의 비위를 건드
린 글이 나오면 저절로 심통이 나서 가차없이 손가락을 움직인다
아이디는 물론 절대로 기입 하지 않고 뒤틀린 심사를 그대로 적
어 내려 가며 설마 내가 누군지 알수가 있겠니 용용? 하며 써 내
려 간다. 그런 꽈배기 여사도 아주 가끔은 마음을 움직이는 글을
만나면 정성껏 답글을 올리기도 한다.그러나 그런일은 그녀의 마
음이 지극히 평온 했을때 뿐이다. 남편과 다투기라도 하는 날이
면 아무 잘못도 없는 사람의 글을 꼬투리 잡아 토를 달기도 한다
꽈배기 여사가 컴을 알지 못했을때는 동네 반상회에서 반대의견
을 제일 많이 내 놓고 무엇이든 조목 조목 따지지 않고는 못배기
는 아줌마 였다.남들이 야유회때 밥을 싸 가지고 가자고 하면 추
운데 주접 떨고 먹을 필요가 뭐 있노, 거기 가서 따끈한 찌개를
시켜 먹으면 되지,안그렇나 하면서 두눈에 힘을 주기도 했다.그
러나 다른 사람이 점심은 사 먹자고 하면 그기 무슨소리 각자
자신의 도시락을 싸가지고 가면 돈도 굳을 뿐더러 우선 위생이
좋지 않느냐고 언제나 반대를 한다. 그런 그녀가 컴을 알고 부터
는 동네 사람들은 전보다 훨씬 편해졌다.왜냐 하면 컴앞에 앉아
있노라 반상회날을 잊고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매일 할일이 없
으면 별로 갈데가 없는 그녀는 놀이터 좌담회에 참석을 하기도
했다.매일밤 아홉시가 되면 아파트 놀이터에 아줌마들이 모인다
처음에는 걷기 운동을 한다고 모여서 몇바퀴씩 돌으며 이야기를
했지만 해가 짧은 겨울에는 여덟시쯤 모여 이야기를 하면서 돌기
도 했는데 그때 나오는 대화의 내용은 누구는 증권을 했는데 얼
마를 벌어서 잽싸게 돈을 빼서 빌딩을 샀다는둥 누구는 남편과
싸워 친정으로 가 버렸다는둥 대충 그런 이야기 였다.그런 이야
기를 들은 꽈배기 여사는 당사자들을 만나면 한번도 그냥 지나치
지 않고 보소 이백이호 아줌마 증권해서 건물 샀다던데 입 씻고
있을테요.그말을 듣는 아줌마는 꽈배기 여사의 입담을 익히 알고
있기에 요즘 일이 아니구요,벌써 오래 전일입니다. 아니 옛날일
이라고 딴 소리 하지 말고 밥이나 한끼 사야지요. 그 기세에 이
백이호 아줌마는 예,알았어요 언제 날 잡아서 살께요.하며 얼른
그 자리를 피하며 아니 누가 저 꽈배기 아줌마에게 그 말을 했을
까 생각 하며 에레베타 안으로 들어갔다. 남편이 유산으로 받은
땅을 운 좋게 팔아 증권에 투자 했는데 운좋게 배로 부풀어 네거
리에 있는 작은 건물을 사서 전부 세를 놓고 일층의 아이스크림
가게를 직접 운영하고 있었다.그러나 시집 안간 여동생과 종업원
이 한명 있어서 오전에는 운동울 잠시 다녀 올수 있기 때문에 장
사를 해도 남들보다 조금은 여유가 있는 편이였다. 이쪽으로 이
사 온지는 얼마 되지 않아서 속내를 털어 놓지 않았는데 얼마전
에 목욕탕에서 만난 삼호집 아줌마와 얘기 끝에 털어 놓은 적이
있었는데 놀이터 좌담회때 말이 나간 모양이였다.아무튼 꽈배기
아줌마의 시선에 걸리면 무사한 사람이 없었다.작년 어느날 낮
부터 놀이터 벤치에 앉아있던 꽈배기 여사는 수상한 차를 발견
했다.언제나 주차장 한쪽 구석에 세우는 차인데 차종은 우리나라
에서 제일 좋은 차인데 뚱뚱한 남자가 언제나 차문을 열고 주위
를 살피고 에레베터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였다.첫날은 새로 이사
온 사람인가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 했는데 며칠을 놀이터 벤
치에 앉아 손주를 봐 주고 있는 할머니와 이야기를 하고 있자니
예의 검은차가 슬며시 한쪽에 자리잡더니 뚱뚱한 아저씨가 에레
배터 쪽으로 몸을 움직였다.그녀는 얼른 몸을 일으켜 함께 에레
베터를 탔다. 남자는 사층을 누르고 그녀는 무심결에 오층을 눌
렀다.사실 꽈배기 여사의 집은 팔층이였다.남자는 사백이호로 들
어 갔다.그집은 아이가 둘이 있었는데 남자 아이는 유치원에 다
니고 여자 아이는 세살정도 였다. 남자가 들어 가는것을 확인하
고 다시 일층을 눌러서 할머니에게 말을 했다. 할머니 사백이호
아줌마 남편 아세요. 아니 잘 모르는데 왜? 아까 그 남자가 그집
으로 들어 갔는데 아무래도 수상해요. 나이 차이도 많이나고 ..
그때부터 꽈배기 여사는 밤에 운동 하러 나오지 않고 항상 낮시
간에 벤치에 앉아서 손주를 유모차에 태워 밀고 다니는 할머니
와 말동무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뚱뚱한 남자는 늘 일정한 시간
에 차를 세우고 일정한 시간에 돌아 갔다.꽈배기 여사는 형사 콜
롬버 처럼 고개를 갸우뚱 하며 차 넘버를 적었다.자신과 아무 상
관도 없는 일이지만 본 부인 입장으로서 죽어도 용서 하지 못할
것 같아 며칠을 관찰한 결과 도저히 이대로 두고 볼수는 없다며
자동차 등록 사업소에 조회를 했다.서울 3러 000 차였다. 주소는
평창동 00 번지 였고 전화번호도 알아 냈다.꽈배기 여사는 수화
기를 들었다.내 비록 세상을 삐딱 하게 볼때도 있지만 이런 인간
은 죽어도 용서 못한대이 ,결의에 찬 옆모습이 자못 진지 했다.
동네 아줌마들에게 이죽 거릴때와는 전혀 딴 판이였다.역사적인
사?m감을 느끼고 있고 자신이 바로 잡아야만 할 일같기도 했다
나쁜인간 마누라를 속이고 딴짓을 해 내가 안이상 무사하지 못
한다.이를 꽉 다물고 신호음을 들었다. 여보세요, 중년여성인듯
한 아줌마가 낮잠 자다 일어난듯 짜증스럽게 받았다. 잠시 뜸을
들이던 꽈배기여사는 결심을 한듯 말을 꺼냈다.저 여보세요 댁의
남편 차가 검은색000 맞죠? 네 그런데요, 왜 그러세요.이말을 해
줘야 되나 말아야 되나 망설이던 여사는 댁의 남편이 매일 우리
아파트에 오는데 아직 모르시나요, 그게 어때서요.오히려 반문하
는 상대방의 말에 꽈배기 여사는 속으로 비웃었다.그러니까 당신
남편이 바람을 피지 이 바보같은 여편네야 .그렇지만 입으로는
00 아파트 사백이호에 한번 와 보세요 당신 남편이 어떻게 하고
있나.그리고 자세하게 주소와 동 호수를 다시 한번 알려주고 전
화를 끊었다.상대방은 아무말도 없이 듣고만 있었다.꽈배기 여사
는 입이 근질 근질 했지만 이번 일 만큼은 끝까지 지켜 본 후에
입을 열자고 하루에도 수도 없이 자신의 입에게 당부를 했다.꼭
참아 달라고 .그리고 매일 그 시간에 놀이터에서 기다렸다.남자
는 어느날은 나타나지 않기도 해서 꽈배기이자 콜롬보아줌마를
실망 시켰다.그러나 운명의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삼일째 기다리던 날 드디어 남자가 사백이호로 들어 갔다 .그녀
는 왜 부인이 미행해 오지 않을까 하고 아파트 정문에 눈을 돌리
고 있었는데 잠시후 그랜져가 주차장에 멎었다.체구가 큰 여인
과 역시 한몸 하는 젊은 남자가 에레베타를 타고 올라갔다. 꽈배
기 여사는 사층을 올려다보고 그만 몸을 날렸다.열려진 베란다
창으로 살림살이가 아파트 마당으로 추락 하고 있고 여인의 울음
소리와 첩년짓을 하는년이 뭐가 잘났냐고 그러냐는 악에 바친 소
리가 새어 나왔다.아파트 베란다는 사람들이 내민 얼굴로 마치
인간 화분을 장식 해 놓은것 같았고 저층에 사는 사람들은 놀이
터로 모였다.꽈배기 여사는 오늘의 공로자는 자신이라고 말 하지
않았다.세상에 젊은 여자가 무슨짓을 못해 남의 남자를 넘봐 몹
쓸것 같으니 .하며 할머니들은 혀를 끌끌 찼고 젊은 아줌마들은
이 아파트의 물을 흐려 놓는 사람은 내쫓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
다.한동안 욕만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드디어 젊은 여자의 반격
하는 소리가 울려 왔다.아니 아기도 못낳는 여자가 어디와서 행
패에요 행패가, 그리고 그냥 전쟁이였다.남자가 뭐라고 고함을
지르고 이번에는 본부인의 울음소리가 폐부를 찔렀다.그래 나는
애기도 못낳는다 그래서 여기다 씨를 뿌렸냐.꽈배기 여사가 그렇
게 가슴을 쥐어뜯는 울음소리를 들은것은 생전 처음이였다.돌아
가신 아버지의 시신을 보며 울던 그런 울음소리와는 달랐다. 중
년여성이 남편에게 배신을 당하고 그것도 젊은 첩이 보는데서 토
해 내는 절규였다. 그 울음소리를 듣고 꽈배기 여사는 처음으로
후회 했다.내가 과연 잘한 일인지 ,차라리 저 부인이 몰랐다면
조금은 편했을텐데 알수 없는 사명감으로 일을 일으킨것만 같아
미안 하기도 했다.그러나 곧 마음을 돌이켰다.누가 말했지 , 잠
시 속일수는 있어도 영원히 속일수는 없다고..그래 어차피 터질
일은 하루라도 빨리 터지는것이 좋아.자신에게 타일렀다.그리고
그날 저녁 남편에게 경과 보고를 했다.남편은 깜짝 놀라며 이게
미쳤나 남의 사생활에 니가 뭔데 상관이냐고 흰자위를 드러내며
마치 자신이 그런 입장이기라도 한것 처럼 길길이 뛰었다.
그리고 얼마후 사백이호 아줌마는 모든 아줌마들의 눈총을 받으
며 이사를 갔다.그리고 아파트는 다시 조용해 졌지만 차번호를
본부인에게 알려준 사람이 꽈배기여사 자신이라고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사회의 잘못된 일을 자신이라도 바로 잡아야 된다
고 생각은 했지만 본부인의 처절한 울음소리를 듣고 난후 괜시리
쓸데 없는짓을 한것같기도 해서 이젠 그런일에는 더 이상 나서지
않겠다고 생각 하고 요즘은 컴앞에 앉아 괜스레 남의 글에 트집
을 잡는다. 정말 웃기는 글도 많구나 하고 비웃지만 자신은 절대
로 글같은것은 쓰지 않는다. 다만 마음에 드는 사람의 글에 응답
을 하면서 속으로는 이런 글을 왜 쓰냐고 마음이 꼬이기도 하지
만 그래도 놀이터 좌담회 보다 여러가지 다양한 남의 속내를 볼
수 있어서 컴앞에 오늘도 허리 아프게 앉아있다..이젠 더 이상
꽈배기 여사가 아니고 머지않아 컴 여사로 이름이 바뀔지도 모른
다.컴 덕분에 우리동네 아줌마들 꽈배기 아줌마의 감시에서 벗어
날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