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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으려면 혼자 죽으십다.


BY 도가도켐페인 2000-10-14

몇 십분 전부터 음식 타는 냄새가 옆건물의 집에서 났다.
좀 지나니까 그릇 타는 냄새로 변해갔다.
그 냄새는 내 신경을 곤두세웠다.
그 냄새는 계속해서 나고 있었다.
불안했다.
이러다 우리집, 나 다 깡그리 재로 남는 거 아녀?
다급해졌다.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벽만이 내가 볼수 있는 시야의 전부지만 그래도 어떻게 생긴 집인지 잘 봐뒀다.
나갔다. 그집일 것 같은 집에 들어가봤는데 아니다.
잘 못찾겠다.
바로 옆집이어도 다닥다닥 붙어있는 주택가에서는 그 집 골목을 찾기도 힘들다.
평소 길치이기도 한 나는 포기하고 그냥 집으로 왔다.
계속 신경이 곤두서고 있었다.
드디어 "딸칵" 가스렌인지 끄는 소리가 들렸다.
안심이 됐다.
그러나 타는 냄새는 여전하다.
아마 식히는 냄새이겠지 싶다.
그러나 아닐 수도, 다른 옆집에서 끄는 소리일수도,
지금도 계속해서 가스레인지 위에서 그릇이 타고 있을수도....
맘을 평정하기로 했다.
아닐겨. 내 삶이 여그까지는 아닐겨.
낸 더 살겨. 낸 지금 괜한 걱정을 하는 것일겨.
난 오늘을 잘 살아낼 겨.
지금 그렇게 다지고 있는 중이다.
냄새도 훨씬 안나는 것 같다.

사람들이여. 죽으려면 혼자 죽으십다.
옆에 사람들까지 뜻하지 않게, 재수없이 죽게 하지 맙시다.
-도가도 켐페인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