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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싸움


BY 나의복숭 2000-10-14

아들한네 편지쓴다고 한참 끙끙대고 있는데 남편이란 사람이
안방에서 날 불렀는 모양이다.
근데 난 TV 보면서 한줄 쓰고 또 TV 보다가 한줄 쓰다보니
정신이 산만해져서리 부르는것 듣지도 못했는데....
성질급한 남자가 후닥닥 나오면서
"도데체 뭐하고 있는거야? 그리 불렀는데 대답도 없고"
사뭇 열받아 큰소리를 내고 있었다..
분명 조금전에 자장자장 재워놓고 나왔는데 고단새 깼남?
"WHY? 당신 아들한테 편지 쓴다. 지금 얼마나 고생하겠노"
"대충 해둬라, 천날 만날 아들만 끼고 살래?"
엥? 이남자가 아들한테 질투하나?
걔가 자기 아들 아니고 어디가서 내가 델꼬온 아들이가?
별 희안한 소리 다 듣겠다 싶어 탁 째려봤드니
겁이 나는가 눈길을 피한다 (착각은 자유거든. 히히)

"왜 불렀는데? 그단새 또 내가 보고 싶었는갑네. 하하"
"보고 싶었는기 아니고 과일 좀 묵자고 불렀다"
매번 이런식이다. 달라 소리가 아니고 먹잔다.
어떨땐 한참 잠들어 있는데 발로 툭툭 찬다.
(이기 뭔 신호?) 싶어서 눈을 가무츠레 떠보면
"니 라면 안묵고 싶나?"
아이고 어떤 미친 인간이 자는데 라면 묵고 싶을까?
숫제 끓여달란 소리보다 더 하다.
잠이 팍팍 쏟아지지만 그래도 궁시렁 거리면서 일나서
끓여주는 난 또 뭘까?
여권신장자들이 봤으면 날 미쳤다고 할껀데...
그래도 묵고 살라고 하니 오장육부 뒤틀려도 참아야지 어쩌겠남?
쌈하고 나서도 10분도 안되서 또 날 찾는 남자인데...
쌈할때의 잠시 그 순간만 참아주면 무조건 내가 이기니까..
성질 급해서 어떤땐 꽥 소리지르면 난 반항심이 용암처럼
솟아오르지만 그럴때마다
"그래 요건 영화 촬영 하는기다. 니는 차인표고 나는 하희라다.
차인표가 지금 대본데로 막 화를 내고 있네. 난 하희라니까 참아야지"
이렇게 생각하고 잘 참아 넘긴다.
( 어떤땐 지는 디 카프리오고 난 샤론스톤이다. 매번 내맘데로 쥔공 바꾼다)
잠시 순간만 잘 참아주면 이 남자는 순전히 병주고 약주는 식으로
"어이.이도희 미안하다" 아니면 나가서 전화로 "별일 없냐?" 이런다.
속으로 고단새 무신 별일 있을까봐? 전쟁났을까봐? 궁시렁궁시렁...

"군대간 애한테 엄마가 너무 그리 집착하면 안돼. 애가 제대로
군생활 하겠어? 안그래도 엄마라면 끔뻑하는놈인데..대충해둬"
"남이사. 부러우면 부럽다 카시소"

진짜로 울 아들은 날 무지 좋아한다.(세상 아들 다 그렇겠지만)
어느땐가 울 남편하고 크게 부부쌈을 한적있다.
뭣때문인지 기억이 안나는데 하여튼 일년에 한번은 니죽고
나살자 식의 쌈을 하는데 아마 그때였든거 같다.
아들이 5살인가 됐고 그 위로 년년생인 울 딸들이 주루룩 있었는데
엄마 아빠가 싸우니까 딸들이 모두 엄마 옆에 와 대기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난 힘이 났다.
얘들이 다 내편인데 싶어서 조금은 기고 만장했고...
남편한테 화가 나서 애들한테 보란듯이 말했다.
"니들 엄마하고 살려면 이쪽에 오고 아빠하고 살 사람은 저쪽으로가"
그랬드니 울딸들이 후닥닥 내쪽으로 안겨들었다.
윗쪽에 앉은 지 아빠는 어이가 없는지 지가차서 쳐다보고...
근데 지금도 날 닮아 얼팡한 울아들 그때도 무지 얼팡해서 중간에서
뭔 영문인줄 모르고 멀뚱멀뚱 지 아빠랑 엄마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오줌을 눴는지 아랫도리는 홀랑 벗고....
그때 나를 껴안고 있든 지 큰누나왈
"얌마. 니 빨리 일로 온나. 니 엄마하고 안살끼가?"
지 작은누나
"니는 아빠하고 살끼가? 그라믄 아빠쪽으로 가라"
막내누나
"우린 엄마하고 산다. 니는 누구하고 살끼고?"

그때서야 사태 파악이 된놈
후닥닥 지 누나 있는쪽으로 와서 사커팀처럼 업드린다.
애 넷이 전부 내쪽으로 업드렸는데 아들놈이 울면서 하는말.
"누나야. 앞으로 좀 땡겨라. 내 금 밟폈다"
장판에 금(LINE) 있는걸 기준으로 했는줄 아는지 그놈은 그 금에
발이 물리니까 그것 안물릴려고 앞으로 땡기면서 기를 써고 있었다.
지 애비 하도 어처구니가 없는지
"잘한다. 그래 니들끼리 잘 살아라. 아빠는 간다"
그러면서 방문밖으로 나가니 아들왈
"아빠. 빠빠이"

한시간쯤후에 지 아빠는 케이크랑 애들 좋아하는 통닭사들고 들오고...
(애들 자기편 만들려고 물량공세지만 어림없지)
그 레프토리를 우린 두고 두고 써먹어면서 웃는데
남편왈
"참 기도 안차드라. 엄마라는게 애들하고 꼭 같아.
근데 저놈은 금 안밟필려고 앞으로 땡기는데 아랫도리 벗어놓으니
그틈새로 고추가 달랑거리는데 웃음이 나서 참 ..나"

인제 다 큰 아들보고 얘기함 아들 빙그레 웃고....
책에 부부쌈하는거 보여주면 애들 교육상 안좋다든데
우린 무지 보여줬다.
다른 집에 비해서 쌈역사가 무지 찬란한데..울 애들 그거 보고서도
잘도 자라줬다.
아마 완벽한 추억거리가 될거라....
그 추억도 인제 자꾸 희미해져가서 새로운 추억거리를 만들어야 하는데
쌈도 엑스트라가 없으니 영 싱겁다. 아 옛날이여!

그나 저나 저녁 반찬은 뭘로 하지?
남편올때가 다 되가니 우째 또 한끼 때우나 싶어 걱정이다.
묵고 온다는 전화안오나?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