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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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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리의 날, 아내의 날은 없나요


BY 주머니 2000-05-06

우리 시어머니와 난 찻길 하나 거리를 두고 산다
아니 우리집이랑 시댁이 그렇다고 해야지
김치가 다 떨어져 이제 김치 담가야지 하시던 우리 시어머니
우리집 현관앞에 배추랑 무우를 사다두고 나를 긴장시키신다
난 14개월된 아기땜에 쩔쩔매는 초보아줌마
아기 볼 줄 모르는 시아버지는 나랑 시어머니랑 배추절이는사이
아기를 몇번을 울리시고는 결국은 우리 아들은 김치담그는 내내
나와 시어머니 사이를 오가며 끝내는 내 등에 엎여서야 얌전해 졌다
김치담그는거는 별거 아니다.애 보는거에 비하면
그보다 더힘드는건 애보면서 김치담그는거다
너무 지쳐 허리가 뻐근
시어머니랑 시아버지랑 댁으로 돌아가시고 난 후 난 뒷정리를
시작한다
아들이 벌려놓은 배추쪼가리 무쪼가리까지 치우고나니 진이
다빠졌고 퇴근시간되어 돌아올 남편을 위해 난 장을 보고
찌개를 끓이고 나물을 무쳤다
혹시나해서 퇴근시간이 되어 남편에게 전화하니 오늘 늦는다고...
오늘따라 꽤재재해 보이는 우리아들 난 마지막 힘을 다해 목욕을 시킨다
신났다고 첨벙첨벙거리는 그 모습 오늘따라 난 슬프다
너를 위해 웃을 힘마저 없구나
빨리 좀 자거라 아들아...
드디어 잠든 천사같은 아기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난 긴 한숨을 조용히 내쉬고 폭풍이 지나간 듯한 공간을 둘러보며 냉수 한잔을 마셨다
왠수같은 인간 오늘도 12시를 넘기는구나하며 난 잠들어버렸고 문두드리는 소리에 부시시 일어나 문을 열어주고는 시계를 보니 새벽3시
아...정말 아내도 쉬고 싶다.며느리도 쉬고 싶다

p.s)우리도 일년에 한번 어깨에 힘주고 꽃 한 송이 받는 날 하루쯤은 있어야 되는거 아닌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