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는 성격이 강하다고들 한다. 그래서일까?
3녀중 둘째인 나는 유독 강한 성격을 타고났다.
누군가에게 의지하는 것도 싫어하고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건 다른사람의 생각이 어떻든 끝까지 주장해야 직성이 풀리고 빈말은 절대 하지 못하는 그런 성격. 하고자 하는일은 끝까지 노력해서라도 해내야 하는 성격.
그런 내가 7년을 연애한 남편과 결혼을 할 때 우리 부모님은 걱정을 하셨다. 넌 절대 맏며느리감은 아니라고...
결혼 전 아빠는 남편을 불러 앉히고 "애는 성격이 굉장히 강하네. 자기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건 그 누구에게도 아니라고 말하는 애니 자네가 중간에서 역할을 잘 해야할걸세" 그렇게 또다시 그에게 인식시키셨다. 나의 강한성격을.
엄마는 내게 이러셨다."넌 니 자신을 죽여! 그게 니가 사는거야. 뭐든 고치려하지말고 그냥 포기하고 살아. 그래야 니가 편한거야" 난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다. 내 자신을 죽이라구? 그게 말 그대로 죽는거지 어떻게 그게 사는거야? 포기하고 살라구? 왜 포기해? 내가 뭐 못났다고 포기해. 싫어! 난 내가 원하는 대로 고치면서 살거야.
그렇게 시작한 결혼생활은 매일 싸움의 나날들이었다. 신혼의 고소한 깨소금 냄새? 그건 우리에겐 다가올 수 없는 말이었다.
정말 난 그의 성격 중 맘에 들지않는 부분을 내게 맞게 고치려 했고 쉬운 성격이 아니었던 남편도 그런 내 성격을 고치려 했다. 우린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 매일 그런식의 싸움을 했다. 니가 먼저 고쳐라. 그럼 나도 자연 고쳐진다. 서로가 상대가 먼저 고치길 원하니 그것이 지금껏 고쳐졌겠는가?
어느덧 결혼한지 4년이 지나고 있다. 난 더이상 그의 성격을 고치려 하지 않는다. 포기했다. 결혼 4년만에 포기가 되었다. 그러나 아직도 조금은 미련이 있는 듯 한번씩 걸고 넘어가지만...
예전엔 서로 의견이 다르면 나는 내 의견을 절대 굽히지 않았다. 그럴 이유가 없었다. 내 스스로 내 의견이 잘못됐다고 생각하기 전 까지는. 그래서 얻어진것? 없다. 무수한 나날들의 부부싸움뿐.
지금 내게 있어 결혼이란? <서로의 단점을 내게 맞춰 고치려 하기보다는 그 단점을 인정하고 그가 가진 장점만을 생각하며 만족하고 사는것>이다.
인간은 누구에게나 단점이 있다. 남편의 성격 중 맘에 안드는 부분이 있어 그것을 고치려하는 내게도 단점은 있다. 그러나 그것을 고치려하면 할수록 결혼생활은 서로에 대한 짜증과 염증만 있을 뿐이다. 그가 갖고있는 장점. 다른 남자들에게는 없는 그 장점을 생각하면 내 남편은 어느덧 한없이 좋은 사람으로 내게 다가와 있었다.
그렇게 포기한 어느날부터 우리의 결혼생활엔 더이상 큰 소리가 나지 않는다. 포기한다는 것은 내가 못났음을 인정하는 것이라 생각한 내 어리석음을 이제는 알 것 같다.
시집와서 (난 시집온게 아니야. 우리가 결혼을 한거지. 그렇게 말할 정도로 난 남녀평등주의였다) 내가 왜 집에서는 안하던 이런 일들을 혼자 당연히 해야하는거야? 내가 한 남자의 아내로 온거야? 아님 가정부로 온거야 하고 생각하던 나에게서 "그래 이건 내가 꾸려나가야할 집안이고 나 아님 할 사람이 없어. 이건 내가 할 일이야" 라고 생각하기까지 난 수많은 시간들을 불면증과 두통과 짜증과 우울증. 그리고 신경정신과 상담치료까지...
이제는 명절도 제사도 집안의 행사도 그 누구의 자그마한 도움도 없이 혼자서 해내고 있다. 그런걸 여자가 당연히 할 일 이라고 생각하는 구닥닥리 남편과 여전히 살고 있지만 달라진 것은 가벼운 마음으로 그런 일들을 하고있다는 것이다.
어제 자기전 내가 남편에게 말했다. "자기야, 우리 딸도 나중에 크면 제갈길 갈거고 결국은 우리 둘만 남는거야. 그러니까 나는 자기한테 자기는 나한테 서로 잘하면서 살자"고 했더니 입에서 곰팡이 필 정도로 말이 없는 무뚝뚝한 남편이...."우리 많이 좋아졌잖아. 이젠 잘 싸우지고 않고... 난 솔직히 말해서 지금까지는 자기랑 결혼한거 한번도 후회한 적 없어"라고한다.
우린 앞으로도 조용히 살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