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노동절이라고 다른때보다 좀 빨리 퇴근을 했습니다.
시댁에 가서 아기를 데려오기 전에 밥 안쳐놓고 쌀뜨물 받아놓고... 만반의 준비를 다한 후 전 시댁에 참외를 사들고 들어갔습니다. 한시간쯤 그날 있었던 일들을 얘기하고 "집에 가서 저녁먹겠습니다."하고 아기를 데리고 집에 돌아왔습니다.
돌아와선 그전날 널어놓은 빨래를 걷었습니다. 그때 딸아이가 청소를 하겠다며 말려놓은 걸레를 들고 화장실로 갔습니다. 조금후 빨래를 걷고 있는데 딸아이가 한 반쯤 젖어 물이 뚝뚝 떨어지는 걸레를 들고 제가 있던 방으로 들어왔습니다. 그걸 보는 순간 '아휴~~'하는 한숨만 나왔지만 그 물이 남편의 다 마른 바지에 떨어지는 걸 보고 '민영아!!!'하고 딸아이에게 소리를 지르고 말았습니다. 얼른 걸레를 빼앗아 화장실에 가지고 갔습니다. 아~~ 화장실엔 바가지가 물이 반쯤 담긴 상태로 바닥에 버젓이 놓여있었습니다. 전 순간적으로 화가 너무 났습니다. 다시 빨래를 걷으며 딸에게 '민영아! 너 왜그래!'소리를 질렀습니다. 딸아이가 엄마랑 같이 일한다고 그랬던 마음을 무시한채 말입니다.
그때 저의 야단치는 소리에 아마 딸이 놀란 모양입니다. 왠만큼 야단쳐서는 잘 놀래지도 않는 깐돌이가 "우왕~~~'하고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전 무시한채 계속 빨래를 걷었습니다. 딸이 울면서 뭐라고 뭐라고 했습니다. 조금만 옷이 젖어도 갈아입어야하는 딸아이였기 때문에 옷이 젖었다는 말 인줄 알았습니다. 뭐라고 하는지 제가 몇차례 묻자 간신히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녕이가 엄마 마니 보고시퍼써~~엉엉(민영이가 엄마 많이 보고 싶었어)"
그 순간 전 가슴이 마구마구 무너졌습니다. 가슴 저 깊은 곳에서 울음이 터져나오는 것을 간신히 누르고 저는 빨래를 팽개친 채 딸아이를 안고 안방의 침대로 데리고 가서 눕혔습니다. 너무 가슴이 아파서 나오는 눈물을 아이에게 보이지 않으려고 연신 닦으면서 아이에게 보송보송한 옷을 찾아 갈아입혔습니다.
우는 아이를 꼭 안고 "엄마는 민영이를 세상에서 제일 사랑해" 하고 말해주었습니다. 딸아이도 저를 꼭 끌어안으며 "이녕이도 엄마 마니 사랑해~~" 하고 말해주었습니다.
전 그 아픔을 제 가슴가득이 담아두고 딸아이를 계속 쓰다듬고 안아주고 했습니다.
결혼하고 3년째 일을 하고 있지만 아이를 맡기고 다니면서 이렇게 가슴이 아팠던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별 것 아닌 순간일 수 있지만 언제나 미안해하던 부분이었는데, 아기에게서 그런 말을 듣는다는 것은 저에겐 정말 처음 겪는 큰 충격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말입니다. 그런일이 있고 채 5분도 되지 않아 딸아이는 "엄마, 뭐라구뭐라구..." 언제 그랬내는 듯이 재잘재잘 대는 것입니다.
휴~~ 요 영악한 것이 위기를 모면하려고 수를 썼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아니 어린 아이들이란 다 그렇겠죠? 그런 아이의 말과 행동에 엄마의 마음은 천국과 지옥을 왔다갔다 하니 엄마길에 들어선지 3년된 초보엄마로서는 정말 앞날이 막막합니다.
그래도 하루 빨리 제아기 제가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2002년 4월이여 어서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