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에서 본 것처럼 화장실에 들어가 문을 잠그고 세면대 수도꼭지를 켜 놓은채 엉엉 울었다. 문뒤로 남편과 아이들이 장난치며 웃어재키는 소리가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남편을 향한 섭섭함이 안으로 밀려들어 아픔을 가중시켰다. 서울 형부네 칠순잔치에 다녀온 후 모두 친정에 모였다. 딸,사위,손주들이 오랜만에 모여서 기쁘셨던지 "술 한잔 들 해야지" 하시며 아버지는 슈퍼로 가셨고 그런 아버지가 못마땅했던 나는 무슨 술이냐고 불평을 늘어놓고 말았다. 그런 내 모습이 더 못마땅한 남편은 왜 저럴까? 하며 이해못하겠다고 반박했다. 친정에서 벌어진 말다툼은 순식간에 부부관계를 늘 걱정하시던 친정엄마에게 아픔을 더해주는 결과가 되고 말았다. 유난히 마음 고생 심하게 하신 엄마의 삶을 익히 잘 알고 있는터라 나만은 잘 살고 있는 모습만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하며 살았는데 결혼한지 10여년... 엄청난 폭풍을 견뎌온 후여서인지 조심스레 살피던 중이시던 친정엄마는 애써 내색은 하지않으셨지만 딸때문에 마음아파하셨다. 그 분 가슴에 못이 되어 상처를 내고 아픔을 드렸다는 것이 사정없이 견딜 수 없어서 엉엉 울었다. 늘 싸울 때 마다 우린 그랬다. 넌 나에 대해 너무 모른다고. 서로에게 섭섭한 마음으로 할퀴고 부부라고 또 한 이불속에서 잠들고... 오랫동안 화장실에 있는 내가 샤워하는 줄 알았는지 아이들도 남편도 자러 들어갔다. 퉁퉁부은 얼굴 내밀기 싫어서 불꺼진뒤 방으로 들어갔다. 동반자라는 남편은 야속하리만큼 나를 모른다. 그 섭섭함을 또 한번 접어둠은 친정엄마께 다시 못이 되고 싶지 않기때문이다. |